2026년 5월 11일 (1)
응급실서 밀리는 뇌졸중 환자들…신경계 배후진료·혁신약물 도입 요구↑

응급실서 밀리는 뇌졸중 환자들…신경계 배후진료·혁신약물 도입 요구↑

승인 2026-04-08 16:42:52
서울의 한 대학병원 수술실 안으로 의료진이 들어가고 있다. 쿠키뉴스 자료사진

뇌경색은 뇌혈관이 막인 이후 1분마다 약 200만 개의 신경세포가 손상돼 치료까지 걸리는 시간이 환자의 생존과 장애 여부를 결정하는 대표적인 중증 응급질환이지만, 전문 인력 부족 등으로 인해 골든타임 내 치료가 쉽지 않은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 응급실 내 신경계 전문의를 포함한 배후진료과 전문의 상주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경복 대한뇌졸중학회 부이사장(순천향대서울병원 신경과 교수)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초고령화 사회에서 급성 뇌졸중 치료환경 혁신 및 골든타임 확보를 위한 간담회’ 발표를 통해 “응급실 단계에서부터 전문적인 판단이 동시에 이뤄져야 환자 분류, 병원 선정, 치료 결정이 지연 없이 진행될 수 있다”며 신경계 전문의의 응급실 상주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번 간담회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인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최하고, 뇌졸중학회가 주관했다.

연간 뇌졸중 환자 11~15만 명 발생

뇌혈관이 갑자기 막히거나 터져 발생하는 뇌졸중은 적정 시간 내 치료가 환자의 상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증 응급질환이다. 허혈성 뇌졸중(뇌경색·AIS)으로 뇌가 혈액과 산소를 공급받지 못해 뇌세포가 괴사하면 정상 기능으로 되돌릴 방법이 없어 최대한 빠르게 치료하는 것이 최선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국내 뇌졸중 발생 건수는 약 11만 건에 달한다.

뇌경색 환자의 골든타임은 4시간 30분으로, 증상 발생 후 제시간 안에 병원에 도착하면 정맥 속 막힌 혈관을 뚫는 혈전용해제를 투여해 치료할 수 있다. 해당 치료만으로 30% 정도의 환자는 증상 호전과 후유 장애 감소를 기대할 수 있다. 뇌졸중학회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뇌경색 환자 중 10% 정도가 정맥내혈전용해술(IV tPA) 치료를 받는다. 연간 새로운 뇌졸중 환자는 11~15만 명 정도로, 그중 80% 정도가 뇌경색인 것을 고려했을 때 연간 약 8000~1만 명의 환자들이 혈전용해제로 치료한다.

하지만 뇌졸중 환자 중 발병 후 3.5시간 이내에 병원을 방문한 사람은 26%에 불과하다. 학회가 발간한 ‘뇌졸중 팩트시트 2024’에 따르면, 골든타임 내 재개통 치료를 받은 환자는 전체의 16.3%에 그쳤다. 재개통 치료란 혈관에 얇고 유연한 관인 카테터를 넣어 혈전을 제거하는 시술법이다.

가장 큰 문제는 초고령사회 진입과 함께 뇌졸중 환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연간 뇌졸중 환자는 향후 30만 명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국내 뇌졸중 치료체계는 지역 간 의료격차, 전문의 부족 등으로 인해 흔들리고 있다. 실제 응급 뇌졸중 환자가 여러 병원에서 수용을 거부당하거나, 치료 가능한 병원을 찾지 못해 이송이 지연되는 ‘응급실 뺑뺑이’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응급실 미수용’ 문제 반복…“구조적 의료체계 문제”

이 부이사장은 이 문제에 대해 단순한 병상 부족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인 의료체계 문제라고 지목했다. 응급실 미수용 문제의 주요 원인으로는 △응급의학과와 배후진료과 간 소통 부족 △뇌졸중 등 필수 중증응급질환 담당 전문의의 응급실 부재 △배후진료과 인력 배치 지침 미흡 등을 꼽았다.

이 부이사장은 “응급실에서 뇌졸중으로 조기에 인지되지 못하거나, 전문의 부재로 치료가 지연되는 경우 등 다양한 경로로 골든타임이 소실되고 있다”며 “배후진료과 전문의가 응급실에서 119와 실시간으로 연계되고, 병원 간 협력이 이뤄지는 구조를 갖춰야 응급실 뺑뺑이 문제를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응급의료센터 안으로 의료진이 들어가고 있다. 쿠키뉴스 자료사진

최근 한지아 국민의힘 의원 등이 발의한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응급의료법 개정안)도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해당 법안은 응급의료기관 내 중증 응급환자의 근본적 치료를 담당하는 ‘배후진료’ 개념을 법에 명시하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배후진료에 필요한 시설·장비·인력의 확보와 운영을 재정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근거를 담고 있다. 또 권역·지역응급의료센터의 업무 범위에 배후진료를 명시해 응급실에서 응급의학과와 신경과, 심장내과 등 배후진료과가 응급환자를 함께 돌보는 방안이 담겼다.

이 부이사장은 “응급실에서 일단 환자를 받았지만, 초기 진단 단계에서 뇌졸중인지 아니면 다른 중증질환인지 판단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여러 검사를 진행한 뒤에야 뇌졸중임을 알게 되고, 그제야 전문 진료과에 연락하면 이미 해당 진료과에는 인력이 없는 상황이 벌어진다”며 “이 경우 다시 적절한 병원으로 신속하게 옮겨야 하는데, 앞서 벌어진 과정이 처음부터 반복돼 골든타임을 놓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소한 평일 주간을 담당하는 내과, 소아과, 신경계 전문의 정도는 응급실에 상시 배치하는 기준이 필요하다”면서 “이 방안을 지역응급의료센터까지 일괄 적용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겠지만, 중증응급의료센터 정도에는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현장 상황 못 따라오는 ‘KTAS’

뇌졸중 환자의 중증도 분류 체계가 현장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현재 구급대 단계에서 사용하는 pre-KTAS(병원 전 응급환자 중증도 분류 기준)는 초급성 뇌졸중 특성을 고려해 24시간 이내 뇌졸중을 긴급 환자로 분류하는 방향으로 개선이 이뤄졌다. 그러나 정작 응급실에서 적용되는 KTAS 본체는 관련 제도와 시행규칙 개정이 뒤따르지 않아 과거 기준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고상배 뇌졸중학회 정책이사(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국내 병원 조사에서 전체 뇌졸중 환자의 약 65%가 KTAS 3단계(응급)로 분류되고, 초급성 환자 일부만이 KTAS 2단계(긴급)로 인정되는 등 뇌졸중의 임상적 긴급성과 행정적 분류 사이에 큰 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긴급 치료가 필요한 뇌졸중 환자 상당수가 응급실 도착 이후 상대적으로 낮은 중증도로 분류돼 진료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고 정책이사는 “병원 전 단계에서 이미 개선된 pre-KTAS와 응급실 KTAS, 실제 뇌졸중 치료 의료진의 평가 사이의 기준을 일치시키기 위해 응급의료법 개정과 세부 중증도 분류 기준의 정비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혁신 혈전용해제 ‘테넥테플라제’…급여 가능성↑

급성 뇌졸중 환자의 치료 성과를 높이기 위해 효과적인 혈전용해 치료제 도입, 신경과 인력 확충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왔다. 현재 국내에서 쓰이는 혈전용해제는 ‘알테플라제’(tPA)가 있다. 

하삼열 뇌졸중학회 보험이사(중앙대광명병원 신경과 교수)는 “뇌졸중 환자가 증상 발생 후 4시간 30분 이내 병원에 도착하면 tPA를 투여해 치료할 수 있지만, 환자 예후를 좌우하는 것은 단순히 병원 도착 여부만이 아니라 실제 약물 투여까지 걸리는 시간”이라며 “병원 도착 후 혈전용해제를 투여하기까지의 ‘도어 투 니들 타임(Door-to-Needle Time)’을 얼마나 줄이느냐가 환자 예후에 직결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존 tPA의 한계를 짚었다. 알테플라제는 뇌경색 환자의 초급성기 치료에 있어 가장 중요한 약물이지만, 투약 과정에 어려움이 있다. 뇌경색 치료 시 알테플라제 용량의 10%를 1분 동안 주입하고, 이후 90%를 1시간 동안 투약한다. 이런 투약 방식은 약물 반감기가 4~6분 정도로 짧고, 지속적인 상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한계가 있다.

이경복 대한뇌졸중학회 부이사장(순천향대서울병원 신경과 교수)이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초고령화 사회에서 급성 뇌졸중 치료환경 혁신 및 골든타임 확보를 위한 간담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신대현 기자

알테플라제의 한계를 보완하는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른 게 ‘테넥테플라제’(TNK)다. TNK는 tPA 개량 약물로, 5~10초 동안 일시 주입이 가능해 투약 방식이 비교적 단순하고 반감기가 17~20분으로 길며 혈전 용해 효과가 더 뛰어난 것이 특징이다. 또 한 번의 주사로 응급실뿐 아니라 이송 과정에서도 신속하게 투여할 수 있다. 환자 예후는 tPA와 비슷하지만 뇌출혈 같은 출혈성 합병증 위험은 TNK가 약간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TNK는 지난 2003년 국내에 심근경색 치료제로 도입된 바 있어 안전성도 입증됐다. 

최근 글로벌 제약사 베링거인겔하임의 ‘메탈라제주사’(테넥테플라제)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로부터 보험급여 적정성을 인정받아 임상 현장의 기대감이 높아진다. 하 보험이사는 “전 세계적으로 TNK가 도입돼 사용하고 있는데, 국내에선 아직 급여가 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올해 안에 빠르게 도입될 수 있도록 심평원 등 관련 기관과 협력하고 있다”며 “급여가 적용되면 환자 치료 접근성과 효율성이 크게 높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부는 “현재 응급의료체계 상황이 결코 좋지 않다는 점을 매우 무겁게 인식하고 있다”며 관련 기관들과 함께 어떻게 이 문제를 풀어갈지 지속적으로 고민하겠다고 했다. 송영진 보건복지부 응급의료과장은 “심뇌혈관질환은 골든타임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촘촘한 인프라를 구축하고, 환자 이송이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기관·전문의 간 의사소통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을 큰 목표로 삼고 있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연구용역을 통해 KTAS 기준 개정을 검토하고 있다. 송 과장은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연내에 연구용역을 마무리하고 가능하면 올해 안에 실무적으로 KTAS 기준 개정을 추진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며 “뇌졸중학회뿐 아니라 여러 학회의 의견을 폭넓게 듣고, 현행 기준이 중증환자의 실제 상황을 얼마나 잘 반영하고 있는지, 환자 분류 결과의 타당성과 신뢰성이 충분한지 등을 함께 검토해 제도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전했다.
신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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