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Z 영화人] ‘마법천자문’ 윤영기 감독 “3D에 밀린 애니메이션계에 활력 주고파”

기사승인 2010-08-14 1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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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연예] 만화 ‘마법천자문’은 매년 판매 기록을 갈아치운 베스트셀러로, 출판계에서는 신화적 존재다. 그림과 한문을 접목시켜 ‘한문’에 약한 어린이들이 책을 읽으면서 공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질 좋은 콘텐츠로 인정받고 있다. 매년 필독 도서 목록에 이름을 올리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각종 트로피를 거머쥐며 고품질을 입증했다.

2003년 출간된 이후 1200만부 돌파라는 놀라운 기록을 세우며 비디오 북(2006), 전시회(2007), 뮤지컬(2008), 닌텐도 DS출시(2009) 등 다양한 형태로 변이되면서 ‘미디어 믹스’(Media Mix)의 대표적 성공 사례로 꼽히고 있는 ‘마법천자문’. 책으로 나온 지 정확히 7년 만에 애니메이션 ‘마법천자문-대마왕의 부활을 막아라’(이하 ‘마법천자문’)으로 다시 태어났다. 3년 간의 긴 잠에서 깨어나, 오는 19일 관객과 만난다. ‘마법천자문’을 국내 순수 기술로 완성시킨 윤영기 감독을 만났다.

‘마법천자문’은 독자층이 워낙 탄탄해 다양한 소스로 변용돼도 ‘불패 신화’를 기록했다. 애니메이션도 흥행 호조를 기대하고 있으나, 만화적 상상력을 영상이 완전히 따라잡기는 어려운지라 속단하기는 이르다. 윤 감독은 원작을 능가하는 애니메이션을 만들어야 한다는 점에서 출발부터 어깨에 무거운 짐을 얻는 듯한 느낌이 들었을 터. 어떠한 각오로 이 작품을 맡게 됐을까.

“유명한 콘텐츠를 애니메이션으로 만드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작업이에요. 이 작품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 많이 했는데요. ‘아 마법천자문은 왜 애니메이션으로 안 나오는 거야?’ 아쉬워하는 독자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런 독자가 얼마나 될지 모르겠지만, 색다른 작업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도전하는 마음으로 임하게 됐습니다.”

18권까지 출간된 부분 중 뼈대가 되는 1~6권까지의 이야기를 취합해 ‘손오공’과 ‘혼세마왕’의 결투를 영상으로 옮겼다. 애니메이션 ‘마법천자문’은 ‘손오공’이 ‘용’(勇·날래다), ‘인’(忍·참다), ‘학’(學·배우다), ‘신’(信·믿다), ‘우’(友·친구) 다섯 개의 마법천자패를 찾아 ‘혼세마왕’과 대결을 벌이는 내용이다.

원작에서 다소 약했던 ‘돈돈’ 캐릭터를 애니메이션에서는 비중을 확대했다. ‘돈돈’은 먹을 것을 보면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먹보’ 캐릭터로, 깜찍한 말투에 앙증맞은 행동을 한다. ‘돈돈’의 귀여운 캐릭터는 어린이는 물론이거니와 성인 관객의 시선을 잡기에 충분하다. 시사회에서 ‘돈돈’이 등장할 때마다 관객은 환호성 섞인 탄식을 쏟아냈다. ‘돈돈’의 매력은 흡사 드림웍스사의 대표작 ‘슈렉’의 ‘장화신은 고양이’를 연상시킨다. 윤 감독도 ‘돈돈’의 뜻하지 않은 열띤 호응에 기쁜 듯 열정적으로 이야기를 쏟아냈다.

“‘돈돈’ 캐릭터를 완성시키고 나니 비중을 좀 더 늘려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서유기’의 손오공, 저팔계, 삼장법사 캐릭터로 가기로 결정하고 나니 저팔계에 해당하는 ‘돈돈’의 비중을 20% 가량 확장한 거죠. 제가 주연보다는 조연 캐릭터에 정감이 많이 가는 편인데 ‘돈돈’을 만들면 만들수록 사랑스럽고 귀여워서 계속 늘리게 되더라고요(웃음). 시사를 본 관객이 ‘돈돈’에 대한 애정을 보여주시니 저도 흐뭇합니다.”

[Ki-Z 영화人] ‘마법천자문’ 윤영기 감독 “3D에 밀린 애니메이션계에 활력 주고파”


1993년 미국에서 TV 애니메이션 ‘이온플럭스’ ‘베트맨’ ‘엑스맨’ 등 레이아웃 작업을 비롯해 미국 TV 애니메이션 ‘고질라’ 오프닝 담당, 극장판 ‘원더풀 데이즈’ 연출, ‘아치와 씨팍’ 원화 등에 참여하면서 애니메이션과 궤를 같이 해 온 윤 감독. 이번 작품을 ‘단순한 한자공부용’보다는 ‘한 편의 영화’를 뽑아낸다는 마음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그는 교육용 애니메이션일 것이라는 선입견은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마법천자문’으로 ‘한자 좀 배워보자’ 맘먹은 분들에게는 약간은 실망스러울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물론 100여 개의 한자가 등장하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일상적으로 아는 단어들이 주로 나왔고요. 전 이 작품이 한자를 알리는 측면보단 한자에 대한 어색함을 버릴 수 있도록 주인공들을 발랄한 캐릭터로 만들고 이야기를 재미있는 흐름으로 만들어봤거든요. 모험담을 듣는 것처럼 한 시간 반 동안 편안하게 즐겼다 가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웃음).”

애니메이션을 하나 만들기까지 6~7년이 걸리는 점을 감안할 때, ‘마법천자문’은 비교적 빨리 완성됐다. 시간에 비해 공이 적게 들어갔다고 오해하면 큰일이다. 책으로 나온 지 7년이나 지난 탓에 관객에게 어필할 수 있는 시간이 촉박하다고 느껴 밤을 낮 삼아 작업에 매진했기에 앞당길 수 있었던 것이다.

‘마법천자문’은 만화에서 모티브를 따왔지만, 원작 못지않은 스토리 흡입력과 캐릭터들의 개성이 눈길을 끈다. 게다가 애니메이션만이 구현할 수 있는 화려한 액션 퍼레이드와 오색찬란한 색감의 향연은 86분 동안 눈을 떼기 어렵다. 윤 감독은 애니메이션 ‘마법천자문’을 어떻게 자평할까.

“여러 모로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당초 예상했던 그림보다 비교적 잘 나온 것 같습니다(웃음). 아쉬운 점이 있다면 배경을 단순하게 하고, 인물들의 표정이나 동선을 섬세하게 살리고 싶었는데, 관객의 평을 들어보니 반대로 느끼셨더라고요. 그래도 꿈보다 해몽이라고 결과적으로는 작품에 플러스 되는 것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하고 있습니다.”

윤 감독은 애니메이션에 몸을 담고 있는 한 명의 영화인으로서, 영화 ‘아바타’를 기점으로 3D(Three Dimensions) 작품이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 인기를 끌면서 애니메이션이 하락세를 걷고 있는 상황이 씁쓸하다고 토로했다.

“3D가 관객의 높은 관심을 받으면서 애니메이션이 전반적으로 하향세를 타고 있는 추세인데요. 고(高)기술에 의존한 나머지, 실사에만 편중되는 사실에 아쉬움이 커요. ‘마법천자문’을 작업해보니 3D가 아닌 기존의 전통적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 수 있는 것들이 무궁무진하다더라고요. 전 애니메이션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만큼 앞으로도 계속 애니메이션을 제작하고 싶은데요. 저의 작은 힘이 애니메이션계에 활력을 불어넣어줄 수 있었으면 합니다.”

영상 길이의 제약상 ‘손오공’과 ‘혼세마왕’의 대결이라는 국한된 이야기만 풀어내 아쉽다는 윤 감독. “18권까지 출간된 만큼 시리즈를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며 멋쩍은 웃음을 지어보였다. 다시 한 번 ‘마법천자문’ 메가폰을 잡을 기회가 주어진다면 ‘토생원’ 캐릭터를 영상으로 펼쳐 보이고 싶다는 바람을 덧붙였다.

“원작을 보면 ‘토생원’이라는 캐릭터가 나오는데요. 도무지 속을 알 수 없는 묘한 매력을 풍기죠. 성인 독자도 몰입하면서 볼 수 있을 만큼 흥미롭고 재미있고요. 다음에 ‘마법천자문’을 다시 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토생원’ 캐릭터를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내고 싶습니다. 과연 그런 날이 올까요? (웃음)”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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