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법상 1인 1개소 원칙, 누구를 위한 법인가?

기사승인 2013-05-07 08:3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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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법상 1인 1개소 원칙, 누구를 위한 법인가?

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이주영 변호사



[쿠키 건강칼럼] 지난 4월 18일 대한의사협회 등 5개 보건의료단체가 민주통합당 의원이 추진하고 있는 의료법상 개정 움직임을 반대하는 공동 성명서를 발표했다.

일부 보도에 따르면 민주통합당 모 의원이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진 개정안은 2012년 8월부터 시행된 의료법 제33조 제8항(이른바 ‘1인1개소 법’)에 수정을 가해 병원급 의료기관 중 그 개설자가 법인이 아닌 경우 위 법령을 적용하지 않고 7년 이내에 비영리법인으로 전환할 때까지 법적용을 유예하겠다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위 보건의료단체들은 성명서에서 ‘1인1개소 법’은 비의료인이 의료인의 명의를 빌려 여러 곳에 의료기관을 개설하는 ‘기업형 사무장병원’을 운영함으로써 국민건강이 위협받는 것을 방지하려는 취지에서 개정된 것이며, ‘1인 1개소 적용 유예’ 시도는 의료의 지나친 상업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과연 개정된 1인 1개소 법이 ‘기업형 사무장 병원’의 운영으로 인한 국민 건강의 위협을 방지하거나, 의료의 지나친 상업화를 규제하기 위한 적절한 수단인지에 대해서는 상당한 의문이다.

보건복지위원회의 심사보고서 및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개정된 1인1개소 법은 일부 네트워크의료기관의 과잉진료, 위임진료 기타 불법진료를 규제하기 위한 목적에서 발의돼 통과된 것이다. 위 법규는 “의료인은 어떠한 명목으로도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수 없다” 고 규정함으로써 의료인들 간의 자유로운 지분 투자와 동업을 통한 의료서비스의 선진화 및 전문화는 물론, 전문경영인에 의한 경영 지원 등까지 제한하고 있다.

보건의료단체 측이 문제제기하고 있는 ‘사무장 병원’ 이나 ‘의료의 지나친 상업화’ 의 문제는 더 이상 의사 자격증만으로는 먹고 살기 힘들어진, 수억 원의 빚더미에서 파산에까지 이르게 된 의료인들의 치열한 경쟁과 위기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를 퇴치하겠다는 목적으로 네트워크병의원을 비롯한 의료기관의 공동 운영이나 동업 등을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잘못된 수단인 것이다.

네트워크병의원을 비롯한 의료기관의 공동 운영 시스템이 어째서 ‘극단적 영리추구 행위’ 내지 ‘영리병원’의 온상으로 직결되는지에 대해서도 보건의료단체 측은 전혀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적법한 진료만으로는 수익을 거두기 힘든 일반 개원의 입장에서 과잉진료 등 불법적인 영리행위에 대한 유혹이 더욱 클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같은 브랜드를 공유함으로써 브랜드 자체의 명성과 가치를 가지게 된 네트워크병의원의 경우 이를 유지하기 위한 상호 견제 시스템이 자연스럽게 생겨나고 있으며, 재료의 공동 구매 등을 통해 진료비도 상당히 절감되고 있다. 이는 곧바로 국민들에 대한 혜택으로 돌아간다.

실제 얼마 전까지 수 백 만원에 이르던 치과 임플란트 가격이 일부 네트워크치과의 저렴한 수가 덕에 현재는 80만원~150만원으로 낮아져 서민층의 많은 호응을 받고 있다.

정리하자면, 현재 의료법상 1인1개소 법은 ‘네트워크병의원의 시스템이 불법진료를 부추긴다’는 근거 없는 전제를 바탕으로 한 잘못된 목적에서 개정된 것이며, 보건의료단체 측의 주장처럼 ‘기업형 사무장 병원’이나 ‘의료의 지나친 상업화’를 규제하는 역할도 담당할 수 없다. 입법 목적도, 수단도 정당하지 않은 기형적인 법규인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미 선진국은 의료산업을 국가 성장 동력 산업의 하나로 파악해 거대 자본과 기술을 투입하고 있고 MSO(병원경영지원회사)와 경영 시스템의 공유 등을 통해 의료선진화를 실현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의료기관의 개설 및 운영에 대한 과도한 규제는 세계적 추세에 역행해 국내 의료산업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FTA 등으로 의료시장이 점차 개방될 예정인 상황에서 이는 매우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위 법규를 둘러싼 논란에 관해 일부 네트워크병의원의 저렴한 수가에 위협을 느끼고 있는 의료 단체들의 집단 이기주의가 개입된 것이 아닌가해 우려스럽다.

대한의사협회 등 보건의료단체들이 위와 같은 일각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실상을 정확히 파악하고 구체적인 근거와 자료에 근거한 설득력 있는 주장을 해야만 할 것이다. 더 이상 ‘극단적 영리추구 행위’ 내지 ‘의료의 지나친 상업화’ 등과 같은 추상적인 용어와 이념 논쟁만으로는 이를 ‘밥그릇 싸움’의 차원으로 보는 국민들의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