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암표? 프리미엄 티켓? 도 넘은 공연 티켓 재판매 가격 문제점 없나

기사승인 2016-06-23 09:4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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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쿡기자] 암표? 프리미엄 티켓? 도 넘은 공연 티켓 재판매 가격 문제점 없나

‘암표상’이라는 단어로 연상할 수 있는 장면은 무엇이 있을까요. 공연장 근처를 수상한 모습으로 배회하는 사람의 모습이 일반적일 것입니다. 누군가는 인터넷 중고거래 카페나 SNS의 개인 메시지 혹은 티켓 거래 사이트의 이름을 떠올릴지도 모릅니다. 이 경우 암표는 조금 다르게 지칭됩니다. ‘프리미엄 티켓’. 일종의 할증 금액을 더해 티켓을 재판매하는 것입니다. 어쩐지 고상해 보이지만 전혀 고상하지 않은 ‘암표’의 다른 이름입니다.

지난 22일 오후 8시 인기 그룹 엑소(EXO)의 콘서트 티켓 예매가 시작됐습니다. 팬들 사이에서는 티켓팅을 ‘전쟁’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엑소 공연의 티켓을 구하기 어렵습니다. 예매 시작과 동시에 공식 예매처인 예스24 사이트 접속은 어려웠고 티켓을 구매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모니터 앞에서 애를 태웠습니다. 이날 애태운 사람은 간절하게 엑소의 공연을 보고 싶은 팬만이 아닙니다. 엑소의 콘서트를 관람할 생각이 전혀 없는 사람도 티켓을 구매하기 위해 사이트에 접속했습니다. 엑소 콘서트처럼 인기가 높은 공연의 경우 애초에 영리를 목적으로 재판매를 하기 위함입니다.

이런 사람이 엑소의 티켓을 예매하게 된다면 그때부터 ‘프리미엄 거래’가 시작됩니다.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인터넷 중고거래 카페나 사용자 간 접근이 용이한 트위터에 티켓 양도 거래 글이 올라옵니다. 좋은 자리일수록 티켓의 가격은 명시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가격은 구매자에 의해 역으로 ‘제시’됩니다. 원하는 사람이 낙찰 가격을 제시하는 경매와 비슷한 과정입니다.

판매자가 원하는 높은 가격을 제시해서 흥정에 성공한다면 원하는 티켓을 손에 넣을 수 있을까요? 정답은 ‘그럴 수도 있지만 아닐 수도 있다’입니다. 공연 티켓은 현물이 아니므로 거래 사기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편입니다. 인터넷에 아이돌 그룹 콘서트 티켓을 판매한다는 글을 올리고 돈만 가로 챈 사기범이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받는 도중 같은 수법의 범죄를 저질러 구속 된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사기 범죄에 노출된 팬들을 위해서 일까요. 최근 안전한 티켓 거래를 위한 사이트가 생겼습니다. 작년부터 영업을 시작한 티켓 거래 사이트인 티켓베이는 ‘안전한 티켓 구매와 판매’를 표방합니다. 판매자는 티켓베이에 자신이 판매할 공연 티켓의 가격을 책정해 상품등록 하고 구매자의 결제를 확인한 뒤 티켓을 배송합니다. 티켓베이는 티켓 거래가 완료된 것을 확인하고 결제 대금을 판매자에게 송금합니다. 즉 사이트가 개인의 티켓 거래를 중계하는 것입니다. 티켓베이는 이 과정에서 중계 수수료를 취득합니다.

그렇다면 이 사이트를 통해 팬들은 안전하게 콘서트 티켓을 구매할 수 있을까요. 가격도 책정돼 있고 허위 거래를 방지하기 위한 안전장치가 있으니 개인 간의 불투명한 거래보다 안전하고 편리한 환경입니다. 그런데 현재 티켓베이에 상품으로 등록 된 엑소 콘서트 티켓 최고가는 1,100,000원입니다. 이 공연의 원가는 110,000원입니다. 정확히 열 배의 차이가 납니다. 상품으로 등록된 티켓 중 원가나 원가에 가까운 가격을 찾기란 거의 불가능합니다. 이상합니다. 분명 안전하고 편리한데, 공정해 보이는 거래는 아닙니다.

티켓베이 측에 이 거래가 공정하고 적법한 것이냐고 물었습니다. 이에 대해 티켓베이 담당자는 “구매자가 예매처에서 티켓을 구매한 순간부터 티켓은 구매자의 소유로 자유롭게 처분 및 거래할 수 있으며 이는 전적으로 구매한 사람의 자유이자 권리”라며 “판매 가격 책정은 티켓 판매자의 고유 권한으로 현재 티켓베이의 제재 범위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였죠. 사이트에서 이루어지는 거래의 경범죄 위반여부에 대해서도 “현행 경범죄처벌법에는 ‘승차, 승선시키는 곳에서’라고 행위를 규정하고 있기에 티켓베이의 거래 방식인 PIN 번호 거래, 배송거래, 현장거래는 이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외에도 티켓베이의 거래 방식은 이미 해외에서 시장성이 입증됐으며 미국 메이저리그와 슈퍼볼 경기 티켓 재판매를 예로 들어 국내와는 달리 해외에서는 티켓 재판매에 대해서 비교적 열린 자세를 취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티켓의 프리미엄은 수요와 공급에 의한 양방의 니즈에 맞춰 자연스럽게 형성된다는 것입니다. 또한, 티켓베이 측은 개인 간 티켓 거래가 진행되더라도 이와 관련된 이득 및 손해는 전적으로 거래 당사자 간에 발생할 뿐, 이미 티켓을 판매한 공식 예매처에 금전적인 피해가 가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역으로 살펴보면 티켓베이에서 티켓을 구매하기 위해 지불한 돈은 실질적으로 공연을 준비하고 공급한 상연자에게 전혀 지급되지 않습니다. 재주는 곰이 넘고 폭리는 왕서방도 아닌 곰과 전혀 상관없는 누군가가 취하는 것이죠.

티켓베이의 주장대로 티켓 재판매 시장은 이미 해외에서 활성화 됐으며 그 시장성을 어느 정도 입증 받았습니다. 하지만 시장성이 정당성까지 담보하는 것은 아닙니다. 현재 해외에서 티켓 재판매 시장의 정당성 확보에 관한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것도 이러한 정당성을 입증하는 과정의 일환이죠.

티켓 공식 판매처와 재판매 사이트가 문제에 대해 손을 놓고 방관하고 있을 때 행동하는 쪽은 공연의 소비자, 팬들입니다. 이들은 터무니없게 오른 티켓 가격에 의한 최대 피해자입니다. 팬들은 프리미엄 티켓을 근절하기 위해 부당거래 증거를 확보해 제보하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지만 이것은 개인적 차원의 문제 해결이기에 한계가 분명합니다. 프리미엄을 시장의 논리로 치환해 소비자에게 피해를 강요하는 대신 제도적 해결책이 필요한 때입니다. 

인세현 기자 inout@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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