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역대 어떤 정권도 못했다”더니…위안부 기록물 등재 예산 ‘전액 삭감’

기사승인 2016-06-30 14:5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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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쿡기자]“역대 어떤 정권도 못했다”더니…위안부 기록물 등재 예산 ‘전액 삭감’

지난해 12월28일 ‘한일 위안부 협정’을 두고 “역대 어떤 정권도 해내지 못한 일”이라 자화자찬한 정부가 위안부 지원 사업에서 슬그머니 발을 빼고 있습니다.

정부는 올해 위안부 기록물 유네스코 등재 지원예산 4억4000만원을 편성하고도 집행을 중단한 데 이어 2017년도 예산을 전액 삭감했습니다.

이에 강은희 여성가족부 장관은 지난 23일 국회 여가위 전체회의에서 “민간 차원에서 자체적으로 진행하고 있으므로 올해는 더 이상의 예산 지원이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석준 국무조정실장도 지난 27일 국회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위안부 기록물 등재는 민간이 추진하는 것”이라는 발언을 했죠. “민간에서 할 일”이라는 말을 단순히 강 장관의 사견으로만 치부하고 넘길 수 없다는 겁니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은 민간 차원에서 등재를 신청해야 하고 더 이상 예산 지원이 필요하지 않다는 강 장관의 말은 사실일까요.

먼저 ‘기록유산 등재는 주로 민간이 추진하는 것’이란 주장은 지금까지의 한국의 유네스코 기록유산 등재 현황에 비춰보면 사실과 다릅니다.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이 30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1997년 등재된 조선왕조실록은 문화체육관광부가, 2001년 등재된 승정원일기와 2011년 등재된 일성록은 문화재청이 각각 추진 주체였죠. 이는 중국, 프랑스, 등 다른 국가들의 사례와 비교해봐도 마찬가지입니다.

유네스코 기록유산 등재를 ‘엉겁결에’ 홀로 맡게 된 민간단체는 정부 지원이 끊겨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일본군위안부 기록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위한 한국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사무실 임대료, 번역료 등 각종 비용을 영세한 시민단체들이 감당할 수 없다”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정부의 진정성 없는 지원을 일찌감치 알아챈 것일까요.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가 지난달 인건비와 시설유지비 등 쉽터 운영비 명목으로 정부로부터 받은 1500만원을 전액 반환한 사실도 뒤늦게 알려졌습니다.

한국 정부가 선을 긋는 사이 지난 3일 옆 나라 중국의 제2차 세계대전 강제 연행피해자 3000명은 미쓰비시(三菱) 머티리얼로부터 한 사람당 1800만원의 사죄금을 받았죠. 우리나라보다 뒤늦게 피해보상을 주장하고 나섰는데 불구하고 말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한일 위안부 협정’에 대해 “최대한 성의를 갖고 최상의 것을 받아내 제대로 합의되도록 노력한 것은 인정해 주셔야 한다”라며 피해자들을 직접 만나 설득하는 문제에 대해선 “마음의 치유가 돼 가는 과정에서 뵐 기회도 있을 것”이라고 에둘러 답했죠.

위안부 기록물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예산은 전액 삭감하고,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정부의 지원금을 반환하는 사태가 박 대통령이 말한 최상의 결과물인지요. 작금의 상황만 봐서는 한일 위안부 협정을 ‘밀실 협상’이라 비판한 목소리에 더 무게가 실리고 있습니다.

수요집회는 끝나지 않았고 이제 남은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은 41명뿐입니다. 박 대통령이 피해자들을 만나 설득하고 설명이 필요한 순간은 바로 지금이 아닐까요.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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