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특권 내려놓기? 계산기 두들기는 버릇부터 내려놓아야

기사승인 2016-07-04 14:4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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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쿡기자] 특권 내려놓기? 계산기 두들기는 버릇부터 내려놓아야제20대 국회에서 지금껏 보지 못한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습니다. 이른바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인데요, ‘방탄’ 논란에 휩싸였던 국회가 바야흐로 국민 무서운 줄 아는 국회로 탈바꿈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를 견제하는 ‘면책특권’도 함께 끌어 내리려는 ‘물타기’가 시도되고 있어 비판의식이 제기됩니다.

그간 국회의원이 범죄를 저지르면 이를 문제 삼기가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었습니다. 국회 회기 중 국회의 동의 없이는 국회의원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나 자진출석이 불가능했는데요, 특히 체포동의안은 72시간 내에 표결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자동폐기 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본회의 안건 상정이 무산되면 자동으로 ‘면죄부’가 주어지는 셈입니다. “국회의원은 다른 나라 국민” “현대판 귀족제도” 등의 비판이 일었죠.

하지만 이러한 특권은 이제 제한될 전망입니다. 앞으로 체포동의안이 72시간 내에 표결되지 않을 경우 직후 개최되는 본회의에 해당 안건이 자동 상정되도록 한답니다. 또 회기 중이라도 범죄 혐의와 관련해 국회의원이 법원의 영장 실질심사에 자진해서 출석하도록 의무화하고, 출석을 거부하면 국회 윤리위원회에서 징계하도록 국회법 개정을 추진키로 했습니다.

아울러 최근 도마 위에 오른 ‘친인척 보좌진 채용’ 또한 제한을 둡니다. 8촌 이내의 친인척을 보좌진으로 채용하지 못하도록 하고, 보좌진들이 자신이 보좌하는 국회의원에게 후원금을 낼 수 없도록 정치자금법도 개정하기로 했습니다. 국회의원의 직무활동과 품위유지를 위해 지급하는 세비 또한 4년간 동결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듯 국회 자체적으로 특권을 내려놓으려는 시도는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이제야 국민 무서운 줄 안다” “4.13총선에서 국민의 메시지가 제대로 전달됐다”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죠. 

이 가운데 ‘물타기’ 되고 있는 특권 내려놓기가 있습니다. 바로 ‘면책특권’입니다. 면책특권이란 국회의원이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에 관하여 국회 밖에서 책임을 지지 않는 특권을 말합니다. 흔히 ‘국회의원의 발언·표결의 자유’라고도 하는데, 한국 헌법 제45조에서 이를 보장하고 있습니다.

면책특권은 청와대나 정부부처, 공공기관 등의 청문회에서 주로 발동됩니다. 그런데 이 면책특권에 ‘특권’이란 단어가 들어간 탓에 이 또한 내려놓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됩니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국회의원들이 면책특권 뒤에 숨어서 ‘아니면 말고’ 식의 폭로를 하는 관행은 없어져야 한다”면서 “의원들의 무책임한 폭로로 특정 인사들이 씻을 수 없는 엄청난 명예훼손을 당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해당 특권이 없어질 시 청와대나 정부부처를 견제할 수단이 없어진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면책특권은) 포기할 수 없는 국회의원의 권한”이라며, “증거가 없는 허위라고 하면 윤리위원회에서 책임을 묻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면 된다. 면책특권이 없어질 시 정부에 대한 견제수단이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또한 “면책특권을 헌법에 명시한 이유는 야당 의원들에게 정부에 대한 견제 권한을 준 것”이라며 특권 내려놓기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주장했습니다.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의 핵심취지는 귀족처럼 사는 국회의원에 대한 각종 특혜 완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때문에 ‘면책특권’은 국회의원 특혜와는 다른 관점에서 접근하고, 논의해야 합니다.

근거 없는 폭로에 대한 문제제기는 분명 타당합니다. 그럼에도 ‘특권 내려놓기’가 막 화두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물타기 식으로 본인들에게 불편한 헌법 조항까지 내려놓아야 한다는 건 속이 뻔히 보이는 주장입니다. 

벼룩이 무서워 초가삼간을 태울 순 없습니다. 국회의원들의 특권 내려놓기가 진정성을 갖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계산기 두들기는 버릇부터 내려놓아야 할 듯합니다.

이다니엘 기자 dn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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