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침략국에서 여는 자위대 창설 기념행사, 예의없는 건 누구?

기사승인 2016-07-12 15: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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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쿡기자] 침략국에서 여는 자위대 창설 기념행사, 예의없는 건 누구?
12일 오후 주한 일본대사관이 서울 중구에 있는 한 호텔에서 자위대 창설 62주년 기념행사를 개최합니다.

이번 행사는 스즈키 히데오 일본대사관 총괄공사가 주재하는 가운데 우리 정부의 국방부 국장급 관계자들과 외교부 사무관급의 실무자가 참석할 예정입니다. 

자위대 기념행사가 대사관저가 아닌 다른 곳에서 열리는 것은 2013년 이후 3년 만입니다. 지난해에는 비판 여론이 높아 서울 성북구에 있는 주한일본대사관저에서 행사가 축소 개최됐습니다. 또 지난 2014년에는 자위대 창설 60주년을 맞아 일본 측이 서울 롯데 호텔에서 행사를 열기로 했으나 여론 악화로 결국 취소했죠.

일본 자위대 행사가 한국에서 열립니다. 이도 모자라 정부 관계자까지 참석합니다. 국민 여론이 좋지 않은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인터넷상에는 "유대인 앞마당에서 히틀러 생일잔치 하는 거네" "아직도 일본의 한반도 침략은 현재 진행 중이다. 명백한 대한민국 영토인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며 도발하고 있지 않은가" "외교라는 말로 포장하면 모를 줄 아나? 침략군의 군대가 피침략국에서 창설 기념행사를 여는 것보다 더한 모욕이 없다" "옆집 잔치에 갈 수 있다. 근데 그 잔치를 연 사람이 우리 집에 불을 지르고, 가족을 죽이고, 누이를 매매한 사람이라면?"이라는 댓글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그러나 국방부는 지난 12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국방 교류 차원"이라며 "주한 일본대사관에서 초청했고, 자위대 창설 행사 참석은 순수하게 상호 국방 교류협력의 일환"이라고 선을 그었죠.

여야의 의견도 극명하게 갈립니다.

송영선 전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시내에서 일본 자위대 창설 기념식이 열린다고 해서 '우리 국민을 무시한다'고 생각하는 건 과민반응"이라며 "지금의 자위대는 순수한 방어 체제"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송 전 의원은 "동경에서 열린 주일 한국대사관 행사에 일본 관료들이 오지 않으면 예의가 아닌 것과 마찬가지"라고 덧붙였죠.

반면 강창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민은 아직도 일본이 침략국가로 변모할까 봐 두려워하는데 일본이 이웃 나라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며 "자위대도 공격할 수 있는 군대로 변질됐다"고 지적했습니다.

자위대의 성격에 대한 두 의원의 해석이 다른데요, 사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정권하에서 일본은 '전쟁 가능한 국가'로 한 걸음씩 다가서고 있습니다.

아베 총리가 속한 자민당은 지난 11일 참의원 선거에서 압승했습니다. 다른 3개 우익정당을 합치면 개헌 의석수를 넘는 165석을 차지했죠. 아베는 '강한 일본'이라는 표어를 내걸고 개헌을 꾸준히 추진해왔습니다. 그 핵심은 자위대를 정식 군대인 '국방군'으로 바꾸는 것입니다. 또 여기엔 '국제분쟁을 해결하는 수단으로서 무력위협과 무력행사를 영구히 포기한다'고 명시한 '평화헌법'을 무력화시키는 내용도 포함돼 있죠.

설문조사 결과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이날 아사히(朝日)신문과 도쿄대 다니구치 마사키(谷口將紀) 교수 연구실이 참의원과 참의원 당선자를 상대로 벌인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6%가 자위대 또는 국방군의 존재를 헌법에 명기해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이런 일본의 급박한 정세를 고려하면 자위대 창설 기념 행사를 일반적 외교행사로 여기는 정부의 태도가 맞는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정말 예의가 없는 것은 아직 과거 식민지 지배의 아픔이 채 아물지 않은 침략국에서 자위대 창설 기념행사를 여는 일본이 아닐까요.

국민이 과민한 것이 아니라 정부가 너무 안일한 인식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할 때 입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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