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일했을 뿐인데 암이 생겼다?…‘직업성 암’이란

기사승인 2016-07-15 22: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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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일했을 뿐인데 암이 생겼다?…‘직업성 암’이란

우리 몸속에 암이 생기는 원인은 다양하다. 그리고 만약 암이 생겼을 때는 ‘무엇 때문에?’라는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잘못된 식습관, 불규칙한 생활습관, 지나친 흡연과 음주 등 암을 불러일으키는 요소는 많다. 하지만 올바른 식습관과 규칙적인 생활습관에도 불구하고 암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직업으로 인해 생기는 경우다. 이러한 ‘직업성 암’이란 직업 환경 등 직업적 요인을 통해 발암물질에 노출되면서 생기는 암을 말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직업성 암으로 인한 암 사망률은 전체 암 사망의 약 9.7% 정도로 추정된다.

대표적인 직업성 암으로는 호흡기계 암, 림프조혈계 암, 방광암, 간암, 갑상선암 등이 있으며, 그 중에서도 호흡기계 암인 폐암이 가장 많이 발생한다. 실제로 한국산업안전보건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1992~2005년 직업성 암으로 인정된 99건 중, 호흡기계 암이 64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이중 폐암이 52건을 차지했다.

이와 관련해 임종한 인하대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특히 화학 물질과 관련한 직업이나 생산 공정 분야의 직업 등이 직업성 암과 연관이 높다”고 말했다. 우선 화학 물질에 따른 암의 종류로는 비소와 비소화합물이 폐암과 피부암, 석면이 폐암과 중피종을 일으킬 수 있다. 또 벤젠이 백혈병, 콜타르와 광물성 오일이 피부암, 염화비닐이 간암과 폐암, 뇌암, 백혈병, 림프종 발생과 연관돼 있다. 이 외에도 니켈과 니켈 화합물이 부비동암과 폐암, 검댕이 피부암과 폐암을 발생시키는 원인이 된다.

생산 공정에 따른 직업성 암을 살펴보면, 알루미늄을 생산할 때 폐암과 방광암, 림프육종을 발생시킬 수 있고, 고무 공장에서는 방광암, 백혈병, 림프종을 일으킬 수 있다. 황색 물감 및 빨간 아닐린 물감 제조시에는 방광암, 철과 강철 주조 시에는 폐암 발생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작업장에서 노출되는 모든 화학물질이 암을 일으키는 것은 아니다. 현재 암을 일으키는 충분한 근거가 있는 대표적인 물질은 석면, 벤젠, 벤지딘, 6가크롬 불용성화합물 등이 있다.

그럼 직업성 암이 발생한 경우에는 어떤 보상을 받을 수 있을까. 일반적으로 직업성 암으로 인정되면 산업재해보험 적용을 받아 요양급여, 휴업급여, 장해급여를 비롯해 간병급여, 유족급여, 상병보상연금, 장의비, 직업재활급여 등의 보험급여를 받을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임 교수는 “발암물질에 직업적인 노출이 있었고, 해당 암과의 관련성이 입증돼야 보상이 이루어진다. 작업환경측정 자료 등을 통해 발암물질에 일정 정도 이상으로 노출되었음이 확인돼야 한다”면서 “하지만 10여 년 전 과거의 노출자료를 구하긴 쉽지 않기에 실제로 직업성 암으로 보상되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일반적으로 직업성 암은 전체 암의 4% 정도에 해당된다고 하나, 국내에서는 실제로 직업성 암으로 보상되는 사례는 이에 10분 1도 채 안 된다고”고 지적했다. 

현재 국내 작업장 발암물질에 대한 관리는 산업안전보건법상으로 규정돼 있다. 하지만 실제 작업장에서는 이러한 부분에 대한 관리체계가 열악한 환경일뿐더러, 심각성에 대한 인식도 낮은 실정이다. 따라서 직업성 암에 대한 산재인정 기준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박예슬 기자 yes228@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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