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성폭행 피해자는 일상생활 불가? 이진욱 소속사의 당황스러운 편견

기사승인 2016-07-19 16:3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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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쿡기자] 성폭행 피해자는 일상생활 불가? 이진욱 소속사의 당황스러운 편견박유천·이주노·이민기에 이어 이제는 배우 이진욱입니다. 지인에게 소개받은 A씨에게 성폭행을 가했다는 혐의로 14일 피소된 겁니다. 이진욱 측은 즉시 진화에 나섰습니다. 지난 17일 오후 서울 수서경찰서에 출석한 이진욱은 취재진 앞에서 “무고는 정말 큰 죄”라며 자신이 당당함을 밝혔죠. 이어 18일 이진욱의 소속사 측도 보도자료를 내고 이진욱이 무고함을 밝혔습니다. 그러나 이진욱 측의 태도는 어쩐지 당황스럽습니다. 단순히 성폭행 가해자가 아님을 밝히는 데 그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진욱 소속사 씨엔코이엔에스 측은 18일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고소인은 새벽에 헤어진 당일(고소인이 성폭행 당했다고 주장하는 시각) 오전에도 고소인을 이진욱에게 소개한 지인에게 새로 개업하는 음식점에 함께 식사를 하러 가자는 취지의 문자를 보내는 등 매우 기분이 좋은 상태에서 이진욱의 지인과 지극히 일상적인 대화를 나눴다”며 “만약 고소 내용대로 성폭행을 당했다면 위와 같은 행동은 도저히 할 수 없는 행동이라고 판단된다”고 밝혔습니다. 또 “고소인은 왜 이진욱과 헤어진 후 하루가 지난 14일에야 신고를 했는지도 의문스럽다”고 밝혔죠.

이진욱은 대중들이 잘 아는 유명인이고, 소속사는 사건이 점점 더 커지고 죄의 유무가 밝혀지기 전에 이진욱의 이미지가 정말로 돌이킬 수 없이 망가지는 것을 막기 위해 정말로 억울하다는 태도와 무죄를 적극적으로 호소하고 있습니다. 소속사는 자신들의 일을 열심히 하고 있을 뿐이겠지만 문제는 소속사가 고소인 A가 아닌 성폭행 피해자에 대해 가지고 있는 잘못된 시각입니다. 소속사 측은 이진욱의 무고를 증명하는 것에 물적 증거가 아닌 정황증거를 내세우며 고소인에 대해 ‘성폭행 피해자로서 할 수 없는 행동을 했다’고 호소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성폭행 피해자가 피해를 당했을 때 할 수 있는 행동과 할 수 없는 행동은 무엇일까요? 성폭행 피해자는 반드시 불행해야 하고, 일상적인 상태를 유지할 수 없고, 패닉에 휩싸여 있더라도 고소는 꼭 바로 해야 하는 것일까요?

우리는 5월 신안군에서 일어난 섬 주민들의 여교사 성폭행 사건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사건 당시 피해자인 교사는 사건 직후 씻지 않고 뭍으로 나가 바로 경찰에 신고하고 증거 채취를 받았습니다. 전문가들은 “침착하고 빠른 대응을 했다”며 성폭행 피해자들의 대다수가 적확한 대응을 하기 어려운 대한민국의 현실을 지적했죠. 더불어 당시 피해자가 성폭행을 당했음에도 침착했다는 이유로 “꽃뱀이 아니냐”라고 주장하던 섬 주민들의 발언은 그대로 언론에 실려 대중의 질타를 받았습니다. 전형적인 ‘성폭행 피해자는 불행하고 정상적인 행동을 할 수 없을 것이다’라는 편견이 녹아있는 발언이었죠.

이진욱과 소속사는 고소인 A가 지극히 일상적인 대화를 했다는 점, 하루가 지나 고소를 했다는 점에 미루어 성폭행 피해자가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또 이진욱 측은 A씨가 스스로 문을 열어줬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죠. 그러나 소속사는 이진욱의 무고함을 증명하는 데에만 신경이 쏠려 오히려 성폭행 피해자에 대한 무례한 태도만 강조하고 말았습니다.

소속사는 보도자료 말미에 “이진욱은 공인으로서 앞으로 더욱 처신에 조심하여야겠다는 각오를 다지면서, 유명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억울한 고소를 당하여 피해를 보는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간절히 소망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고소인 A가 정말로 성폭행을 당했는지, 이진욱의 죄 여부도 물론 소속사에게는 중요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진욱이 유명인인 만큼, 성폭행 피해자를 대하는 우리 사회의 편견이 자신의 사건으로 인해 더욱 강화되지 않을까 조심하는 태도를 보여준다면 더욱 좋지 않았을까요.

이은지 기자 onbg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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