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이금희-최양락, 프로그램 하차가 씁쓸한 이유

기사승인 2016-07-21 16:5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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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쿡기자] 이금희-최양락, 프로그램 하차가 씁쓸한 이유

유행에 민감하고 급변하는 방송계에서 오랜 시간 한 자리를 지켜왔다는 것은 남다른 의미를 지닙니다. 프리랜서 아나운서 이금희는 지난 1998년부터 18년 동안 KBS ‘아침마당’을 진행했습니다. 개그맨 최양락은 2002년부터 14년간 MBC 라디오 ‘재미있는 라디오’의 진행을 맡았죠. 두 사람 모두 10년이 넘는 시간을 프로그램과 함께했다는 점 외에도 최근 또 다른 공통점이 생겼습니다. 해당 프로그램에서 갑작스럽게 하차한 것입니다. 진행자의 교체나 프로그램의 폐지는 상황에 따라 발생하는 일이기에 그 자체로 비난할 수는 없지만, 두 사람의 하차 과정을 살펴보면 씁쓸하기 그지없습니다.

이금희의 ‘아침마당’ 하차 소식이 발표된 것은 이금희의 마지막 방송 하루 전인 지난달 29일입니다. 18년간 ‘아침마당’을 시청하던 사람들은 기사를 통해 갑작스럽게 이금희의 하차 사실을 알아야 했습니다. KBS 측은 ‘프로그램의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고 급변하는 대내외 방송환경에 발맞춰 내부 아나운서 인력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함’이라고 공식적인 하차 이유를 밝혔습니다. 일각에서는 결국 KBS가 자사 아나운서를 ‘아침마당’에 투입함으로써 제작비 절감을 꾀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있습니다. 

이유를 불문하고 이금희의 프로그램 하차 사실은 너무나 불친절한 방법으로 시청자에게 통보됐습니다. 오랜 시간 ‘아침마당’과 함께 해온 시청자에게 무례를 저지른 것입니다. 하차 과정의 심정적 불편함은 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이금희는 지난달 30일 방영된 마지막 방송에서 ‘집을 떠나는 심정’이라고 인사했지만, 흔한 꽃다발 하나 건네지 않았던 배웅은 초라하고 쓸쓸했습니다. 18년간 안정적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한 사람에게 대한 예우를 찾아보기 힘들었죠.

최양락의 라디오 프로그램 하차는 위의 사례보다 더욱 갑작스럽습니다. 최양락이 14년간 진행한 ‘재미있는 라디오’는 5월 27일 폐지됐습니다. 최양락은 5월 13일 방송 말미에 여느 때와 같이 “다음 주 월요일 생방송으로 돌아오겠다”는 인사를 남겼지만, 그 후 방송에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돌아오겠다”는 말이 마지막 인사가 된 셈이죠.

최양락이 방송에 돌아오지 않은 것인지, 돌아오지 못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MBC 라디오국 측과 최양락 측의 의견이 엇갈립니다. MBC 라디오국 측은 최양락의 하차 배경에 대해 “일반적인 라디오 개편에 의한 것이며, 최양락에게 예우를 갖춰 개편 사실을 통보했지만 최양락이 일방적으로 연락을 끊고 잠적했다”고 밝혔습니다. MBC 라디오국 측은 최양락을 위한 감사패를 준비하고 최양락이 마지막 인사를 할 수 있도록 기다렸지만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고 주장했죠. 하지만 매끄럽지 않은 하차 과정 때문에 하차 이유가 정치적 외압에 의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재미있는 라디오’는 2013년 김재철 MBC 전 사장의 비리를 풍자했다가 담당 PD가 6개월 정직이라는 중징계를 받은 바 있습니다. 최양락의 부인 방송인 팽현숙은 19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일로 최양락의 마음이 많이 상했다”고 전해 방송 하차가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주장에 힘을 실었습니다. 이에 대해 당사자인 최양락은 아무런 입장도 내놓지 않았습니다.

이금희와 최양락의 하차 과정에서는 사람에 대한 예우와 연륜에 대한 존경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프로그램의 연륜은 개인의 노력과 시간을 함께해온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집니다. 긴 시간 대중과 교감해온 진행자를 존중하지 않는 것은 오랫동안 프로그램을 사랑한 시청자에 대한 무례일지도 모릅니다. 지금도 ‘아침마당’ 온라인 게시판에는 매일 이금희 아나운서의 복귀를 바라는 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항의는 단순히 프로그램 하차라는 결과가 아닌 무례하고 불친절했던 과정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요.

인세현 기자 inout@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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