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나침반] ‘탈모’ 탈출 소망 이루려면, 의학적인 치료가 답

기사승인 2016-07-25 08:3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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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나침반] ‘탈모’ 탈출 소망 이루려면, 의학적인 치료가 답
글·이건홍 홍피부과 원장

얼마 전 20대 중반의 환자가 필자의 진료실을 찾았다. 한 눈에 봐도 앳되어 보이는 청년은 지난 해부터 정수리를 중심으로 모발이 줄어들고 머리카락은 전체적으로 축 늘어지고 있다고 호소했다. 그 동안 탈모에 좋다는 샴푸도 써보고, 모발을 풍성하게 보이려고 파마도 여러 번 해봤지만 아무런 효과가 없어 고민 끝에 병원을 방문하게 되었다고 한다. 

최근 들어 탈모 증상을 호소하는 젊은 환자들이 늘고 있다. 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탈모 치료를 위해 병원을 방문하는 전체 환자의절반 정도는 20~30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탈모의 발현 연령이 점차 낮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추세를 반영하기라도 하듯 최근에는 젊은 환자를 겨냥한 탈모 탈출 게임까지 등장했다. 탈모 남성의 데이트를 성사시키기 위해 한 달 동안 머리카락을 자라게 하는 미션 수행 게임으로, 발모제 바르기, 탈모에 좋다는 음식 먹기, 머리 감기, 스트레스 해소하기, 숙면 취하기 등의 미션을 수행해 한 달이 지났을 때 이 남성이 인기남이 되어 여성과 무사히 데이트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게임이라 한다.

게임을 실행해 본 사용자들의 후기를 보면, 게임 속 주인공에게 동병상련의 감정을 느끼며 주인공의 머리카락을 자라게 하기 위한 여러 가지 미션들을 직접 행동에 옮기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 게임은 실제 발모 효과를 줄 수 있는 치료 방법보다는 두피 청결, 식습관 개선 등의 일상적인 생활 습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게임에 나오는 방법들을 실제 생활에 적용한다고 해서 게임 속 주인공처럼 머리카락이 많아질 수는 없다는 이야기다.

대부분의 젊은 남성 탈모 환자들이 겪고 있는 남성형 탈모의 원인은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DHT(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라는 물질로 변환되는 과정에서 탈모를 유발하는 유전 인자와 만나 발생하는 질환이다. 때문에 생활 습관의 개선만으로는 호전되기 어렵고, 의학적인 치료가 필수적으로 동반되어야 한다.

남성형 탈모의 초기 단계에서는 먹고 바르는 약물 만으로도 쉽게 효과를 볼 수 있다. 약물 치료에는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효능과 안전성을 인정받은 먹고 바르는 약물이 사용된다.

먹는 탈모 치료제는 탈모의 근본 원인인 DHT의 생성을 막아 탈모의 진행을 억제하고 증상을 호전시킨다. 임상 연구에서도 남성형 탈모 환자의 90%에서 탈모 진행이 멈추었고, 70%의 환자에서는 머리카락이 새롭게 자라는 효과를 입증했다. 단, 일반적으로 3개월 후부터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해 1년이 경과하는 시점에서 효과가 극대화되므로 꾸준히 복용해야 한다. 바르는 치료제는 두피의 혈액 순환을 개선해 모발의 성장을 촉진하는 데에 도움을 준다. 먹는 치료제와 병용할 경우 더욱 효과적이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는 속담이 있다. 적은 힘을 들여 처리할 수 있었던 일인데 때를 놓쳐 쓸데없이 큰 품을 들이게 된다는 뜻이다. 탈모 치료도 마찬가지다. 남성형 탈모는 한 번 시작되면 시간이 지날수록 증상이 악화되는 진행성 질환이라, 초기에 적극적으로 치료한다면 약물 치료만으로도 만족스러운 효과를 볼 수 있지만 심하게 진행된 후에는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야만 치료가 가능하다.

탈모가 시작됐다면 본인 스스로 치료 방법을 결정하기 보다는 하루 빨리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 아래 적절한 치료를 받을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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