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화기기 줄이면서 수수료는 올려

기사승인 2016-07-25 10: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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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화기기 줄이면서 수수료는 올려

은행들이 수익성 하락을 이유로 자동화기기의 숫자를 줄이고 현금인출 및 송금 등 관련 수수료를 인상하고 있다. 저금리 상황에서 수수료가 현실화되지 않고는 자동화기기 운영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반해 소비자들은 고객 돈으로 운영되는 은행이 금융서비스 비용을 과도하게 책정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은행의 ATM, CD 등 자동화기기 수는 지난해 말 기준 5만1115개로 1년 사이 2447개 줄었다. 은행들이 수익성 개선 차원에서 돈이 되지 않는 지역의 자동화기기를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자동화기기 1대 운용시 연 2000만원에 달하는 운영비를 충당하려면 하루 100명이상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인터넷 등 비대면 채널 사용자가 늘면서 자동화기기를 찾는 사람이 급격히 줄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기업·국민·신한·씨티·KEB하나 등 주요 은행은 수익성 현실화를 위해 자동화기기의 인출 및 송금 등 일부 수수료를 올해 들어 일제히 올렸다. 타 은행 자동화기기를 이용할 경우 건당 인출 및 송금 수수료는 800~1000원 수준이다. 특히 대도시보다 시군구지역에 자동화기기가 많은 농협·광주·전북·경남·부산은행 등은 보통 1000원의 수수료를 받고 있다.

지방은행 한 관계자는 “두메산골에서의 물품 가격은 일반 시장보다 높다”며 “지방은행 특성상 돈이 되지 않더라도 지역민의 편의를 위해 자동화기기를 설치해야 하므로 상대적으로 높은 수수료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은 수수료 인상에 대해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은행들이 수수료 산정 방식을 공개하지 않은 채 자동화기기 운영비용이 높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 영국의 경우 영업시간이나 은행에 관계없이 자동화기기의 현금 인출 수수료가 한 푼도 들지 않는 점을 예로 들고 있다.

한편 최근 한 세미나에서 금융연구원의 김우진 연구위원은 “서민에게 충격을 주는 가계금융 수수료보다 기업금융 수수료부터 현실화하는 접근이 필요하다”며 절충안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

김태구 기자 ktae9@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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