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에서] 항암치료의 서광(曙光) ‘면역항암제’

기사승인 2016-08-05 19: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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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에서] 항암치료의 서광(曙光) ‘면역항암제’글·김혜련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교수

몇 달 전 40대 남성 폐암 환자가 보호자의 부축을 받으며 진료실을 찾았다. 환자는 이미 화학항암제 등 3가지 종류의 항암치료를 시도했지만 상태가 호전되지 않았다. 폐암 중 가장 흔한 유형인 비소세포폐암중 선암이 상당히 진행된 경우였는데 흉수가 차서 호흡이 힘들고 뼈 전이, 림프 전이가 심하여 극심한 통증으로 스스로 거동이 어려운 상태였다.

환자에게 사용해볼 수 있는 치료옵션은 면역항암제였다. 2주 간격으로 면역항암제를 네 차례 투여했을 때 약효가 눈에 띄게 나타나기 시작했다. 종양의 크기도 현저히 줄어든데다 이전에 있던 통증이 사라져 일상생활이 가능할 정도로 호전됐다. 면역항암제로 치료를 시작한 지 5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별다른 부작용이 없이 생활하고 있다.

지난 4월부터 비소세포폐암 2차 치료제로 면역항암제를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항암 치료의 새로운 길이 열렸다. 면역항암제는 뛰어난 치료 효과를 보일 뿐 아니라, 그 효과가 지속된다는 점에서 항암치료의 새로운 대안으로 각광받고 있다.

한 예로 다른 장기에 암이 전이된 4기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니볼루맙으로 치료했을 때 환자의 51%가 1년 시점에서 생존한 연구 결과가 있다. 특히, 비소세포폐암은 암세포가 발생한 폐의 구성세포 종류에 따라 편평 비소세포폐암과 비편평 비소세포폐암으로 나뉜다.

편평 비소세포폐암의 경우, 화학항암제(도세탁셀)이 나온 이후 근 20여년 간 새로운 치료제가 없었을 정도로 치료 옵션이 제한적이었다. 때문에 니볼루맙의 등장은 폐암의 조직학적 특성과 상관없이 기존 화학항암제 대비 생존기간을 연장시켰다는 점과 부작용이 적어 환자의 삶의 질을 높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우리 몸의 면역체계는 암세포를 찾아내서 죽일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지만 암세포가 이 면역반응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면역반응을 억제하거나 회피하는 기전을 통해 점점 더 증식하게 된다.

면역항암제는 암세포로 인해 비활성화 된 면역세포를 다시 활성화시키거나 암세포로 인한 면역세포의 비활성화를 막아서 암을 치료한다. 즉, 암세포를 없애는 동시에 정상세포까지 파괴하는 화학항암제나 특정한 유전자 변이를 타깃으로 하는 표적항암제와는 다르게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제거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면역항암제의 전에 없던 새로운 기전은 생존율을 높이는 것은 물론, 항암치료에 수반되는 부작용 발생 빈도와 독성을 낮춘다. 

이처럼 환자들에게는 혁신적인 치료제이나 면역항암제가 새롭게 개발된 신약인 만큼 치료에 앞서 신중히 고려해야 할 사항이 있다. 우선 환자의 전신 상태, 비소세포폐암 종류, 유전자 변이 등을 고려해서 치료를 결정해야 한다. 또한 부작용이 적으나 기존의 약제와는 다른 새로운 기전을 가진 치료제이기 때문에 초기에 환자 상태를 긴밀하게 살피고 치료 중 나타나는 변화가 있다면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면역 항암제를 사용한 임상 경험이 많은 종양내과 전문의가 있는 병원에서 치료를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또한 고가의 항암제이기 때문에 비용효과성도 고려해야 한다.

폐암은 소리 없는 살인자라고 불릴 만큼 조기발견이 어렵고 치료 예후도 나쁘다. 폐암 치료에 있어 면역항암제는 앞서 소개된 사례와 같이 암과 싸우는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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