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해에 경찰 18명 목숨 끊는데…예산 부족이 국민 인식때문?

기사승인 2016-08-10 21:4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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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해에 경찰 18명 목숨 끊는데…예산 부족이 국민 인식때문?# 2014년 5월26일 전남 진도 경찰서 소속 김 경위가 진도대교에서 투신했다. 김 경위는 4월16일 세월호 참사 직후부터 73일 동안 수습한 시신의 신원을 확인해 가족에게 알리는 일을 했다. ‘너무 괴롭다. 맨정신으로 버티기 힘들다’며 주변에 고민을 털어놓던 김 경위는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 2014년 7월 충남 아산 배방지구대 소속 문 경위와 그의 동료는 신고를 접수, 함께 현장으로 출동했다. 피의자를 상대로 음주측정을 하던 동료가 흉기에 찔려 숨지자 이를 목격한 문 경위는 오랜 시간 충격에 빠졌다. 문 경위는 자살을 기도했고, 트라우마센터에서 치료를 받아야 했다. 

연평균 18명의 경찰관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실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3년 1월부터 올해 6월 말까지 자살을 택한 경찰은 총 70명이다. 연도별로는 2013년 17명, 2014년 21명, 2015년 18명, 2016년 6월 말 기준 14명이 숨졌다. 올해 6월까지 집계된 자살 경찰관의 수치는 지난해 한 해 동안의 수치와 엇비슷하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16명으로 가장 많다. 경기 14명, 전북 5명, 전남과 대구가 각각 4명씩으로 그 뒤를 이었다.

극단적 선택의 원인은 우울증과 가정불화가 각각 17명으로 과반수를 차지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우울증으로 자살한 경찰이 7명에 달했다. 이는 2014년의 2배가 넘는 숫자다. 다른 원인으로는 질병 비관(10명), 신병 비관(9명), 경제 문제(7명), 직장문제(5명), 이성 문제(3명)가 파악됐고, 원인불명은 2명이었다.

우울증을 겪는 경찰이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처참한 살인사건, 대형 교통사고 등 충격적인 현장을 자주 목격하고, 생명에 위협을 느끼는 상황에 반복 노출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실제로 경찰청 복지정책담당관실이 지난 2012년에 경찰관 2만625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트라우마) 고위험군’에 속하는 경찰은 30.7%에 달했다. 또 절반에 가까운 43.4%는 ‘자신이 처리한 사건의 후유증 때문에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겪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를 위해 만들어진 곳이 ‘경찰 트라우마센터’(트라우마센터)다. 

트라우마센터는 체계적인 경찰관 정신건강 관리로 우울증과 자살을 예방하고 치안역량을 유지한다는 명분으로 지난 2014년부터 정식운영됐다. ‘묻지마’·혐오 범죄 등의 증가로 날이 갈수록 경찰의 정신건강 관리 필요성은 높아지고 있으나, 현실은 이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경찰은 약 12만명. 이들의 트라우마 치료를 담당하는 곳은 서울, 부산, 광주, 대전 네 곳에 불과하다. 

예산 또한 제자리걸음이다.

국회에서는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경찰 정신건강증진프로그램(심리상담 및 트라우마센터)의 예산 증액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여러 번 나왔다. 그러나 2016년 예산은 10억7400만원으로 전년과 동일한 수준에 머물렀다. 이마저도 5000만원을 감액하려던 기획재정부의 의지를 국회에서 저지했기에 보전할 수 있었다. 심리상담 프로그램에는 6억3400만원, 트라우마센터에는 4억4000만원이 배정됐다. 

트라우마센터의 실효성 역시 논란의 대상이다.

일선 경찰들은 “트라우마센터 이용 사실이 외부로 알려지는 게 두렵다”며 “동료들의 시선도 걱정되고 방문 시간을 내기 위해 휴가를 받아야 한다는 점도 마음에 걸린다”고 토로한다.

또 경찰이라는 직업적 특수성을 이해할 전문 상담가의 부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경남 거창경찰서 소속 모 경위는 “대도시에 근무하는 경찰이 아니면 물리적인 제약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비밀이 보장된 상담이라 해도 직장 내에서 ‘문제가 많다’고 소문이 나는 등 불이익이 있다”고 털어놨다.

경찰청 복지정책담당관실 관계자는 “트라우마센터를 늘리기 위해 계속 예산 증액을 요구했지만, 기재부에서 반영을 해주지 않는다”며 “소방관 심리치료보다도 인원 대비 예산이 적다. 경찰의 트라우마에 대해서는 국민의 관심이 부족한 현실이 씁쓸하다”고 말했다.

김영식 서원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가장 이상적인 방안은 지방경찰청별로 한곳씩 트라우마센터를 증설하고 상주 상담 전문가를 배치하는 것”이라며 “국민의 미흡한 인식을 핑계 삼지 말고 예산확보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 경찰청의 당연한 의무”라고 지적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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