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또 틀렸다” 연이은 대통령의 경축사 실수…개선 의지 있는걸까

기사승인 2016-08-16 16: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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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쿡기자] “또 틀렸다” 연이은 대통령의 경축사 실수…개선 의지 있는걸까“실망하게 해드려 죄송합니다”

국민 ‘대세녀’라고 불리는 걸그룹 ‘AOA’의 설현. 친근한 이미지로 활발한 활동을 해왔던 그에게 하루아침에 ‘무개념’이라는 낙인이 찍혔습니다. 지난 5월 방송에서 같은 그룹 멤버 지민과 함께 안중근 의사를 “긴또깡?(김두한의 일본식 발음)”이라고 말하는 실수를 저질렀기 때문입니다. 네티즌들 사이에선 한국을 대표하는 한류 아이돌의 역사 인식 부재가 개탄스럽다는 목소리가 빗발쳤습니다. 일부에선 지나친 비난 여론에 ‘무지를 비난할 수 있는가’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죠.

하지만 여자 아이돌과는 달리 역사적 상식이 부족할 때 이견의 여지 없이 한목소리로 비판받아 마땅한 이들이 있습니다. 바로 공무원이죠.

그러나 공무원 중의 공무원이라 할 수 있는 대통령이 지난 15일 광복 71주년을 맞아 세종문화회관에 모여 있는 수백 명의 청중 앞에서 경축사를 전하던 중 잘못된 역사적 사실을 전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경축사에서 “대한민국이 광복의 역사를 만들고, 오늘날의 번영을 이룬 것은 결코 우연히 된 것이 아니었다”면서 안중근 의사의 예를 들었습니다. 여기까지는 좋았습니다. 문제가 되는 부분은 뒷부분입니다. 박 대통령은 “안중근 의사께서는 차디찬 하얼빈의 감옥에서 ‘천국에 가서도 우리나라의 회복을 위해 힘쓸 것’이라는 유언을 남기셨다”고 연설했죠.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닙니다. 안 의사가 1909년 10월26일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곳은 중국 헤이룽장 성의 하얼빈이 맞지만, 옥살이를 하고 사형을 당한 곳은 랴오닝 성에 있는 루쉰입니다.  

박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 ‘수난사’는 지난 2013년에도 있었습니다. 박 대통령은 당시 일본의 과거사 문제를 거론하며 “고려 말의 대학자 이암 선생은 ‘나라는 인간에 있어 몸과 같고, 역사는 혼과 같다’고 하셨다”고 언급했습니다. 그러나 역사학계에서는 위서(僞書)로 평가하는 ‘환단고기’의 구절을 인용했다는 비판이 나왔죠.

지난 7월에는 ‘더 좋은 쥐덫론’을 잘못 인용해 빈축을 샀습니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열린 무역투자 진흥회의를 주재하며 “최고의 상품과 서비스로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추월하는 길이 있다”며 이 이론을 말했습니다. 그러나 해당 이론은 경영학에서 거론되는 대표적인 실패 사례라는 것이 드러나 청와대는 “기존 제품의 틀을 깬 개발 정신을 생각해야 한다는 차원”이라고 해명을 해야 했습니다.

오류가 한 번도 아니고 여러 번 발생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특히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는 대한민국을 대표해 만 35년 동안의 치욕스런 일제강점기에서 해방된 날을 축하하는 의미 있는 연설입니다. 국민은 물론 일본을 비롯, 해외에서도 대통령의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올지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죠. 

연설문은 박 대통령 혼자 쓰는 것이 아닐 겁니다. 연설기록비서관 등 참모들도 함께 검토하겠죠. 잦은 실수로 인해 많은 눈이 지켜보는 가운데 또다시 기본적인 사실관계조차 확인하지 않은 연설문이 나왔습니다. 실수에 대한 사과보다 중요한 건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는 약속이라는 것을 모르는 걸까요.

실수가 계속된다면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질 것은 자명합니다. 청와대는 이번 경축사 오류에 대해서도 “여러분의 넓은 양해와 이해를 부탁드린다. 죄송하다”며 짧게 사과하는 것에 그쳤습니다. 지금 청와대에 필요한 것은 사태를 엄중히 인식하고 방지책을 내놓는 것이 아닐까요.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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