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역사의식 부재’ 티파니 하차? 대통령은 어디서 하차할까

기사승인 2016-08-17 10:3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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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쿡기자] ‘역사의식 부재’ 티파니 하차? 대통령은 어디서 하차할까걸그룹 소녀시대의 멤버 티파니가 자신의 SNS에 일본의 전범기를 게재해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하필 광복절에, 식민지배를 했던 일본의 전범기를 기재했다는 논란입니다. 그러나 이 논란은 어딘가 석연치 않습니다. 단순히 아이돌 스타의 역사의식 부재에 대한 문제제기라고 보기에는 다소 지나친 감이 있기 때문입니다. 

‘하필 광복절’이라는 시간과 군국주의의 상징이라는 전범기가 겹쳤다지만, 인기 연예인의 유명세를 의식해 바른 행동을 해달라는 일종의 모범적 행동양식 요구라고 하기엔 지금 티파니가 시달리고 있는 일들은 과도해 보입니다. 티파니가 인기리에 출연중인 프로그램 ‘언니들의 슬램덩크’ 시청자 게시판엔 하차 요구가 빗발쳤고, 티파니의 SNS에는 악성 댓글이 수만 개씩 달렸습니다. 결국 티파니는 문제의 게시물을 삭제하고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자필 사과문을 올렸지만, 성난 네티즌들은 자필 사과문의 온점까지 ‘하트 모양’이라고 트집잡고 있죠. 지난 5월 안중근 의사에 대해 잘 모르고 발언한 AOA의 설현·지민까지 엮여 또다시 비난받는 양상입니다.

이 모든 모습들이 과해 보이는 이유는 정 반대 축에 또 다른 구설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티파니가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고, 네티즌들의 하차 요구에 시달리던 그 광복절 오전, 티파니보다 훨씬 유명인인 한 사람이 안중근 의사에 대한 잘못된 발언을 했습니다. 바로 박근혜 대통령입니다. 박 대통령은 15일 오전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안중근 의사께서는 차디찬 하얼빈의 감옥에서 ‘천국에 가서도 우리나라의 회복을 위해 힘쓸 것’이라는 유언을 남겼다”고 발언했습니다. 그러나 이는 실제와 다릅니다. 하얼빈은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곳이며, 그가 숨진 장소는 중국의 뤼순(여순) 감옥입니다. 

대통령의 연설문은 단순히 대통령이 작성해 읽는 문서가 아닙니다. 특히 광복절 같은 역사적으로 큰 의미를 갖는 날에 방송되는 축사는 수많은 확인을 거쳐 대중 앞에서 대통령에 의해 읽히는 문서죠. “뜻만 통하면 되지, 무슨 상관이냐”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이는 사석에서의 발언일 때에나 통용되는 말입니다. 국가의 수장이 공식 석상에서 읽는 문서니만큼 사실관계의 확인은 정말로 중요한 일이죠. 나아가 국가의 공신력을 훼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뤼순 감옥의 경우 안중근 의사에 관해 조금만 관심이 있다면 금세 알 수 있는 지명입니다. 안중근 의사는 적지 않은 세월을 뤼순 감옥에서 보냈고, 이 과정에서 안 의사의 많은 휘호 등이 뤼순 감옥에서 쓰였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이 날 축사에서 함께한 건국절 발언 또한 민감한 정치적 사안이지만 크게 다뤄지지 않았습니다.

광복절, 명백한 역사 왜곡이 대통령의 축사 자리에서 이뤄졌지만 대중의 비난은 티파니에게만 집중돼 있다는 것은 재미있는 일입니다. 청와대는 대통령의 발언에 관해 공식적인 사과 혹은 유감 표명 없이 청와대 홈페이지에 경축사 전문 속 하얼빈만 슬그머니 뤼순으로 고쳐 올렸습니다. 공식적인 자필 사과문까지 올렸지만 여전히 비난에 시달리는 티파니와는 달리 대중들은 박근혜 대통령에게는 침묵하고 있죠. ‘역사의식 부재’의 티파니가 출연 프로그램에서 하차 요구를 받는다면, 역사의식이 부재한 대통령은 어디에서 하차해야 할까요.

이은지 기자 onbg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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