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6시 내고향’을 닮은 김무성 전 대표의 ‘민생탐방’

기사승인 2016-08-18 10:5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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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쿡기자] ‘6시 내고향’을 닮은 김무성 전 대표의 ‘민생탐방’[쿠키뉴스=민수미 기자] 마을회관 앞에 앉아 빨래를 합니다. 재래시장을 방문해 상인들과 이야기를 나누고요. 사과농장을 찾아 일손을 거들기도 합니다. 어스름이 내려앉은 시간이면 으레 텔레비전에 방영되는 농촌 체험 프로그램 내용이 아닙니다. 민생탐방에 나선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의 최근 행적입니다.

김 전 대표는 지난 1일부터 민의 청취를 위해 전국 민생탐방에 나섰습니다. 그는 전남 진도의 팽목항을 시작으로 경남 거제, 합천, 전북 고창, 부안 등 여러 지역을 돌고 있습니다.

김 전 대표의 행보는 여러 가지 의미로 꽤 인상적입니다. 그는 17일 충북 보은과 괴산, 단양을 방문해 축산 농가에서 소에게 사료를 주고 옥수수 직판장에 들러 옥수수 포장 작업을 했습니다. 신안군 하의도에서는 염전 체험을 하기도 하고요. 부안군의 한 논에서는 콤바인을 운전하기도 했습니다. 그중 특히 눈길을 끈 건 김영삼 전 대통령 생가 앞 마을회관에서 손빨래하는 모습이었죠.

김 전 대표의 민생탐방을 대선 준비의 시동이라 보는 해석은 오래전부터 있었습니다. 문제는 그의 모순된 언행과 소통 방법입니다. 

김 전 대표는 팽목항 방문 당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시대 최고의 슬픔을 함께하기 위해서 이곳에 왔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2014년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하자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에 반대했던 사람입니다. 갑작스러운 입장 변화에 많은 이가 당황스러움을 느끼는 건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겠지요. 이를 두고 세월호 유가족 역시 그의 언행을 “적반하장격”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민생탐방 일정 동안 손빨래를 해가며 같은 옷을 입고, 마을회관에서 잠을 자는 김 전 대표의 모습을 두고 작위적 설정이라는 지적 또한 많습니다. 그의 자취를 ‘6시 내 고향’ ‘체험 삶의현장’ ‘한국인의 밥상’ 같은 텔레비전 프로그램과 비교하는 네티즌이 늘어나는 것도 같은 이유일 겁니다.

실제로 김 전 대표의 민생탐방 관련 기사가 보도될 때면, 각종 포털사이트 그리고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는 격한 반응이 쏟아집니다.

“국민을 얼마나 얕잡아 보면 저런 코스프레가 통할 것으로 생각한 걸까”

“몇백억 재산신고 한 사람이 저런 삼류 코미디를 하고 있네“

“세탁기 없는 집도 있나. 민생투어 한다면서 무슨 손빨래를 하고 있어”

정치쇼 지겹습니다

연기 말고 일을 좀 하세요

아직 민심을 모른다는 게 더 황당

요즘 저런 쇼맨십에 넘어가는 사람도 있나

오랜 정치경력을 쌓아온 이가 이제야 민심을 읽겠다고 나섰습니다. 반가움을 느껴야 할지, 서글픔을 느껴야 할지 혼란스럽습니다. 아니면 지금이라도 민의를 듣겠다는 노력에 감사를 전해야 하는 걸까요. 

민생탐방을 해야만 민심을 읽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정치인. 또 그를 지켜봐야 하는 국민 모두 지루하고 안타까운 여름을 보내야 할 것 같습니다. 민심은 멀리 있는 게 아닐 겁니다.

mi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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