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국가 수장까지 나서 홍보하는 ‘인천상륙작전’, 형평성보다 내수 진작?

기사승인 2016-08-23 15:4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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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쿡기자] 국가 수장까지 나서 홍보하는 ‘인천상륙작전’, 형평성보다 내수 진작?[쿠키뉴스=이은지 기자] “폭염의 절정인 이번 주말, 여러분들도 ‘인천상륙작전’을 관람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영화관의 광고 문구가 아닙니다. 홍보사의 보도자료도 아니지요. 국가기관의 공식 SNS에 실린 문구입니다. 어느 국가기관이냐고요? 지방자치단체도, 문화관광부도 아닙니다. 바로 대한민국 청와대 공식 트위터입니다.

지난 20일 청와대는 박근혜 대통령이 ‘인천상륙작전’ 관람을 위해 영화관을 찾았다는 소식을 알렸습니다. 서울 시내의 한 영화관에서 손경식 CJ그룹 회장의 안내로 영화관에 입장한 박 대통령은 다른 관람객들의 박수를 받으며 좌석에 앉아 영화를 봤다고 하네요. 청와대는 “박 대통령의 이번 ‘인천상륙작전’ 관람은 누란의 위기에서 조국을 위해 헌신한 호국영령의 정신을 한 번 더 되새기고, 최근 북한의 핵 위협 등 안보 문제와 관련해 국민이 분열하지 않고 단합된 모습으로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확고한 신념이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청와대의 지나친 홍보가 문제가 됐습니다. 일국의 대통령이 자국의 문화를 즐기고 관람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서 내수 진작을 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국가를 대표하는 기관이 나서서 노골적으로 ‘인천상륙작전’을 관람하자는 권고를 하는 것은 도를 지나쳤다는 것이죠.

더욱이 ‘인천상륙작전’은 이미 KBS미디어와 KBS에서 30억 원을 투자하며 지나친 수준의 홍보를 해 이미 도마에 오른 작품입니다. KBS가 ‘인천상륙작전’에 관련해 내보낸 홍보 기사건수만 지난 1년 간 52회입니다. 이 중 노골적인 영화 홍보는 35건, 영화를 빌미로 북한 비판 보도는 7건, 6‧25전쟁의 승리 강조 보도는 10건이었죠. 이외에도 ‘인천상륙작전’ 개봉 전날인 7월 26일에는 정전 63주년 특집 다큐 프로그램으로 ‘인천상륙작전의 숨겨진 이야기 첩보전’을 방송하면서 화면 대부분을 ‘인천상륙작전’으로 채웠습니다. 이 다큐멘터리의 내레이션은 ‘인천상륙작전’의 주연배우인 이정재였죠.
이밖에도 KBS가 영화 홍보 수단으로 동원되기를 거부한 기자들을 징계함으로서 문제를 제기받기도 했습니다. 아무리 자사의 투자금이 들어갔다 해도 편향된 리포트를 할 수 없다는 기자들을 상대로 경위서 작성을 요구하고 징계에 회부한 것이죠. 이 사실이 알려진 후 대중들의 ‘인천상륙작전’을 보는 눈은 자연스레 곱지 않아졌고, 거기에 청와대가 기름을 부은 것이죠.

하필 현 시국에 박 대통령이 ‘인천상륙작전’을 관람한 것도 다분히 정치적 의도가 담긴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습니다. 박 대통령은 지난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국내 배치의 정당성을 재확인한 데 이어 18일에는 인천상륙작전의 실제 현장인 인천 월미공원을 방문해 해군 첩보부대 충혼탑에 참배하는 등 ‘안보 행보’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인천상륙작전’의 관객수는 679만 3462명(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기준/8.22). 관객수에서 이른바 ‘박근혜 효과’를 봤다고 하기는 힘든 시점이지만 그래도 쓴소리를 듣지 않을 수는 없습니다. 한 영화 관계자는 “영화의 내용이 안보 관련이라고는 하나 국가의 수장이 직접 나서 기업이 만든 영화를 관람하고 홍보에 나선다니 형평성에 어긋나지 않나”라며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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