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위한 나라는 어디에?”

기사승인 2016-08-31 15:2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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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쿡기자]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위한 나라는 어디에?”[쿠키뉴스=정진용 기자] ‘싸움하던 것을 멈추고 서로 가지고 있던 안 좋은 감정을 풀어 없앰’

‘화해’(和解)의 사전적 의미입니다. ‘화해하다’는 주로 동등한 관계에서 다툰 뒤에 오해를 푼다는 의미를 갖고 있죠. 누군가 일방적으로 용서를 빌 상황을 두고 우리는 ‘화해’라고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그런 점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에 나선 여성가족부는 아무래도 ‘화해’의 뜻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화해·치유 재단’으로 ‘화해’라는 단어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죠.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은 아직까지 정확한 일본 측의 사과를 받을 적도 없는데 말입니다. 이를 두고 정부가 ‘강요한 화해’가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죠.

한국 정부의 불통은 하루 이틀이 아닙니다. 지난해 12월28일 한일간 위안부 합의에 정작 피해 당사자인 할머니는 없었습니다. 이들이 진정 원하는 사죄는 온데간데없고 ‘최종적 및 불가역적으로 해결됐다’는 점에 방점이 찍혔습니다.

합의 내용 또한 논란이 됐습니다. 한국 정부는 강하게 부인했지만 일본 언론과 정치인들은 줄곧 10억엔 지원은 일본 대사관 앞 소녀상 철거를 전제로 한 것이라는 발언을 이어갔기 때문이죠.

불안해진 국민은 합의안 내용을 공개하라고 했지만, 정부는 이를 거부했습니다. 그리고 소녀상 문제에 대해서 “민간에서 자발적으로 추진한 사안으로 정부에서 관여할 사안이 아니다”라는 ‘원론적인’ 말만 반복했습니다.

우리 정부가 지지부진 말을 흐리는 동안 일본 정부는 성큼 한 발짝 내디뎠습니다.

일본 정부는 31일 중으로 10억엔(108억원)을 ‘위로금’의 의미에서 ‘화해·치유 재단’에 송금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돈이 입금되는 순간 일본 측은 위안부 문제에 대한 모든 책임을 다 한 것입니다. 이제 우리 정부가 이행할 책임, 즉 소녀상 철거만 남게 된 셈입니다.

당사자인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오죽했으면 피해자 김복동(91) 할머니는 지난 26일 10억엔을 현금 지급하는 방식을 두고 “이런 길로 나아갈 거면 차라리 정부가 손을 떼는 게 낫다”며 “우리는 우리끼리 싸움을 이어가겠다”고 입장을 밝혔죠.

이뿐만 아닙니다. 결국 지난 30일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12명은 12.28 합의가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정신적, 물질적 손해를 입혔다며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정부에게 적극적으로 나서서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촉구했었던 것을 생각하면 피해 할머니들이 느끼는 분노와 배신감은 상당할 겁니다.

우리 정부도 하지 못하는 일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대신해온 이들이 있습니다.

지난 12월30일 이래로 하루도 거르지 않고 소녀상 앞을 지켜온 ‘소녀상 지킴이’ 대학생들입니다. 이 중 한 대학생은 지난 26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나라 정부가 아닌 것 같다”며 정부를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죠.

‘우리나라 정부가 아니고 일본 정부 같다’는 말. 단순 한 개인이나 단체의 의견으로만 치부하고 넘길 수 있을까요. 그렇게 보기엔 이 한마디의 무게가 가볍지 않은 것 같습니다.

jjy479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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