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홍준표, 도정 운영 순탄할까

기사승인 2016-09-09 00: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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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쿡기자]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홍준표, 도정 운영 순탄할까

[쿠키뉴스=이소연 기자] 한때 정의롭고 강직한 검사로 국민에게 각인됐던 홍준표(62) 경남도지사가 8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징역 1년6개월과 추징금 1억원을 선고받았습니다. 

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불법정치자금 1억원을 수수한 혐의가 인정된 것입니다. 

지난해 4월 성 전 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기 직전 남긴 메모인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가 발견됐습니다. 홍 지사를 비롯한 유력 정치인 8명의 이름과 뇌물로 추정되는 돈의 액수가 적혀있어 논란이 됐죠. 

여기에 성 전 회장이 숨지기 전날 “2011년 6월 한나라당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 홍 지사에게 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을 보내 1억원을 전달했다”고 말한 사실이 알려지며 의혹은 더욱 불거졌습니다. 

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홍 지사와 이완구 전 총리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 해 법정에 세웠습니다.  

홍 지사는 판결 직후 “노상강도 당한 기분”이라며 불쾌함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이어 “(재판부가) 납득하지 못할 주장을 전부 받아들여 유죄를 선고했다”며 “항소심에서 바로 잡겠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재판과정에서도 홍 지사는 결백을 주장하며 당당한 태도로 일관했습니다. 

그는 첫 공판에서 피고인석에 앉아 검사들에게 훈계를 늘어놓다 제지를 당했습니다. “돈을 받은 혐의를 아직도 부인하느냐”는 검사의 질문에 “그건 아주 불쾌한 질문이다. 받은 일도 없고 성완종도 잘 모른다”라며 화를 내기도 했고요. 

또 당시 전달책으로 지목된 경남기업 윤 전 부사장을 홍 지사 측이 회유하려 했다는 녹음 파일이 증거로 제시되자 “검찰이 윤 전 부사장을 시켜 녹음한 불법 증거”라며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이러한 일이 반복되자 검찰은 “법정에서 개선의 점이 없다”며 “오히려 수사팀의 수사과정과 정당성을 음해하고, 선정적인 주장과 근거 없는 폭로를 해왔다”고 구형 이유를 설명하기도 했죠. 

이날 재판을 마친 홍 지사는 자신의 SNS에 “흔들림 없이 내 갈 길을 가겠다”며 “도정과 나라를 위해 더욱더 정진할 것”이라는 입장을 표명했습니다.  

그러나 홍 지사의 도정 운영은 순탄치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뇌물 수수 혐의로 정치자금법 위반 판결을 받은 그가 도지사의 ‘책임’을 다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지적 때문입니다.

비위 논란에 휩싸인 지방자치단체장들은 금고 이상의 형을 받으면 직위가 상실됩니다. 그러나 우리는 선고 후에도 재판을 대법원까지 끌고 가 자리에서 내려오지 않으려 하는 정치인들을 빈번하게 봐 왔죠. 

임각수 충북 괴산군수는 지난해 6월 뇌물 수수 혐의로 구속기소 됐으나 항소를 통해 직을 유지했습니다. 이로 인해 군청 공무원들은 군수가 수감된 충북 청주교도소 면회실에서 결재받는 촌극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경기 포천에서는 2014년 11월 서장원 전 포천시장이 성추행 혐의로 기소되자 시 행정에 공백이 발생했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항소를 거듭하던 그는 대법원에서 징역형이 확정된 지난 7월에야 시장직에서 물러났습니다.

지난 2011년 홍 지사가 몸담았던 한나라당은 내홍을 겪었습니다. 뇌물수수 전력이 있는 인사를 비상대책위원으로 영입한 것이 문제였습니다. 당 내외에서 도덕적으로 적절하지 않다는 논란이 불붙었습니다. 지금은 더불어민주당으로 자리를 옮긴 김종인 전 대표가 논란의 주인공이었죠. 당시 홍 지사는 이렇게 일침을 가했습니다. 

“부패한 사람은 사퇴시키는 것이 맞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 될 수는 없습니다. 과거 발언에 대해 책임지는 홍 지사의 모습을 기대하는 것은 어려운 일일까요?   

soyeo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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