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안다? 지드래곤의 ‘사생활 침해’ 논란

기사승인 2016-09-19 10:3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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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쿡기자]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안다? 지드래곤의 ‘사생활 침해’ 논란[쿠키뉴스=이은지 기자] 관심이 필요하지 않은 한 사람이 있습니다. 모르는 사람의 불필요한 관심은 싫지만 친한 사람들과의 교류 때문에 개설한 SNS. 비공개 기능을 설정했지만 모르는 누군가가 그 SNS의 비공개 설정을 뚫고 그 사람을 지켜본다면 그것은 범죄일까요, 아닐까요.

지난 18일 그룹 빅뱅의 멤버 지드래곤의 비밀 SNS가 세상에 널리 퍼졌습니다. 이에 사생활 침해 논란으로 인터넷에서는 때 아닌 설전이 벌어졌습니다. ‘이 정도를 가지고 사생활 침해라니’라는 입장과 ‘비공개 SNS까지 중계하는 것은 너무하다’는 의견이 대립했죠. 전자의 경우 지드래곤이 이미 유명을 넘어서 전 세계적인 인지도를 가진 연예인이라는 점과 더불어, 최근 범람하는 연예인들의 사생활을 중계하는 프로그램들을 내세웠습니다. 연예인들의 쇼핑, 유사연애, 방송활동을 비롯해 나아가 육아까지 중계되는 세상에 사진 몇 장 공개된 것이 뭐가 문제냐는 입장입니다. 후자의 경우 개인이 공개하고 싶지 않아 하는 범위까지 강제로 공개된 연예인 본인의 정신적 피해를 염려했습니다.

스타들의 비밀 SNS 계정이 대중에게 들키는 것은 하루 이틀의 일은 아닙니다. 현재 그룹 에프엑스를 탈퇴하고 독자적 노선을 걷고 있는 설리의 경우 본래 공식 SNS는 없이 개인적으로 비공개 SNS를 운영하고 있었죠. 비공개 SNS를 운영하고 있었다는 사실조차 비밀이었지만 곧 팬들에게 들키고 말았습니다. 설리의 주변인들에게까지 주목하고 있던 팬들이 설리로 보이는 비공개 SNS 계정이 설리의 지인에게 남긴 코멘트를 보고 해당 SNS를 해킹한 것입니다. 결국 설리는 해당 SNS를 공개로 전환하고 팬들과 소통을 시작했죠. 지금은 활발한 소통을 하고 있지만 그 시초는 ‘강제 공개’ 였던 셈입니다. 지드래곤의 비밀 SNS가 공개된 경우도 비슷합니다. 지드래곤은 이미 팬들과 소통하는 공식 SNS 계정 외에 개인 SNS 계정을 생성했고, 이 계정은 지드래곤의 과거 전시회명과 같은 이름이라 팬들의 추적망에 걸려든 것이죠.

이미 공식 SNS가 있음에도 비공개 개인 SNS를 침범하는 이유를 우리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스타의 사생활을 더 알고 싶다는 비뚤어진 팬들의 마음입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에 대한 것을 뭐든 더 알고 싶은 마음에 일부 팬들은 이른바 ‘사생’이라고 부르는 스토킹 행위를 비롯해 종종 도가 지나친 행동을 하곤 하죠. 이번 SNS 공개 또한 같은 맥락에서 이뤄졌습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연예인 본인의 의사는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사실은 그 행위의 주체인데도 말이죠. 이에 해당 행위의 폭력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습니다. 최근 사생활을 콘텐츠 삼은 연예인들도 많아 문제의 본질이 흐려졌지만, 사실 연예인들은 공인이 아닌 단순 유명인입니다. 자신이 생산하는 콘텐츠 외의 사생활을 지킬 권리가 있죠. 지드래곤의 경우는 자신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것을 인지하고, 사생활에 대한 공개 범위를 지정해 자신이 원하는 만큼만 공개해온 연예인입니다. 공식 SNS는 팬들에 대한 친절에서 우러나온 것이지만 이를 당연한 것으로 착각하는 것은 대중의 일방적 월권이 아닐까요.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안다’는 영화 ‘부당거래’ 속 명대사가 생각나는 사건입니다.

onbg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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