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미르·K스포츠재단의 800억 모으기 “어때요, 참 쉽죠?”

기사승인 2016-09-28 17:4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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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뉴스=이다니엘 기자] 돈 모으기 참 쉽습니다. 개돼지들은 “남의 돈 벌기 힘들다” “땅 파면 돈 나오냐”며 허우적거리는데, 단체 하나 뚝딱 만들어지니 순식간에 수백억 원이 모였습니다. 그리고 그 큰돈은 아무런 목적이 없었다고 하는군요.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이야깁니다. 밥값이 3만원이 넘느냐 안 넘느냐 가지고 사회가 떠들썩한 사이 국회는 800억 원의 책임소재를 따지는 일로 한창 시끄럽습니다. 앞서 어버이연합 자금 지원 의혹으로 홍역을 치른 전경련이 해당 자금줄의 핵심 허브인 것으로 밝혀지며 의심의 눈초리는 더욱 매서워졌습니다.

겉으로 드러난 것만 보면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은 각각 문화진흥과 스포츠진흥을 목적으로 한 민간재단입니다. 그러나 단순 ‘진흥사업’을 벌이는 단체라 하기엔 그 스케일이 어마어마합니다.

두 재단으로 800억 원 이상의 출연금이 한두 달 새에 모였습니다. 자금은 댄 기업들은 자발적으로 문화융성 발전을 위했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이미 상당수 기업들은 자체적인 문화재단을 설립·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그룹에서 운영하는 재단을 제쳐두고 굳이 막 창립한 곳에 수백억 원의 돈을 쾌척한 것은 굉장히 의아스러운 일이죠.

재단 설립 과정이나 주요 인사들의 행적 등에서도 석연치 않은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통상적으로 재단 설립에는 2~4주가 걸리는데 해당 재단들은 단 하루 만에 허가가 났습니다. 이미 이를 예견한 듯 설립허가가 나기도 전에 설립 현판식이 진행되기도 했죠.

특히 의심을 사는 건 두 재단이 출연재산 774억 원 중 620억 원을 운영재산으로 분류한 점입니다. 이는 재단이 설립 목적으로 타진한 ‘문화·스포츠 진흥’과 무관하게 사용할 수 있고, 어떤 행정기관의 관리감독도 받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적지 않은 금액이 운영자금에 잡힌 탓에 해당 돈이 정치자금과 같은 용도로 쓰이지 않을까 의심을 하게 되는 거죠.

물론 아무런 근거 없이 불법 정치자금 의심을 하는 건 아닙니다. 앞서 밝혔듯 출연 자금의 출처가 극우 정치청탁 시위단체인 어버이연합을 후원해온 정경련입니다. 아울러 박근혜 대통령과 막역한 사이로 알려져 있는 최순실이 K스포츠쪽 이사장으로 추천된 적도 있습니다. 최순실이 해당 재단의 설립 과정과 운영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여부도 도마 위에 올라 있죠.

[친절한 쿡기자] 미르·K스포츠재단의 800억 모으기 “어때요, 참 쉽죠?”

이런 다양한 의혹들이 연거푸 나오자 두 재단이 ‘불순한 목적에 의해 기획된 유령 단체’란 의혹이 우후죽순 나오고 있습니다. 오영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특정 기관이나 특정 인물의 개입이 없지 않고선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사안”이라며 두 재단을 국정 감사 특별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문화체육관광부 국정감사에서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전경련을 압박해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출연금을 내도록 종용했다며 관련 녹취록을 공개했습니다. 녹취록에선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출연금을 낸 대기업 고위 관계자가 “안 수석이 전경련에 얘기해서 전경련에서 일괄적으로 기업들에게 할당해 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노 의원은 “두 재단 설립은 전경련 부회장인 이승철과 차은택 본부장(문화창조융합본부)이 맡았다”며 “이승철 부회장은 모금 및 재단설립을 주도했고, 차은택 본부장은 재단운영인사 모집과 기획을 했다. 그런데 차 단장 위에 최순실이, 이 단장 위에 안종범 수석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특정 기획’에 의해 천문학적인 돈이 누구 집 개 이름 불리듯 쉽사리 형성되는 것을 보고 있자면 이 사회가 얼마만큼 자본의 논리에 잠식돼있는지 가늠이 됩니다. 그리고 인간적인 소외를 느낍니다.

“돈이면 다 된다”는 말은 분명 잘못된 논리입니다만, 어쩌면 우리는 그 문장의 완성에 알게 모르게 동참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보다 냉철한 눈이 필요해 보입니다.

dn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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