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대학생 92%, 국어 재교육 희망… “입시 교육의 현실”

기사승인 2016-10-05 07: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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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대학생 92%, 국어 재교육 희망… “입시 교육의 현실”

61%, 국어사용 중 어려움 호소

주도적 능력 배양 한계

[쿠키뉴스=김성일 기자] 직장인 한종수(가명·32)씨는 사내 보고서를 작성할 때마다 표현력의 한계를 느껴 스트레스를 받는다. 보고서 내용을 좀더 풍성하게 만들고 싶어 참고자료 등도 활용해보지만 적절한 어휘 선택 과정에서부터 발목을 잡힌다. 한씨는 “그간 수없이 보고서를 써왔지만, 스스로 만족스럽게 마무리한 보고서가 거의 없다”며 “지금 생각하면 학교에서 뭘 공부하고 배웠던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대다수의 직장인 또는 대학생이 실생활에서 자신의 국어 실력이 떨어져 재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잡코리아·알바몬이 직장인과 구직자, 대학생 2,381명을 대상으로 ‘국어 자신감과 필요성’에 대해 설문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92.6%가 국어실력 향상을 위해 공부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직장인 중에는 92.2%, 구직자는 93.7%, 대학생 91.8%가 스스로 국어실력이 나쁘다고 밝혔다.

자기소개서 또는 보고서·공문서 작성 등 실제 국어를 사용하던 중 어려움을 겪었던 적이 있다는 응답자도 61.2%로 과반수를 넘었다.

대학생 한세현(가명·22세)씨는 “어휘나 맞춤법 때문에 주춤거릴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라면서 “특히 논리나 추론을 요하는 리포트를 준비할 때면 더욱더 긴 시간이 소요된다”고 토로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대학교에 이르기까지 학교 교육을 통해 수년간 공부를 했어도 국어에 대한 자신감이 결여되는 이유는 입시에 맞춰진 국내 교육 환경에서 찾을 수 있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 교사는 “대입을 바라보며 시간표를 짜는 상황에서 깊이 있는 말하기, 쓰기 또는 토론 수업을 이어가는 것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중학생 김세훈(가명·16)군은 “토론이나 논술을 하긴 하지만 정작 국어를 공부한다는 생각보다는 시험을 대비한다는 생각이 크다”고 말했다.

애초부터 국어를 다지는 독서를 사교육으로 시작하는 어린이들도 적지 않다. 학교 안에서 부족하다고 판단하는 부분을 학교 밖에서 해결하고자 하는 부모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동은 국민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마치 길게 연결되는 파이프라인처럼 어릴 때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모국어로서 국어 수준을 꾸준히 키워나갈 수 있는 교육과정이 이어져야 한다”며 “이런 과정 속에서 학생들의 주도적 능력 배양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ivemic@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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