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극찬 받는 tvN 시상식이 빠뜨린 세 가지

기사승인 2016-10-10 14:3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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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쿡기자] 극찬 받는 tvN 시상식이 빠뜨린 세 가지

[쿠키뉴스=이준범 기자] 지난 9일 tvN 개국 10주년을 기념해 ‘tvN10 어워즈’가 열렸습니다. 지난 10년 간 눈에 띄게 성장한 tvN의 발자취를 되돌아보며, 지금의 tvN이 있게 만든 프로그램들의 공로를 치하하는 자리였습니다. 하지만 기존 시상식처럼 무겁고 진지한 분위기는 아니었습니다. 이날 참석한 다수의 출연자들은 수상 여부와 상관없이 축제에 온 듯 시상식을 즐겼습니다. 콘서트를 방불케 한 가수 싸이와 이문세의 축하 공연은 분위기를 더욱 뜨겁게 달궜죠.

이날 시상식을 지켜본 시청자들의 반응 역시 뜨거웠습니다. 4시간이란 긴 시간 동안 진행됐지만, 지루하지 않게 볼 수 있었다는 반응이 다수였습니다. 케이블 채널답게 지상파 방송국 시상식의 공식을 따라가지 않은 덕분입니다. 공동수상을 남발해 참석한 모두에게 출석상을 나눠주거나, 신인상-우수상-최우수상-대상으로 이어지는 틀에 박힌 수상 부문이 반복되는 장면은 볼 수 없었습니다. 엄숙한 분위기에서 지인들을 나열하는 지루한 수상 소감도 없었죠. 대신 독특한 수상 부문들과 진심이 담긴 수상 소감이 주를 이뤘습니다.

다양한 수상 수감 중 눈길을 끌었던 건 ‘코미디 여자상’을 수상한 개그우먼 안영미의 소감이었습니다. 무대에 오른 안영미는 “요즘 여러분들을 많이 웃겨드리지 못한 것 같아 너무 죄송했다”고 울먹이며 말했습니다. 이어 “오늘 개그맨 분들이 많이 오셨는데 카메라 한 컷을 안 잡더라”라며 “그래서 아까 너무 빈정이 상했었다. 개그맨들 좀 많이 잡아 달라”라고 말해 환호를 이끌어냈죠.

안영미의 말처럼 이날 시상식은 배우들을 위한 축제였습니다. 예능과 드라마 부문으로 나뉘어 시상이 진행됐지만, ‘예능대상’을 받은 이서진과 예능 부문 ‘PD’s 초이스상’을 받은 정상훈, 예능 부문 ‘메이드 인 tvN상’을 받은 손호준, 김슬기는 모두 배우였습니다. 예능 부문 ‘콘텐츠 대상’을 받아 무대에 오른 ‘삼시세끼-어촌편’의 차승원, 유해진, 손호준, 남주혁 역시 배우죠. 예능인이 받아야 할 큰 상을 배우들이 모두 가져간 것입니다.

배우들이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것은 최근의 추세입니다. 그들이 프로그램에 공헌한 바가 컸고 결과도 좋았기 때문에 수상에 문제가 있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하지만 동등한 자격으로 기분 좋게 시상식에 참석한 예능인들은 순식간에 배우들의 축제에 낀 들러리가 되고 만 것이죠.

축하 공연을 보거나 수상자들의 소감을 듣는 순간에도 카메라에 잡힌 건 대부분 배우들의 진지한 표정이었습니다. 가끔 예능인들에게 카메라가 비추면, 그들은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재치 있는 표정과 리액션을 선보이며 웃음을 만들어내기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레드카펫 진행을 맡은 박나래, 장도연을 비롯해 정성호, 양세찬, 이세영 등은 콩트를 펼치며 분위기를 띄웠지만 무관에 그치고 말았죠. ‘코미디 남자상’을 수상한 양세형 역시 시상식 내내 웨이터 복장으로 무대 아래에서 상을 전달하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남자배우상’을 수상한 이성민의 수상 소감 또한 의미심장했습니다. 이성민은 “‘미생’을 찍을 때 김원석 감독과 ‘시상식이 열리면 스태프들에게도 상을 줬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했다”며 “이 상의 영광을 모든 스태프 분들과 같이 하고 싶다. 10년 뒤에 또 시상식이 열린다면 그때는 스태프를 위한 상을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이성민의 말처럼 이날 시상식에서 작가나 감독, 촬영, 조명, 특수효과 등 스태프들을 위한 상은 없었습니다. 프로그램을 만든 감독, 작가가 배우들과 함께 테이블에 앉아있는 장면이 카메라에 잡혔지만, 대상을 받은 신원호 PD를 제외하면 그들은 한 마디도 할 수 없었죠. 그 외에 스태프들은 아예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스태프와 팀을 이뤄 함께 촬영했던 출연자들 입장에서는 뭔가 빠진 느낌이 드는 건 당연했을 겁니다.

최근 작품에 상을 몰아준 것 역시 아쉬움으로 남았습니다. 10주년을 기념해 열린 시상식이었지만 개국공신이라고 할 만큼 tvN에 큰 공헌을 했던 작품들은 눈에 잘 띄지 않았습니다. tvN 예능으로는 처음으로 사회적 화제를 불러일으킨 ‘롤러코스터’, 시즌4까지 제작되며 마니아층에게 어필했던 ‘더 지니어스’, 중견 배우들의 열연으로 호평 받았던 ‘디어 마이 프렌즈’는 고작 상 1개씩을 받는 데 그쳤습니다. 그밖에 ‘푸른 거탑’, ‘로맨스가 필요해’, ‘인현왕후의 남자’는 이날 주어진 50개의 상 중 하나도 받지 못했죠. 10년간 14시즌을 방송하며 tvN의 시작과 현재를 함께 하고 있는 ‘막돼먹은 영애씨’에게 본상과 개근상만 준 건 너무했다는 의견도 많습니다.

‘tvN10 어워즈’는 분명 특별했습니다. tvN이 그동안 눈부시게 발전할 수 있었던 저력이 어디에서 나왔는지 유감없이 보여줬죠. 안영미와 이성민의 거침없는 수상 소감 또한 편하게 즐기는 분위기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몇 가지만 더 챙겼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것도 사실입니다. 내가 좋아하는 예능인이나 배우가 들러리 서는 시상식을 지켜보고 싶어 하는 시청자는 없지 않을까요. bluebel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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