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휴식 없이 일해도 월급 17만5000원…반복되는 장애인 노동착취 해법은?

기사승인 2016-10-19 12: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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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쿡기자] 휴식 없이 일해도 월급 17만5000원…반복되는 장애인 노동착취 해법은?

[쿠키뉴스=이소연 기자] 근무지 토마토농장, 월급 17만5000원, 근무 시간은 해 뜰 때부터 질 때까지. 이런 노동조건 속에서 일하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겁니다.    

무려 13년간 장애인을 노예처럼 부린 악덕 고용주가 적발됐습니다.  

충북 충주경찰서는 18일 지적장애인에게 일을 시킨 뒤 임금을 제대로 주지 않은 혐의로 농장주 A씨(59)를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A씨는 지난 2004년부터 같은 마을에 사는 B씨(57·지적장애 3급)를 자신의 농장에서 일하게 했습니다. 그러나 13년 동안 지급한 임금은 단 2740만원에 불과합니다. 1년에 210만원, 한 달에 17만5000원이라는 돈을 주고 일을 시킨 셈입니다. 

심지어 A씨는 B씨가 다달이 모아온 장애수당 8600만원에도 손을 댔습니다.

같은 날 전북 김제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드러났는데요. 

지난 2003년부터 지적장애 3급인 전모(70·여)씨에게 식당일을 시키고 임금을 단 한 푼도 주지 않은 음식점 업주가 경찰에 붙잡힌 겁니다. 

업주는 경찰 조사에서 “오갈 데 없는 노인을 거둬 먹고 살게 해줬는데 월급을 줄 이유가 없었다”고 말해 사람들을 분노케 했죠. 

지적장애인에 대한 노동착취와 인권유린은 과거부터 있어왔습니다. 비슷한 범행 수법, 고용주들의 변명은 반복되는 레퍼토리 중 하나죠.

지난달에는 충북 청주시 청원구 내수읍의 한 타이어 수리점에서 22년간 지적장애인에게 무임금 강제노역을 시키고, 상습적으로 폭행한 업주가 고발됐습니다. 지난 7월에는 충북 청주 오창읍에서 ‘만득이’로 불리던 지적장애인이 19년간 강제로 축사 노역을 한 사건이 드러나 충격을 줬고요. 지난 2014년 전남 신안군 일대 염전에서는 63명의 사람들이 노예처럼 일 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비슷한 사건들이 반복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충청북도와 충주시는 만득이 사건 후, 장애인 노동착취와 학대 관련 전수조사를 벌였습니다. 당시 조사관은 토마토 농장 사건의 피해자인 B씨와 현장면담까지 진행했습니다. 그러나 “학대나 착취 정황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죠.  

이로 인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사건이 터질 때만 ‘수박 겉핥기’식의 전수조사를 벌여서는 안 된다. 주기적인 심층 조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악덕 고용주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도 문제로 지적됩니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지난 6일 광주고법 국정감사에서 “2014년 발생한 신안 염전노예 사건으로 실형을 선고받은 업주들이 항소심에서 잇따라 집행유예 처분을 받았다”고 비판했습니다. 

이는 장애인에 대한 노동착취와 인권유린이 범죄라는 인식을 약화시킬 수 있습니다. 피해자에게도 ‘신고해도 소용없다’는 좌절감을 안겨줄 수 있죠.   

지적장애인의 자립을 위한 사회적 기반이 약하다는 점도 이유로 꼽힙니다.

우리나라의 지적장애인은 사회의 일원이 아닌 보호 대상으로 여겨집니다. 취업을 위한 지원이 이뤄지고 있으나 아직 걸음마 단계에 불과합니다.    

선진국에서는 지적장애인의 자립을 위해 보조금을 지급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회적 기업 등을 설립하는 데 힘을 쏟고 있습니다. 일본의 경우, 지난 2005년부터 각 지역 기초자치단체들이 지적 장애인을 위한 ‘복지공장’을 설립해 보호와 자립, 취업을 지원하고 있죠.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돈 한 푼 받지 못한 채 과도한 노동에 시달리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제2, 3의 노예사건을 재차 되풀이하지 않기 위한 우리 사회의 각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soyeo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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