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간이식 전문가들 한국에 모인다

기사승인 2016-10-20 16:4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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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간이식 전문가들 한국에 모인다[쿠키뉴스=송병기 기자]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적인 간이식 전문가들이 한국에 모인다.

대한민국학술원은 오는 21일 오전 10시부터 학술원 대회의실에서 ‘간이식의 과거, 현재, 미래’ 주제로 제43회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학술대회는 대한민국학술원이 의약 분야 최초로 ‘한국 간이식’을 선정해 주목을 받고 있다.

학술대회에는 스티브 잡스의 간이식을 집도한 제임스 이슨(미국), 유럽에서 심장사 간이식을 최다 시행한 나이젤 히튼(영국), 아시아에서 최초로 간이식을 시행한 차오롱 첸(대만), 세계에서 생체 간이식을 최다 시행한 이승규(한국·사진) 박사 등 이식 분야 최고의 석학들이 학술원에 모여 한국의 선진 간이식술을 조명하고 향후 간이식 발전을 모색한다.

현대의학의 꽃이자 종합체로 불리는 생체 간이식 분야에서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최다 증례의 우수한 성적을 쌓으며 눈부신 성장을 이루기까지 국내 간이식 역사 30여 년의 경험을 뒤돌아본다.

또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간경화·간암 사망률 1위의 국내 상황에서 말기 간질환의 효과적 치료법이자 국제 표준치료법으로 자리 잡은 한국의 간이식을 공유하고, 뇌사자 장기기증 활성화 방안도 모색한다.

간암, 간경화 등의 질환으로 손상된 간을 전부 떼어내고 타인의 건강한 간을 옮겨 붙여주는 간이식은 1963년 미국의 의사 토마스 스타즐(Thomas Starzl)에 의해 처음 시작됐다. 국내에서는 1988년 서울대병원 김수태 교수팀이 만성 간부전에 이른 소녀에게 뇌사자 간이식을 처음으로 시행함으로써 간이식이 임상에 적용되기 시작했다.

특히 1994년에는 살아있는 사람의 간 일부를 떼어주는 ‘생체 간이식’을 서울아산병원 이승규 간이식팀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성공했다.

이후 뇌사자 장기 공급이 절대 부족한 국내 간이식 현실의 어려움을 해결하고자 생체 간이식을 집중 연구한 한국은, 지난 1999년 1월 서울아산병원 간이식팀이 간이식을 받는 환자에게 좌엽보다 크기가 더 큰 우엽의 간 기능을 극대화해 이식 수술의 성공률을 크게 향상시킨 ‘변형우엽 간이식’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또한 서울아산병원 간이식팀은 2000년 3월에는 세계 최초로 두 사람의 간 기증자로부터 간의 일부를 각각 떼어내 한 사람의 환자에게 옮겨 붙이는 ‘2대1 생체 간이식’이라는 이식 수술의 기증자 영역을 크게 확장시킨 고도의 수술법을 성공했다.

‘간이식의 과거, 현재, 미래’라는 주제로 진행되는 이번 국제학술대회는 세 개의 세션으로 구성된다.

첫 번째 세션은 ‘간 이식이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발표가 이뤄진다.

한광협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간이식의 인문학적 고찰’이란 주제를 통해, 간이식이 타인의 희생이나 죽음을 통해 새롭게 얻는 생명이란 점에서, 그 과정에서 겪는 정체성과 혼란에 대한 합리적 해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어 서경석 서울대병원 외과 교수는 ‘최고 기술 수준의 수술-간이식’을 발표한다. 간이식의 구체적 방법 등에 대해 설명하며 국내 간이식의 성적 및 전망을 짚어볼 계획이다.

두 번째 세션은 ‘간 이식 역사와 한국의 역할’이다. 김수태 서울대의대 명예교수가 ‘한국최초의 간이식’이란 발표를 통해 간이식 성공의 숨은 이야기와 이식학의 불모지였던 국내에서의 거듭된 노력을 전한다.

이승규 서울아산병원 외과 석좌교수(학술원 회원)는 ‘왜 한국이 생체 간 이식을 선도하는가’라는 주제를 통해 성인 생체 간이식의 신기술 개발 과정과 그 임상 결과를 전한다. 마지막으로 애플의 창업자인 고 스티브 잡스의 간이식 수술을 집도한 미국 메소디스트병원 이식연구소장 제임스 이슨(James Eason) 교수가 ‘간이식의 미래’에 대해 전한다. 지금까지 겪어온 간이식의 한계와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을 강구한다.

이승규 서울아산병원 교수는 “각 학문 분야 최고의 석학들이 모인 학술원 국제학술대회를 통해 국내 의학을 더욱 발전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최근 이식 대기자가 늘어남에 따라 뇌사 장기기증을 활성화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며, 나아가 세계 생체 간이식 분야를 선도하고 있는 한국의 이식 의학계를 더욱 발전시키고 이를 의료수출 등의 국가발전사업으로 육성하는 지원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songb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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