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최순실 게이트’가 예능·드라마에 미친 영향

기사승인 2016-11-03 11:2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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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쿡기자] ‘최순실 게이트’가 예능·드라마에 미친 영향

[쿠키뉴스=이준범 기자] 다수의 예능 프로그램과 드라마가 적극적으로 최순실 풍자에 나서고 있습니다. ‘최순실 게이트’가 정치적 사안을 보도하는 뉴스와 시사 프로그램 뿐 아니라, 방송계 전체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황입니다.

첫 테이프는 MBC ‘무한도전’이 끊었습니다. 지난달 29일 방송된 ‘무한도전’은 우주 체험을 하는 그래비티 특집으로 수백 개의 헬륨 풍선을 달고 공중으로 떠오르는 내용을 방송했죠. 그 과정에서 ‘온 우주의 기운을 모아서 출발’, ‘상공을 수놓는 오방색 풍선’, ‘끝까지 모르쇠인 불통왕’ 등의 자막이 달렸습니다.

이 중 오방색 풍선은 2013년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 행사에 등장한 오방낭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오방낭은 최순실의 태블릿 PC에서 관련 파일이 발견돼 국정에 깊숙이 개입했다는 증거 중 하나로 지목된 상황입니다. 또 멤버들이 이야기하던 중 “온 나라에 웃음꽃이 피었다”는 박명수의 말에 ‘요즘 뉴스 안 보시는 듯’이라는 자막이 달리기도 했죠.

다음날 방송된 SBS ‘런닝맨’도 적극적으로 풍자에 뛰어들었습니다. ‘나는 주인, 너는 아바타’ 특집으로 진행된 이날 ‘런닝맨’에서는 ‘간절히 먹으면 온 우주가 도와 그릇을 비워줄 거야’, ‘실제로 참 순하고 실한데’, ‘이 하우스의 실세는 난데’ 등의 자막이 등장했습니다. 또 게스트로 출연한 김준현을 ‘순하고 실한데’라고 표현해 최순실의 이름을 연상케 했고, ‘이 구역의 비만실세는 나야’라며 비선실세 논란을 비꼬기도 했죠.

드라마도 가만히 있지 않았습니다. 같은 날 방송된 MBC 주말드라마 ‘옥중화’에서는 아예 오방낭이 직접 등장했습니다. 정난정(박주미)을 제거하기 위해 종금(이잎새)은 무당을 찾아가는 내용이 다뤄졌습니다. 종금을 향해 무당은 오방낭을 건네며 “이게 오방낭이라는 거다. 복주머니에 든 부적이 작은 마님을 큰 마님으로 만들어 줄 거다. 간절히 바라면 천지의 기운이 마님을 도울 거다”라고 말했습니다.

케이블채널 tvN 역시 최순실 풍자에 동참했습니다. 지난달 31일 첫 방송된 ‘막돼먹은 영애씨 15’에서는 주인공 영애(김현숙)가 제주도 승마장에서 만난 사기꾼을 말을 타고 그를 추적하는 장면이 전파를 탔습니다. 이 장면에서 ‘말 타고 ‘이대’로 가면 안 돼요’, ‘말 좀 타셨나 봐요?’, ‘리포트 제출 안 해도 B학점 이상’이라는 자막이 달렸습니다. 승마선수로 부정입학 의혹을 받은 최순실의 딸 정유라를 풍자한 것이죠.

최순실의 국정 농단 파문은 전 국민의 분노를 이끌어냈습니다. 대통령의 탄핵과 하야를 외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거리에서 울려 퍼지고, 최순실에 관련된 충격적인 뉴스도 매일 새롭게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미 최순실 관련 이슈가 최신 트렌드가 된 만큼 방송사 제작진도 손 놓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겠죠.

지난 주말 방송된 프로그램들의 최순실 풍자는 대부분 자막으로 이뤄졌습니다. 이미 촬영한 분량을 바꿀 수는 없기에 후반 작업으로 덧붙여진 자막으로 대신한 것이죠. 최순실 파문이 일주일이 넘게 지속되고 있는 만큼 앞으로 촬영될 예능·드라마는 더 적극적으로 현실을 풍자할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요. bluebel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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