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두 번의 사과 그 후, 박근혜 대통령이 밝혀야 하는 것

기사승인 2016-11-04 16: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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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쿡기자] 두 번의 사과 그 후, 박근혜 대통령이 밝혀야 하는 것[쿠키뉴스=이소연 기자] 벌써 두 번째입니다. 최순실씨 국정농단 의혹과 관련, 박근혜 대통령이 재차 대국민담화를 발표했습니다. 

박 대통령은 4일 오전 10시30분 청와대 춘추관에서 “이루 말할 수 없는 큰 실망과 염려를 끼쳐드린 점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이번 일의 진상과 책임을 규명하는 데 있어서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필요하다면 검찰의 조사에 성실하게 임할 각오이며, 특별검사에 대한 수사까지도 수용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지난달 25일 담화에 이어 다시 최씨에게 도움을 구한 경위도 언급됐는데요. 

박 대통령은 “청와대에 들어온 이후 혹여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지는 않을까 염려하여 가족 간의 교류마저 끊고 외롭게 지내왔다”며 “홀로 살면서 챙겨야 할 여러 개인사를 도와줄 사람조차 마땅치 않아서 오랜 인연을 갖고 있었던 최씨의 도움을 받게 되었다”고 설명했죠.  

온·오프라인에 떠도는 추문을 의식한 듯 이에 대한 해명도 있었습니다. 

그는 “제가 사이비 종교에 빠졌다거나 청와대에서 굿을 했다는 이야기까지 나오는데 이는 결코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며 울먹였죠. 

그러나 여론은 싸늘했습니다. 

야당은 “앞서 1차 회견 때 부족했던 진정성과 수사를 받겠다는 정도가 추가됐을 뿐, 이번 사태의 책임자가 대통령이라는 점은 전혀 드러나지 않았다” “분노하는 민심에 대한 대답이 전혀 되지 못했다” “또 다른 세 번째 대국민 사과를 요구하는 단초를 제공했다” 등의 반응을 내놨죠. 

여당인 새누리당에서도 “‘친박 해체’ 정도의 진정 어린 용서가 빠져 공감을 이뤄내지 못했다” “책임총리제 등 대통령 권한을 내려놓는다는 말이 없어 아쉬움이 남는다”고 지적했습니다.

네티즌의 반응 역시 부정적이었는데요. 

박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관련 기사에는 “보면서 기가 막히더라. 정작 울고 싶은 사람이 누군데” “외로우면 무당한테 국정 넘기나” “가식의  울먹임, 그것으로 국민들의 피멍든 가슴을 못 메꾼다” “그냥 하야해라. 국정 공백 문제없다” 등의 댓글이 달렸습니다. 

국민이 진짜 듣고 싶어 하는 것은 박 대통령의 사과가 아닌 사과 그 후의 이야기입니다.  

박 대통령은 이날 담화에서 “현재 검찰의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구체적인 내용을 일일이 말씀드리기 힘들다”며 진상규명을 차후로 미뤘습니다.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일 대통령의 ‘사라진 7시간’ 행적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 없이 굳게 입을 닫았습니다.  

대선 공약이었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통일은 대박”이라며 남·북한 교류 노력을 꾀하던 ‘드레스덴 연설’은 간데없이 갑작스레 개성공단을 폐쇄한 경위도 소명되지 않았습니다. 돌발적인 대통령의 대북정책이 최씨의 영향이라는 의혹이 퍼지고 있죠. 

대기업들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기금을 출연한 뒤 무엇을 얻었는지도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지난 2일 부영그룹이 K스포츠재단에 기금을 내는 대신 세무조사를 무마해달라고 안종범 청와대 전 정책조정수석에게 부탁한 정황이 포착됐습니다. 대기업이 가져갔을 혜택에 대해 각종 추측만 난무하는 상황입니다. 

대통령이 최씨의 청와대·공직 인사 개입을 어디까지 허용했는지, 국정의 어느 부분까지 최씨에게 의존했는지 등 대국민담화로는 아무런 해답을 얻을 수 없었습니다.

검찰의 수사 결과를 통해서만 이에 대한 대답을 들을 수 있는 걸까요? 

일각에서는 검찰에 대한 인사권을 쥐고 있는 현직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어불성설이라는 의견도 제기하고 있습니다. 꼬리 자르기식으로만 수사가 이뤄질 것이죠.

결국 대통령이 밝히지 않는 이상 위의 질문에 대한 답을 듣기 어렵다는 의견이 중론입니다. 

지난달 29일에는 비선실세 국정농단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과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는 촛불집회에 2만여명의 시민이 운집했습니다. 전국의 대학을 비롯해 학계와 노동·언론·문화·예술계 등 다양한 단체에서 시국선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오는 12일 열릴 민중총궐기에는 약 20만명의 참가가 예상되는 상황입니다. 

들끓는 민심을 잠재우기 위해 필요한 단 한 가지는 국민 앞에 모든 것을 밝히겠다는 대통령의 결단이 아닐까요?

soyeo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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