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음악인 2200명 시국선언… 최순실 풍자곡도 등장

기사승인 2016-11-09 12:5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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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뉴스=이준범 기자] 국악부터 성악, 인디 밴드까지 다양한 장르의 음악인 2200명이 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음악인들도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생각에 최순실 게이트 관련 인물들의 처벌과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고 나선 것이죠. 현 사태를 풍자하는 신곡도 하나 둘 발표되고 있습니다. 

밴드 시나위 신대철을 비롯해 가수 권진원, 재즈가수 말로, 밴드 브로콜리너마저의 윤덕원, 힙합 가수 MC메타, 국악 작곡가 원일, 성악가 이재욱 등 60여명의 음악인들은 8일 오전 11시 서울 세종대로 광화문광장에서 음악인 2200여명이 연명한 ‘민주공화국 부활을 위한 음악인 시국선언’을 발표했습니다. 이는 2009년 이명박 정권을 규탄하는 음악인들의 시국선언 당시 700여명이 참여했던 것보다 3배 커진 규모입니다.

이들은 시국선언문을 통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드러난 대한민국의 실상은 처참하다”며 “민주공화국은 박근혜 최순실 세력에 의해 철저히 유린당했으며 그 실체를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다. 우리가 민주공화국에 살고 있다는 믿음은 완전히 짓밟혔다”고 외쳤습니다.

또 “우리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나라의 어떤 것도 믿기 어려울 만큼 충격에 빠졌다”며 “그럼에도 박근혜-최순실-새누리당-정부는 여전히 진실을 숨기고 꼬리를 잘라 위기를 모면하려 한다. 우리는 우리의 요구가 받아질 때까지 모든 시민들과 함께 연대할 것이며 진정한 민주공화국이 세워질 때까지 멈추지 않을 것이다”라고 선언했습니다. 이어 김광석의 ‘나의 노래’를 함께 열창하기도 했죠.

음악인들의 시국선언이 첫 발을 뗀 건, 박근혜 대통령이 신임 국무총리를 지명하는 등 기습 개각을 단행한 지난 2일이었습니다. 대중음악평론가 서정민갑, 국악인 최용석, 대중음악인 이광석, 손병휘, 정민아, 황경하, 작곡가 신동일, 황호준 등이 SNS에 ‘음악인 시국선언’ 페이지를 개설해 음악인들의 서명을 받기 시작한 것이죠. 이 페이지는 하루 만에 1400여명이 동참할 정도로 뜨거운 반응을 일으켰습니다.


현 상황을 풍자하는 음악인들의 신곡 발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래퍼 디템포가 지난달 27일 공개한 신곡 ‘우주의 기운’은 2주 만에 유튜브 조회수 12만뷰를 돌파했습니다. ‘우주의 기운, 나도 좀 주라’라고 시작하는 이 곡에서 디템포는 박근혜 대통령을 ‘아바타’에 비유하거나, ‘독일로부터의 신탁을 기다리는 안드로이드 봇’이라고 비유하는 등 신랄한 비판을 랩에 담았습니다. 

디템포 외에도 래퍼 제리케이는 자신의 곡 ‘하야해(HA-YA-HEY)’에서 “가만 못 있겠어, 하야해, 이젠 가야 해”라고 내뱉었습니다. 밴드 그리고너악단은 신곡 ‘순실게이트’에 “왕정국가라면 신정국가였다면, 모든 게 평범했을 텐데“라는 가사를 담았죠. 풍자곡의 장르가 힙합과 록에만 국한된 건 아닙니다. 소리꾼 최용석은 “나라의 이름을 헬조선으로 개명하고 순실여왕이 되었구나”라는 가사를 담은 시사 판소리 ‘순실가’를 유튜브에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각계각층에서 일어난 시국선언이 음악계까지 전파됐습니다. 지금의 국면이 수습되지 않고 앞으로도 이어진다면, 다음 차례는 영화계나 미술계, 출판계가 될 지도 모르죠. 최순실의 국정 농단으로 시작된 박근혜 게이트의 폭발력이 예술가들에게 영향을 미칠 정도로 컸다는 얘깁니다.

시국선언에 동참한 음악인들은 오는 12일 서울 시청 앞 광장에서 열리는 대규모 촛불집회에 참석해 본격적인 행동에 나설 예정입니다. bluebel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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