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여성으로서 사생활’

기사승인 2016-11-16 11:3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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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쿡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여성으로서 사생활’[쿠키뉴스=민수미 기자] “대통령이기 전에 여성으로서의 사생활이 있다는 점도 고려해달라”

박근혜 대통령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유영하(55·사법연수원 24기) 변호사가 의미심장한 발언을 남겼습니다. 

유 변호사는 15일 오후 3시20분 서울고등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비선 실세’ 최순실(60)씨의 국정 농단 의혹과 관련, 검찰의 대통령 조사에 대한 입장을 설명하기 위해서입니다.

유 변호사는 이날 “대통령은 그동안 개인적 부덕의 소치로 주변인 관리 못해서 엄청난 국정혼란 초래한 것에 국민 질책 분노에 책임을 통감하며 비난 질책받아 들여왔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선의로 추진한 일이고 그로 인해 긍정적 효과가 작지 않았음에도 가슴을 아파한다”며 “온갖 의혹 사실로 단정하고 매도되는 것은 안타까운 심정이지만 성실하게 수사 협조해 진실 밝힐 것”이라고 덧붙였죠.

그는 또 “언론인 기자 여러분께 간곡한 부탁을 한다. 최순실 사건으로 혼란 야기되고 국민이 분노하고 실망한 것에 변호인인 나도 안타깝다. 다만 변호인으로 변론 준비에 치중해야 하므로 언론과 소통하기 힘들 때가 있을 것이다. 미리 이 자리 빌어 양해 바란다. (박 대통령이) 대통령이기 전에 여성으로서의 사생활이 있다는 점도 고려해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여기서 ‘여성으로서의 사생활’이라는 말이 던지는 의미는 단순해 보이지 않습니다. 그저 박 대통령을 비호하기 위한 유 변호사의 자의적 해석이라 보기엔 의문이 적지 않다는 지적입니다. 최태민씨와의 스캔들이나 보톡스 시술 등의 의혹을 방증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유 변호사의 발언은 다른 의미로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여성을 특별히 보호받아야 하는 존재로 해석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여성의 권리를 위해 노력해 온 사람들에게 누가 되는 언사’라는 비판이 이어졌습니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SNS를 통해 “대통령으로서 법을 위반한 수사를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 여성으로서의 사생활을 고려할 지점이 무엇인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또 여성을 약하고 배려받아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는 성차별적이고 성별 고정관념을 강화하는 발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네티즌들은 역시 “여성으로서의 사생활이라니. 얼마나 많은 여자가 ‘쟤는 여자라서’라는 편견에 맞서 노력하며 사는데. 너무 모욕적이다” “수많은 여자들이 출산, 육아휴직 등을 보장받지 못하거나 눈치와 비난의 대상이 되는 동안, 대통령은 ‘여성으로서의 사생활’을 핑계로 책임 추궁에서 빠져나갈 생각을 한다” “여자로서 챙겨야 할 일들에 사사로운 도움을 받았고, 여성으로서의 사생활이 있으니 공무상의 과실을 묻지 말라?” “이런 말이나 들으려고 그동안 여성으로 살았나 싶다” 등의 의견을 보였습니다.

국민이 기다려 온 박 대통령의 선택은 ‘여성’이라는 프레임 속에 숨는 게 아닙니다. 제기된 모든 의혹 역시 사생활로 치부하기에 심각한 문제가 있습니다. 공정한 수사에 여자, 남자 그리고 공과 사의 구분이 없다는 건 상식이겠죠.  

mi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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