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맹탕 된 최순실 청문회, 날 선 질문은 어디 갔나

기사승인 2016-12-08 15:2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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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쿡기자] 맹탕 된 최순실 청문회, 날 선 질문은 어디 갔나[쿠키뉴스=이소연 기자] “모른다” “기억나지 않는다” “잘 알지 못한다”

7일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국정조사)에 출석한 증인들 대부분은 국회의원들의 질문에 모르쇠로 일관했습니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의원들의 집중포화에도 최순실씨 등 민간인이 국정에 개입했다는 사실을 일절 몰랐다는 태도를 고수했습니다. 세월호 참사 당시 미용사가 청와대에 출입해 박근혜 대통령의 머리를 손질한 사실을 알고 있었냐는 질문에도, 대통령의 알려지지 않은 ‘7시간 행적’에 대해서도 “알지 못한다”는 말만 반복했습니다.

심지어 그는 이번 국정농단의 중심인물인 최씨의 존재 자체를 “지난 10월 전에는 알지 못했다”며 부인했습니다. 과거 최씨 일가의 전횡과 최씨의 이름이 언급된 자리에 김 전 비서실장이 참석했다는 영상이 증거로 제시되자 “죄송하다. 최순실이라는 이름은 이제 보니 제가 못 들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황급히 말을 바꾸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끝끝내 “최씨와의 접촉은 없었다”고 강조했습니다. 

최씨의 체육계 농단을 도왔다고 알려진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도 “말씀드리기 적절하지 않다” “검찰 조사가 진행 중이라 밝힐 수 없다”며 진실을 털어놓지 않았습니다. 최씨를 알게 된 경위와 누구의 지시로 최씨의 딸인 정유라를 비호했는지 등은 하나도 해소되지 못했습니다. 

최씨 일가 중 유일하게 국정조사에 참석한 장시호씨 역시 반드시 해명이 필요한 질문에 대해서는 대답을 피했습니다.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공금 횡령 의혹 등을 묻자 장씨는 “검찰에서 다 말씀드렸다”며 답변을 마쳤습니다. 그는 “이모인 최씨가 지시하면 따를 수밖에 없었다”며 국정조사에 불출석한 최씨에게 모든 책임을 돌리기도 했습니다. 

결국 이번 청문회에서 박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당일 7시간 행적, 국정농단의 지시자 및 연루자 등 국민이 알아야 하는 진실은 규명되지 못했습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뻔뻔한 증인들의 태도도 문제지만 의원들의 질문도 날카롭지 못하다”는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새누리당 이완영 의원은 증인의 무성의한 답변에 추궁이 아닌 수긍으로 일관해 질타를 받았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지원 받은 돈은 제 목적대로 쓴 것이냐”는 이 의원의 질문에 장씨가 “그렇다”고 대답하자, 이 의원은 바로 “네”라며 수긍하는 모습을 보였죠. 최씨의 측근으로 알려진 고영태 전 더블루케이 이사에게 질의하는 과정도 비슷했습니다. 이 의원은 고씨가 여러 의혹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고 답변하자 “네”라고 말하며 더 이상 질문을 이어가지 않았습니다. 

다른 의원들 역시 앞선 질문 내용을 반복하거나, 호통을 치며 증인의 말을 자르는 등의 태도로 보는 이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습니다. 

여·야 의원 모두 진상 규명을 위해 국정조사에 적극적으로 임하겠다고 했으나 준비된 자료가 부족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의원들이 제시한 증거들이 증인의 “기억나지 않는다”는 답변에 무너질만큼 허술했다는 겁니다. 김 전 비서실장이 최씨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는 사실을 실토하게 만든 영상은 네티즌의 제보가 없었다면 증거로 제시되지 못했을 것입니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전두환 전 대통령 정권의 정경유착 비리를 규명하기 위한 청문회에서 재벌 총수들에게 날카롭고 거침없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에게서 “칼 든 강도(전 전 대통령)에게 (돈을) 빼앗겼다”는 답변을 받아내며 정경유착의 실체를 국민에게 명확하게 알렸습니다.       

오는 14일과 15일 3·4차 청문회가 예정돼 있습니다. 이번에는 증인들의 허를 찌르는 ‘송곳 질문’과 속 시원한 답변들을 기대해도 좋을까요?

soyeo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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