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박사모보다 나쁜 년들” 중식이밴드의 태도는 옳은 것일까

기사승인 2016-12-13 16: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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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쿡기자] “박사모보다 나쁜 년들” 중식이밴드의 태도는 옳은 것일까[쿠키뉴스=이은지 기자] “박사모보다 나쁜 년들….”

지난 7일 오전 2시 인디밴드인 ‘중식이밴드’의 리더 정중식(34)씨가 자신의 SNS에 남긴 글입니다. 그가 지칭한 ‘박사모보다 나쁜 년들’은 누구일까요. 놀랍게도 페미니스트들입니다.

중식이밴드는 빈곤한 노동계층, 그 중에서도 남성 청년들을 대변하는 노래들로 주목받으며 지난 3월 정의당과 총선 홍보협약을 맺었습니다. 그러나 중식이밴드의 몇몇 노래가사들이 여성혐오를 나타내고 있다는 지적을 받으며 정의당은 여성혐오를 옹호하느냐는 논란에 휘말렸고, 정 씨는 “사회적 약자인 여성을 고려하지 않은 점, 남녀가 느끼는 사회적 갈등을 각각 동등하게 배분하지 않았던 점, 사회적 갈등을 가지고 있는 여성의 예로 성노동자만을 선택해 가사를 만든 점” 등에 대해 사과했습니다.

사태가 불거진 것은 7일부터입니다. 정중식씨는 이날부터 지난 12일까지 여러 차례에 걸쳐 자신의 SNS를 통해 자신의 처지에 대해 비관하는 글을 남겼습니다. “박사모보다 나쁜 년들”이라고 불특정다수를 칭한 정 씨는 이어 “행사 측에 중식이밴드 왜 섭외했냐고 압박한 분들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이제는 밥그릇까지 뺏으려 한다. X같네”라고 밝혔죠. 이어 “보통 남자는 보편적이란 이유로 욕을 먹는데 그 이유가 지질해서라더라. 돈 없고 자기 집 없고 직업도 구리고 가끔 리벤지 포르노를 보는 아주 보편적인 지질한 남자”, “보통 젊은 남자는 월 200(만원) 이상 못 버는데 월세, 세금 밥값을 하고 남은 돈을 보통 술값에 쓴다. 가끔 소장님이 노래방 도우미도 부른단다”며 자신이 ‘보통 남자’들을 대변할 뿐 여성혐오는 아니라는 취지로 항변했습니다. 

또 “아무리 생각해도 늬들은 나쁜 진보인 것 같다”며 “자신들도 정리되지 않은 페미니즘을 내가 앨범을 낸다는 이유로 공인도 뭐도 아닌 나에게 강요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외에도 정 씨는 앞서 정의당 논란 이후로 행사 등지에 출연이 가로막혀 생계를 이어가기가 힘듦을 직접적으로 호소했습니다. 지난 10일 자신의 글을 비판한 페미니스트의 글을 자신의 SNS에 공유하며 개선의 의지를 보였지만, 이후 다시 ‘영업방해’는 하지 말아달라, 자신은 공인이 아니라며 페미니즘에 자신의 빈곤 원인을 몰아가기도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듣기 싫은 노래가 나오면 끄면 되지만 영업방해는 하지 말아 달라. 불매운동 할 것은 삼성, 다이소, 조선일보, 유니클로 등등 많다”고 덧붙였죠. 

그러나 정 씨가 알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중식이밴드는 공인은 아니지만 유명인이라는 사실입니다.  중식이밴드는 앞서 2015년 ‘슈퍼스타 K7’ TOP10에 진출하며 이름을 알린 밴드입니다. 이후 인기를 누리며 행사 등지에 출연하며 수입을 얻었죠. 분명한 사회적 영향력을 가지고 있고, 그 영향력이 수입에 직결된 케이스죠. 

문제는 그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정 씨의 태도입니다. 노래방 도우미를 불러 성매매를 하고 리벤지 포르노, 즉 ‘몰카’를 보는 범죄행위를 ‘보통 남자’로 규정하며 엄연한 범죄행위를 모든 남성이 한다는 전제 하에 자신의 가사를 합리화하고 있죠. 심지어 ‘남들이 다 하니까 그것은 평범한 것’이라며, 성범죄를 소비하지 않는 남성들까지 ‘보통’이라는 말 아래 범죄자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공인은 아니지만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이가 옳지 않은 발언을 했을 때, 그 여파는 상상하지 못할 만큼 큽니다. 이에 관해 ‘고쳐달라’ 혹은 ‘페미니즘에 관해 공부해달라’라는 페미니스트들의 조언은 오히려 유한 것이 아닐까요.

네티즌들 또한 중식이밴드의 문제점을 지적했습니다. 프로레슬러 김남훈씨는 “리벤지 포르노는 오직 한 사람의 인생을 철저히 파괴하겠다는 못난 놈의 비열함과 저열함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라며 “인격살인 영상이라던가 명칭도 바꿔야 한다. 그거 (단순히)야한 동영상이 아니다”라고 정 씨에게 조언했죠. 

정 씨의 빈곤은 과연 페미니스트 때문일까요? 성매매는 보통 남자들은 다 하는 것이고, 그것이 대한민국의 평균으로 규정되는 것이 옳은 일일까요? 페미니스트와 ‘박사모’는 함께 묶일 수 있는 성격일까요? 작품을 만든 아티스트가 자신의 윤리의식을 담은 작품으로 평가받고, 그 평가에 따라 수입이 갈리는 것은 나쁜 일일까요, 옳은 일일까요?

onbge@kukinews.com / 사진=중식이밴드 SN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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