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안해서합니다] 정유라 대리 의혹 시험문제 풀어보기

기사승인 2017-01-03 21:4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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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뉴스=이승희, 심유철 기자] ‘국정농단’ 혐의로 구속기소 된 최순실(61)씨 딸 정유라(21)씨의 대리시험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정씨는 지난해 6월 이화여자대학교 디지털미디어학부 류철균(51·필명 이인화) 교수의 ‘영화 스토리텔링의 이해’ 강좌를 수강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은 “시험 기간 해외에 체류했던 정씨가 어떻게 시험에 응시했겠나”라며 의문을 표했습니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해 11월 ‘정유라 특혜의혹 관련 이화여대 감사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교육부에 따르면 정씨는 2015년 1학기부터 2016년 여름학기까지 총 8과목 수업에 단 한 번도 출석하지 않았습니다. 즉, 정씨는 수업을 듣지도 않고 시험에 통과하는 기적을 보여 준 셈이죠. 

기자는 대학 시절 놀면서 ‘A학점’을 받는 꿈을 꾸곤 했습니다. 물론 이루어진 적은 없습니다. 하지만 정씨를 보니 막연한 꿈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도전했습니다. 정씨처럼 수업을 듣지 않고 문제를 풀어보는 거죠(실은 선배가 시켰어요. 사회 초년생의 삶이란 게 그렇더라고요. 눈물이 앞을 가리는데, 잠시 코 좀 풀어도 될까요.)

시험지를 구하기 위해 정씨의 답안지를 공개했던 김 의원실에 전화했습니다.

“문제의 시험지, 저희도 한번 풀어보고 싶은데요.” 

“호호호, 알겠습니다. 바로 보내드릴게요.”

김 의원실 관계자의 웃음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들려왔습니다. 이런 요구를 한 매체는 저희가 처음이라는 것을 직감했죠. 드디어 자료가 왔습니다. 자, 쿠키뉴스가 입수한 문제지를 함께 풀어볼까요?

응? 잠시만요, 정말 정씨가 풀었던 시험문제가 확실합니까? 기자는 두 눈을 의심했습니다. 비싼 돈 들여 라섹 수술까지 받았는데 왜 문제가 읽히지 않는 걸까요. 시력 문제가 아닌가 봅니다. 그 돈으로 학원이나 다닐걸. 1번부터 어렵습니다. 안 되겠네요. 우선 단답식으로 넘어가겠습니다.

2번 문제는 영화 ‘타이타닉’ 입니다. 명작이죠. 아는 영화가 나오니 자신감이 샘솟네요. 쿠키뉴스 인턴을 시작하기 전과 같은 설렘도 느껴지고요. 훗. 그럼 자신 있게 2-1번을 풀어볼까요?

…생각보다 어렵네요. 어쩔 수 없죠. 2-2번 문제로 넘어가겠습니다.

어머, 너무 생소하네요. 다음 문제로 넘어…

다음……

넘어………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고 누가 그랬나요? 둘이 머리를 맞대도 모르겠습니다.

논란을 일으켰던 ‘아토포스’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타인으로부터 이해받기를 거부하고 금지된 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저지르기에 예측하고 규정할 수가 없는 ( ⑫ )의 성격을 갖는다’의 답이 ‘아토포스’라네요. 한 사람은 ‘마이웨이’로, 다른 사람은 ‘이기적인’으로 적었는데 말이죠. 부끄럽습니다. 

[아무도안해서합니다] 정유라 대리 의혹 시험문제 풀어보기

정씨의 답안지를 볼까요? 아토포스에서 가운데 두 글자의 순서가 바뀐 ‘아포토스’가 적혀있네요. 오답임에도 불구하고 동그라미가 쳐져 있습니다. 

해당 시험지는 저희가 속한 기획취재팀을 비롯해 타부서 기자들에게도 배부됐습니다. 많은 기자가 답을 적지 못했습니다. 박모 기자는 어려웠는지 인터넷에서 정씨의 답안지를 몰래 찾아보더군요. 

대중에게 익숙한 영화들로 구성된 문제였지만, 난이도는 높았습니다. 수업을 듣고 공부한 사람이 아니면 엄두도 못낼 답 또한 많았습니다. 정씨는 어떻게 14문제 중 10문제를 맞출 수 있었을까요. 우주의 기운을 받았던 걸까요. 어쩌면 제기된 의혹처럼 누군가 정씨 대신 시험을 치렀을지 모를 일이죠.

한편 류 교수는 정씨의 답안을 조교에게 대신 작성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3일 오후 박영수(64·사법연수원 10기) 특별검사팀에 소환됐습니다. 특검팀에 의해 진실이 밝혀질 날도 머지않아 보입니다. 

aga4458@kukinews.com, tladbcjf@kukinews.com/ 사진=박효상 기자 tina@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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