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교육부, 떳떳한 교과서를 만들라

기사승인 2017-02-05 17: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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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교육부, 떳떳한 교과서를 만들라

[쿠키뉴스=김성일 기자] 집필 과정에서 국민 반대 여론에 등을 돌려 뭇매를 맞은 국정 역사교과서가 이제는 단순 오류를 넘은 부실 제작 논란까지 불렀다. 지난달 31일 공개된 최종본은 온 국민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숱한 쟁점을 양산하며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든 정부의 산물이었다. 교육부는 검토, 수정 및 보완 작업 등을 거쳐 완성도를 높였다며 국민 앞에 교과서를 펴보였다.

그러나 오류는 실타래에서 실 풀리듯 쉽게 드러났다. 국정 고교 한국사 교과서는 208쪽에 실은 사진을 놓고 ‘도산 안창호 선생이 1912년 대한인 국민회 중앙 총회를 설치하고 초대 회장으로 취임했다’고 전했다. 이에 전국역사교사모임은 “해당 사진은 1912년 사진이 아닌, 1915년 하와이 지방총회 당시 찍은 사진이며, 안창호는 초대 회장도 아니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교육부와 국사편찬위원회는 최종본 공개 하루 만인 1일, 급히 관련 내용을 바로잡겠다고 밝혔다.
 
전국역사교사모임을 비롯한 7개 단체가 모여 만든 역사교육연대회의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국정 역사교과서 최종본 가운데 중학교 역사1과 역사2를 제외한 고교 한국사 한 권에서만 발견된 오류가 653건에 달한다. 확인된 오류는 고대사부터 현대사까지 다양하다. 발생 연도, 날짜를 틀리거나 오래전 폐기된 학설을 쓰는 등 기초적 오류가 수두룩했다. 특히 항일운동에 대해 사실과 다른 내용을 담았거나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을 미화하고 왜곡한 편향된 사례도 잇따라 도마에 올랐다. 이대로라면 중학교 역사교과서들 또한 오류 천지일 것이 뻔하다.

학계에서는 이를 두고 그야말로 정부의 입맛에 맞는 방식으로 서술됐다는 반응이다. 이준식 교육부 장관은 지난해 11월 28일 현장검토본을 내놓으며 “역사적 쟁점에 대해 균형 있게 서술했다”고 강조했다. 무색한 말이다. 교육부는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정통성을 부정하지 않는다고 주장하지만, 최종본에 담긴 임시정부의 활동마저 틀렸다. 5·18 민주화운동 당시 옛 전남도청 앞을 비행하던 헬기 사진을 삭제해 공분을 사기도 했다.

재작년 10월 12일, ‘국정화 불가피성’을 피력한 직후부터 교육부는 쉴 새 없이, 기민하게 움직였다. 첩보작전을 연상케 할 정도로 기밀을 유지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국정화 확정 고시, 집필진 구성, 현장검토본에 이은 최종본까지 속전속결의 연속이다. 학계나 시민단체, 국민 요청에는 귀를 닫고 잡힐세라 노골적으로 내달렸다. 그리고 최종본이란 봇짐을 털썩 내려놓고는 학교 현장으로 다시 발길을 재촉한다. 숱한 ‘폐기 촉구’ 딱지를 매단 책을 거머쥐고 학생들에게 향한다.

‘교과서가 공개되면 논란은 사라질 것’이라던 이 장관의 주장은 개인의 소명에 그쳤다. 국가 교육정책을 추진하는 주무부처 장의 공식적인 발언을 두고 각계각층의 비판과 우려는 오히려 더 치솟는 모양새다. 국정 교과서 최종본의 오류를 짚어낸 역사교육연대회의는 “더 이상 ‘빨간펜’ 노릇을 하지 않겠다”며 오류 중 일부만을 공개했다. 그러면서 “교육부가 지금이라도 국·검정 혼용 방침을 중단하라”고 요청했다. 4일 시민들은 촛불을 다시 들고 일어서 국정교과서 강행을 규탄했다. 결국 피해를 입는 대상은 학생들이며, 사회적 혼란이 가중될 것이란 외침에 정부는 귀를 여는 기본적 자세를 가져야 한다. 교과서 폐기를 막는 것보다 중요한 건 떳떳한 교과서를 내놓는 일이다.

ivemic@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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