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유승민 ‘은행 칼퇴근’ 공약…업권 현장 모르는 소리

기사승인 2017-02-11 11: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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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유승민 ‘은행 칼퇴근’ 공약…업권 현장 모르는 소리[쿠키뉴스=송금종 기자] 바른정당 대선주자인 유승민 의원이 공약으로 내건 이른바 ‘칼퇴근 보장법’이 화제가 되고 있다. 정시 퇴근 준수와 퇴근 후 업무지시 제한이 핵심인 이 법안은 근로시간을 개선해 청년실업과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자는 취지를 담고 있다. 유 의원의 공약은 야근과 실적압박에 시달리는 금융권 노동자들의 지지를 얻고 있다. ‘아이 키우고 싶은 나라’로 만들겠다는 그의 포부에 특히 여성 근로자들이 환영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업계 현실이 반영되지 않은 이상에 가까운 공약이라는 느낌도 지울 수 없다. 성과주의가 팽배한 은행권에서 칼퇴근을 보장받는다는 건 논리적이지 않다. 은행 직원들도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면서 정시퇴근을 보장하겠다고 하는 건 이율 배반적이라고 말한다.  과당경쟁이 심한 지금 상황에서는 퇴근보다는 오히려 야근을 부추길 게 뻔하다는 입장이다.

모든 직원이 동일한 시간에 퇴근하는 것도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무 특성상 야근이 필수인 부서도 있고 직급에 따라 의무적으로 일을 더해야 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유 의원의 공약은 분명 노동자들에게 한 줄기 빛처럼 다가올 것이다. 하지만 권역별 사정을 고려한 좀 더 효율적인 대안이 필요하다. 선거철이다. 매년 이맘쯤이면 선심성 공약이 남발한다.  대선 주자들의 역할은 자명하다. 표심 얻기에 급급할게 아니라 현장의 목소리가 담긴 진정성 있는 공약을 발굴하는 데 우선 힘써야 한다.

은행 내에는 일이 없어도 상사 눈치를 보며 퇴근을 미루는 동반야근이 허다하다고 한다. 본인이 원할 때 퇴근할 수 있고 일하고 싶을 때 남아서 더 일하고 정상적인 보상도 받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는 행원의 말이 귓가에 맴돈다.

song@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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