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상처만 남은 장용준-장제원 부자의 초라한 퇴장

상처만 남은 장용준-장제원 부자의 초라한 퇴장

기사승인 2017-02-13 11:3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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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쿡기자] 상처만 남은 장용준-장제원 부자의 초라한 퇴장

[쿠키뉴스=이준범 기자] 새로운 ‘힙합 스타’ 탄생의 서막이 될 뻔 했습니다. 지난 10일 첫 방송된 Mnet ‘고등래퍼’에 등장한 장용준은 17세 답지 않은 안정적인 랩을 선보이며 ‘멋을 아는 친구’, ‘크게 될 아이’라는 극찬을 받았습니다. 심사위원으로 무대를 지켜본 래퍼 스윙스가 “(소속된) 회사 있어요?”는 물음을 던졌을 정도였죠. 제작진도 그의 스타성을 알아봤는지 장용준은 자신의 무대 이외에도 여러 번의 인터뷰로 방송 내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하지만 장용준에게 쏟아진 호감 어린 관심은 순식간에 거친 비난으로 바뀌었습니다. 장용준의 과거 활동을 검색하던 네티즌들이 그의 SNS 계정을 발견하며 ‘조건 만남’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기 때문입니다. 그가 여러 여성들에게 성적인 만남을 제안하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 확인돼 캡쳐 이미지로 온라인 커뮤니티에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또 SNS에는 흡연을 했다는 내용도 있었습니다. 2000년 생으로 올해 겨우 17세가 된 어린 나이이기 때문에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또 장용준이 바른정당 장제원 국회의원의 아들이라는 사실도 함께 알려졌습니다. 장제원 의원은 ‘최순실 국정농단’ 관련 국회 청문회에서 증인들을 날카롭게 질타해 ‘청문회 스타’로 떠오른 바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10대인 아들 문제가 불거지자 그에게도 강한 비판이 쏟아진 것이죠.

장제원 의원은 방송 다음날인 11일 오후부터 자신의 SNS에 여러 번 사과글을 올리며 반성하는 태도를 보였습니다. 결국 12일 오전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웠다”며 “국민들께 사죄드린다. 수신제가를 하지 못한 저를 반성하겠다. 아들 문제뿐만 아니라 저로 인해 상처받은 모든 분들께도 참회하는 시간을 가지겠다. 다시 한 번 무릎 꿇고 용서를 구한다”는 글과 함께 자신의 SNS를 모두 폐쇄했습니다. 자신이 맡고 있던 바른정당의 당 대변인직과 부산시당위원장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도 밝혔습니다. 

‘고등래퍼’ 제작진은 13일 장용준이 자필로 쓴 사과문을 전하며 그가 자진 하차를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제작진은 보도 자료를 통해 “현재 장용준 군은 본인의 어린 시절 치기 어린 행동에 대해 가슴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이번 일로 인해 심려를 끼치게 된 많은 분들께 용서를 구하고자 한다. 장용준 군은 제작진 측에 조심스레 프로그램 하차의견을 전달했고, 제작진은 이러한 장용준 군의 뜻을 받아들이게 됐다”고 전했습니다.

자필 편지에서 장용준은 “그러한 방식으로 어떠한 만남을 가져본 적은 결단코 없습니다”라며 ‘조건 만남’에 대한 의혹을 부인했습니다. 이어 “당시에도 진심은 아니었지만, 지금 돌이켜봐도 너무나도 부끄럽고 죄송스러운 마음 뿐”이라며 “일순간의 호기심으로 트위터를 통해 저급한 말을 내뱉은 것에 대해서도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이글로 제 과거의 잘못이 용서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제 잘못으로 인해 상처받으신 분들께는 진심으로 반성하는 마음을 가지고자 한다”고 고개를 숙였습니다.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일반인으로 인해 논란이 벌어진 건 익숙한 일입니다. 그의 과거 행적에 문제가 있다거나 알고 보니 유명인의 자녀였다는 식입니다. 하지만 장용준처럼 두 가지 논란이 동시에 벌어진 적은 없었습니다. 무엇보다 장용준은 아직 10대입니다. 그처럼 어린 나이에 받게 된 흡연과 조건 만남 의혹을 대중은 쉽게 용서하기 어렵습니다. 또 아버지인 장제원 역시 수신제가를 제대로 못했다는 비판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습니다.

논란에 대한 책임은 제작진에게도 있습니다. 그만큼 방송 출연은 일반인이 자신을 알리기에 가장 효과적인 도구입니다. 전에는 아무도 몰랐던 일반인 출연자가 방송을 통해 큰 인기를 얻는 연예인으로 빠르게 발돋움하는 건 흔한 일이죠. 반대로 독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의 과거나 이력이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한 명의 출연자가 논란이 되면 그 자신은 물론, 제작진과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다른 출연자에게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제작진은 사전에 방지할 수 있도록 주의했어야 하지 않을까요.

이번 사건을 예견한 걸까요. 지난 10일 오전 열린 ‘고등래퍼’ 제작발표회에서는 일반인 출연자로 인한 논란이 일어나지 않도록 검증했냐는 질문이 등장했습니다. 이에 고익조 CP는 “그들의 과거가 어땠는지를 조사하지는 않았다”며 “과거에 실수했을 수도 있지만 그것에 대해 반성하고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면 큰 문제가 아닌 것 같다. 인성적인 면에서 문제된 친구는 없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그 때까지만 해도 제작진은 방송 1시간 만에 논란이 불거져 3일 만에 출연자가 하차하는 일이 일어나게 될 줄, 전혀 상상하지 못한 것 같네요. 

bluebel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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