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카드 모집인 출혈경쟁…징계 앞서 눈물 닦아줘야

기사승인 2017-02-16 21:3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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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카드 모집인 출혈경쟁…징계 앞서 눈물 닦아줘야[쿠키뉴스=노미정] 카드 모집인 이야기가 연일 주요 포털 사이트를 장식하고 있다. 신용카드 판매 과정에서 불법행위를 한 주요 카드사 모집인 200여명이 금융당국으로부터 무더기 징계를 받으면서다. 금융감독원 공시 내용을 보면 신한·삼성·KB·하나·롯데·우리 등 전업계 6개 카드사와 기업·전북은행 등 은행계 2개 카드사 등 총 8개사의 카드 모집인 200여명은 각각 최소 30만원에서 최대 5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 받았다. 금감원의 징계 사유는 길거리 모집, 신청서 대필, 과도한 현금·경품제공 등이다. 

모집인 간의 과도한 경쟁, 부족한 사전 교육 등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지만, 사실 진짜 문제는 따로 있다. 바로 열악한 급여체계다. 카드모집인은 기본급 없이(카드사별로 상이) 판매에 따른 인센티브만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대개 신규회원 유치 건수와 회원(고객)의 카드사용 실적에 따라 수당을 받는다. 회원 한명을 유치할 때마다 받는 수수료는 평균 평균 15만원 선이다. 월별 판매 건에 따라 보수를 받기 때문에 정기적인 수입원이 보장되지 않는다.

불안정한 고용상태도 모집인 간 과도한 경쟁을 촉발하는 주요인이다. 신용카드 모집인은 카드사와 직접 고용계약을 맺은 피고용인이 아니다. 이들은 위촉판매계약을 체결한 위촉직으로 신분이 극히 불안정하다. 그래서인지 4대보험을 보장받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설상가상으로 신용카드 시장마저 이미 포화상태다. 금감원 자료를 보면 지난해 6월 기준 시중에 발급된 신용카드는 무려 7684만매다. 우리나라 국민 1인당 평균 1.4장의 신용카드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신규회원을 유치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얘기다. 회원유치를 위한 모집인간 출혈경쟁이 심화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카드 모집인의 불안정한 급여체계와 고용상태를 바로잡지 않는 이상 과도한 경쟁에 따른 불법행위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카드 모집인의 상당수가 주부 또는 취업준비생이라는 점을 보면 당국이 무엇을 우선해야 하는지가 더욱 명확해진다. 징계보다 기본 노동조건을 정상화 해 생계형 위촉판매직의 눈물을 닦아주는 게 먼저다. 
 
noet85@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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