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안전상비약 확대? 약보다 안전부터 챙겨야

기사승인 2017-03-25 0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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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안전상비약 확대? 약보다 안전부터 챙겨야

[쿠키뉴스=박예슬 기자]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는 말로, 즉 너무 과하면 차라리 안 하느니만 못하다는 뜻이다. 올해 복지부가 돌연 안전상비약 품목 확대를 추진하는 모습을 보고 바로 이 ‘과유불급’이 떠올랐다.

안전상비의약품 제도는 의약분업 이후 약국이 문을 닫는 시간에도 필요한 약을 구입할 수 있도록 하고자 지난 2012년 마련됐다. 이에 현재 편의점에서 구입할 수 있는 약은 해열제, 감기약, 소화제, 파스 등 4개 효능군 13개 품목이다. 심야 시간이나 휴일에 꼭 필요한 약 종류로는 너무 많지도, 그렇다고 해서 너무 적지도 않아 보인다. 실제로 상비약 품목수에 대한 국민 설문조사에서도 ‘현 수준이 적당하다’는 의견이 확대 의견보다 더 많았다.

그런데도 복지부는 전문가들로 구성된 안전상비의약품 지정심의위원회까지 꾸렸다. 3월부터 5월까지 매달 한 번씩 위원회를 개최해 품목 조정을 논의한 후 오는 6월에 고시를 개정할 계획이다. 하지만 지금 시점에서 품목을 조정하는 게 과연 맞는 일인지 의문이다. 일부 전문가들도 ‘왜 현 시점에 조정위원회를 하는 것인지 의아하다’, ‘이해가 안 된다’는 등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사실 진짜 문제는 약의 품목수가 아니라 안전성에 있기 때문이다.

보통 편의점이라고 하면 평소에 필요한 여러 가지 식품과 물건들을 손쉽게 사고 팔 수 있는 곳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칫 편의점에서 파는 약도 가볍게 여겨질 수 있다. 하지만 안전상비약은 분명한 ‘약’이다. 즉 잘못 사용할 경우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뜻이다.

이미 외국에서는 타이레놀 중독 등 약물부작용으로 사망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구매자 중에는 안전상비약의 부작용을 모르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편의점 직원들 또한 주의사항에 대한 교육 및 안내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때문에 이처럼 사후관리가 제대로 되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품목만 확대한다는 건 모자란 것보다 못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 뻔하다.

사람들은 아픈 것을 치료하기 위해 약을 찾는 것이다. 그런데 약이 아픈 것을 치료는커녕 오히려 건강을 더 악화시키고, 심각한 경우에는 생명에도 지장을 주게 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안전상비약 제도가 편리함을 추구하기 위한 것이라 하더라도 건강과 안전에 있어서만큼은 확실한 보장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조찬휘 대한약사회장은 “안전상비의약품 부작용이 심각한 수준이다. 따라서 무의미한 품목확대보다는 기존 품목의 안전성 재평가와 판매업소 사후관리, 의약외품의 효율적 활용이 가장 먼저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대원 의약품정책연구소장도 “이 시점에서 품목 확대를 논의할 때가 아니다. 안전조치부터 먼저 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모든 일에는 적당한 때가 있는 법이다. 지금은 품목 확대가 아닌 국민의 건강과 안전부터 챙겨야 할 때이지 않나 싶다. yes228@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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