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 키워드로 보는 관전 포인트

기사승인 2017-03-28 15: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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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뉴스=이다니엘 기자] 무성했던 소문이 현실로 다가왔다. 블리자드는 올해 여름 스타크래프트 브루드워 리마스터 버전을 공식 출시한다고 밝혔다. 정확한 일자는 밝히지 않았지만, 늦어도 9월 중순 리마스터 버전을 만나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리마스터링의 핵심 골자는 ‘현대화’와 ‘편의 증대’다. 4K UHD 그래픽으로 와이드스크린이 지원되고 고음질 오리지널 오디오가 삽입돼 보다 생생하게 전장을 음미할 수 있다. 아울러 게임 시스템이 전면 개편돼 지금껏 블리자드가 쌓아온 인터페이스 노하우가 고스란히 담길 것으로 기대된다.

26일 ‘아이러브스타크래프트’ 행사 현장에서 마이크 모하임 CEO는 핏 스틸웰 시니어 프로듀서, 로버트 브레이던베커 부사장과 동석해 “리마스터 프로젝트를 공개하게 돼 기쁘다”면서 “그래픽을 대폭 개선했다. 이 외에도 새로운 기능들을 현대화했다”고 밝혔다.

‘과거와 현대의 조화’란 표현으로 자신감을 드러낸 핏 스틸웰 시니어 프로듀서는 “기존에 있었던 게임의 장점들을 최대한 보존했다”고 말했다.

▶신구(新舊) 조화

블리자드는 이번 리마스터에서 큰 욕심을 부렸다. ‘고전’과 ‘현대’, 양립할 수 없는 두 요소를 양 날개에 걸치고 결과물을 내겠다 했다. '오버워치' 등 기술 집약적인 게임을 출시해온 개발사로서는 상당히 모험적인 발상이다.

블리자드는 기존 브루드워는 시일 내에 1.18패치를 적용, 무료게임으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무료 버전은 리마스터 이용자와 만나 게임이 가능하기 때문에 유저들은 여건에 따라 취사선택이 가능하다.

추억은 상상 속에 남아있을 때 가장 값지다 했던가. 고전게임 리마스터링을 흔히 ‘계륵’으로 일컫는 이유는 그나마 있었던 팬마저 떠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껏 숱한 게임사들이 고전게임으로 ‘추억팔이’를 했다가 본전도 찾지 못했다. “전작만한 게 없다”는 말은 게임 유저들 사이에서 상당한 지지를 얻는 격언이다.

30-40대에 접어든 유저에게 있어서 스타크래프트는 단순 게임 이상의 의미가 있다. 그리고 이를 블리자드는 잘 알고 있다.

블리자드의 세심함이 엿보인다. 발표에 따르면 리마스터링은 게임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반면 게임 내 조작에는 큰 변화를 주지 않았다. 무엇보다 해상도가 업그레이드돼 최신 모니터에서도 가득 메운 게임화면을 볼 수 있다. 음향효과도 대폭 개선되는데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은 대체로 유지된다. 유닛 12기를 한 부대로 지정하는 등의 클래식한 조작감 또한 그대로 사용될 방침이다.

한국어 음성을 지원하지만, 마린·질럿 등 유닛의 영어 표기를 유지해 친숙한 어감을 살렸다. 캠페인의 스토리텔링 강화를 취지로 새로운 일러스트레이션이 도입되는 한편 △소셜 기능 △리플레이 최신화 △관전모드 △클라우드 컴퓨팅 등 기술집약적 기능들도 대거 투입된다. 한편으로 ‘LAN(IPX)’을 유지해 과거 PC방에서 삼삼오오 모여 게임을 즐기던 유저들의 마음을 샀다.

▶디자인

이번 작업으로 해상도 개선뿐 아니라 유닛별 업그레이드도 이뤄진다. 블리자드는 26일 간담회에서 유닛 위주의 그래픽 변동사항을 공개했다. 이에 비춰 각 종족별 건물이나 맵 구조물 등도 크고 작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높은 자유도로 호평 받은 맵 에디터 기능에도 새 바람이 불지 눈길이 간다.

공개된 사진에 따르면 울트라리스크의 뿔이 더욱 날카롭게 구현된다. 프로토스의 리버는 스캐럽을 뿌리는 앞 주둥이부분이 좀 더 길어지고, 세밀하게 표현된다. 히드라리스크의 경우 좀 더 날렵한 모습으로 변태되고, 드라군은 로봇 콘셉트에 맞게 메탈 소재가 돋보이게 재구성된다.

▶MMR

매칭 시스템도 눈여겨 볼만하다. 모하임 CEO은 구 계정과의 연동뿐 아니라 그간 각종 버그로 골머리를 앓던 배틀넷 매칭 시스템도 매끄럽게 재정비한다고 말했다.

특별히 레더는 MMR이 도입돼 잘 정돈된 등급체계가 갖춰질 전망이다. 앞선 브루드워 매칭 시스템은 그야말로 구식이었다. 방을 수동으로 만들어 대전을 치러야 하는데, 실력에 맞는 상대를 찾는 데에 어려움이 있을 뿐 아니라 방장의 일방적인 ‘취사선택’도 문제로 제기됐다.

일반 대전과 레더게임의 매칭 시스템은 스타크래프트2를 차용할 가능성이 높다. 대전상대 찾기를 누른 유저의 '숨은 포인트(MMR)'가 적절한 상대를 골라주고, 곧장 전투에 투입되도록 이끄는 방식이다.

▶e스포츠 대회

이번 리마스터링으로 가장 큰 기대를 모으는 건 e스포츠대회다. 해상도 최적화는 곧 방송 송출에 적합한 품질 개선을 의미한다. 자연히 e스포츠 대회는 탄력을 받을 터다.

리마스터 발표가 있기 전부터 OGN, SPOTV 등 방송사들은 브루드워 e스포츠 대회를 다루기 시작했다. 본래 브루드워 대회는 아프리카TV의 ‘ASL’이 유일했다. 소규모 온라인 대회가 산발적으로 열리고 있었지만 정식 플랫폼을 갖춘 대회는 ASL뿐이었다. 

[기획]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 키워드로 보는 관전 포인트

OGN은 모바일 동영상 서비스 업체인 ‘옥수수’와 함께 ‘스타 레전드 최강전’을 지난 19일부터 시작했다. 다음달 2일까지 매주 월, 금, 일 오후 11시에 송출되는 해당 방송에는 이윤열, 강민, 김택용, 홍진호 등 브루드워 프렌차이즈 스타들이 출전한다.

OGN측은 “스타크래프트 브루드워는 한국이 e스포츠 종주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만든 명실상부한 레전드 게임”이라고 치켜세웠다.

SPOTV GAMES 또한 브루드워를 품었다. 이들은 ‘SSL 시리즈’ 발표를 통해 폐지가 유력했던 스타2 대회뿐 아니라 브루드워 대회(SSL 클래식)도 재개한다고 밝혔다. 

dn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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