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불운의 아이콘 ‘임종룡 금융위원장’ 레임덕 시작됐나

기사승인 2017-04-01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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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불운의 아이콘 ‘임종룡 금융위원장’ 레임덕 시작됐나[쿠키뉴스=김태구 기자] “단체장에 대한 비판은 수용할 수 있지만, 개별 담당자 혹은 직원에 대한 비판은 자제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금융위원회 내부에서 나온 말이다. 벌써부터 임종룡 금융위원장의 ‘레임덕’을 의심케 하는 말이다. 레임덕이란 절름발이 오리를 비유한 말로 집권 말기 나타나는 지도력 공백 현상을 말한다.
 
임종룡 위원장은 지난 2015년 3월 취임 한 후 낡은 규제 철폐, 핀테크 활성화, ISA도입, 금융권 성과연봉제 도입 등 많은 금융개혁 과제를 반대에도 불구하고 강력하게 추진해 왔다. 그는 또 매달 금융개혁 간담회를 가지며 개혁의 진행 상황과 향후 계획을 점검하는 열의를 보였다.
 
이런 그의 노력에 박근혜 전 대통령은 화답했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개각을 통해 그를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내정했었다. 하지만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면서 부총리 임명은 물건너 갔다.
 
이에 대한 그의 실망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입으로는 금융개혁을 부르짖고 있지만 매달하던 금융개혁 간담회는 올들어 한차례도 진행되지 않았다. 지난달 10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된 이후에는 12일 금융상환 점검회의를 주재했을 뿐 공식적인 석상에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이런 공백의 틈을 타 정은보 부위원장이 마치 금융위원장인 듯 광폭행보를 보이고 있다. 11일 금융위·금감원 합동 금융시장 점검회의 주재, 13일 금융보안원을 방문, 14일 금융투자업계 시장점검회의 주재했다. 미국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했던 16일 금융권 리스크 점검회의를 주재한 것도 정은보 부위원장이다. 그는 같은 날 가계부채 관련 관계부처 회의도 주재하며 입지를 다지고 있다.
 
반면 임종룡 위원장은 같은 시간 외부행사에서 얼굴 알리기에 열을 올렸다. 최근에는 금융위 내부 보다 외부 행사에 더 많이 얼굴을 비치는 모습이다. 이에 대해 금융권 관계자는 “살궁리를 하고 있다”며 비꼬기도 했다.

아직 임종룡 위원장의 임기가 1년 정도 더 남아 있는 데 이같은 레임덕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한편으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불명예 파면당하면서 차기 정부가 늦어도 6월 초에 구성된다면 어느 정도 이해가 되는 대목이도 하다. 정권이 바뀌면 개각을 단행하고, 자연스럽게 기존 정권의 정부조직 수장들은 옷을 벗는 순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가 보여줬던 금융개혁 관련 열정과 노력에 대해선 누구도 폄하해선 안 된다. 업계에서도 농협 금융지주 회장 등을 역임하면 특유의 성실성을 바탕으로 모든 일을 철저하게 꼼꼼히 처리하면서 조직을 이끌었던, 그의 리더십에 대해선 여전히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또한 기자들이 본 임종룡도 그 누구보다도 일을 열심히 했던 금융위원장으로 기억된다. 다만 그의 일처리 능력에 비해 인간미가 떨어졌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어 보인다.

최근 그는 대우조선 구조조정 등과 관련해 비난의 화살을 온몸으로 맞고 있다. 2015년 4조2000억원을 지원하고도 또다시 2조9000억원을 추가 지원키로 결정해서다. 금융당국이 대우조선 구조조정을 제대로 추진하지 못한 것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던 그가 모든 비난의 화살을 맞고 뒷방 늙은이 취급당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이지는 않는다. 최근 야당 모의원이 평가한 임종룡 위원장를 통해 레임덕을 야기한 금융위원회 내부의 행태를 질타해 본다.
 

“차기 정부에서 임종룡 위원장에 대한 평가는 나쁘지 않다. 금융위원장을 계속할 수도 있고, 내려놓는다고 하더라도 정권을 떠나 경제부문 중책을 맡을 수 있는 유능한 인물이다”

ktae9@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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