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민자 횡포’에 속절없는 대학생

기사승인 2017-04-02 20:4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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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민자 횡포’에 속절없는 대학생

[쿠키뉴스=김성일 기자] 민자 기숙사의 ‘갑질’ 운영이 안 그래도 고달픈 대학생들의 한숨을 더욱 깊게 만들고 있다. 학생들의 가장 큰 불만은 터무니없이 비싼 비용이다. 연세대 SK국제학사의 1인실을 이용하려면 한 학기에 265만 원을 내야한다. 원룸이나 하숙보다 더 많은 돈을 쥐어줘야 하니 학생들로선 기가 찰 노릇이다. 1인실 기준 고려대 프론티어관은 240만 원, 건국대 쿨하우스는 224만 원을 받는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이 부담스러운 금액을 현금으로 지불해야 한다. 기숙사들이 수수료를 아끼려고 카드결제를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나눠 낼 수도 없다. 일시 완납을 요구하는 곳이 적지 않다. 교육부가 기숙사비에 대한 카드 결제 및 분할 납부를 권하고 있지만 이를 실천하는 대학은 찾기 힘들다. 분납만 가능해도 일을 해서 마련해볼 수 있겠지만, 결국 집에 손을 벌릴 수밖에 없는 셈이다.

식권은 대학마다 다르지만 묶음 판매나 할인 적용 기준 등을 이유로 한 번에 적게는 100장, 많게는 200장 가까이 구매하도록 유도한다. 학생들은 식단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외부에서 먹고 들어오는 경우가 잦아도 울며 겨자 먹기로 사야 한다. 그래야 기숙사 식당에서 밥을 먹을 수 있다. 식권이 남더라도 환불은 안 된다. 학생보다 수익이 우선이다. 

기숙사 생활을 하기 위해 빚을 지고 현재 2개의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는 한 대학생은 “기숙사 운영 실태는 횡포와 같다. 대학은 이런 일들에 대한 고민이 없다”고 말했다. 민자 기숙사는 민간 기업이 자본을 투자해 기숙사를 짓고 10~20년 간 운영권을 갖는다. 대신 대학에 기부채납을 이어간다. 적립금을 쌓아놓고 있는 대학마저 민자 기숙사를 통해 학생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는 상황에서 ‘학생을 위한 대학’이란 선전은 그저 구호에 그치고 있다.

ivemic@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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