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술한 응급의료 체계…스포츠 내에서도 만연한 ‘안전 불감증’

체육계에 만연한 ‘안전 불감증’

기사승인 2017-04-05 15:3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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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뉴스=문대찬 기자] 전북 김제시에서 치러진 한 테니스 대회에 참가한 70대가 몸을 풀던 중 심근경색으로 숨졌다. 대회장 주변에 응급처치 인력과 구급차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안전 불감증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달 30일 전북 김제시 한 체육공원에서 ‘김제시장배 전북 이순(耳順) 테니스 대회’가 열렸다. 대회 명칭에 걸맞게 60세 이상의 장년층만 참가가 가능했다. 

그런데 대회 참가자 이모(74)씨가 오전 10시 36분께 몸을 풀다 돌연 쓰러졌다. 신고를 받은 10여분 만에 119구급대원이 그를 인근 병원으로 이송했으나 결국 숨을 거뒀다. 

골든타임을 놓친 것이 문제였다. 의료계에 따르면 현장에서 즉시 응급처치를 실시했을 경우 심근경색 환자의 생존 확률은 3배가량 높아진다. 하지만 이날 현장에는 응급처치가 가능한 의료진이나 구급차가 배치돼있지 않았다.

법적 구속력이 없는 것이 화근이다. 응급처치 전문 인력이나 구급차를 배치해야 한다는 강제 조항이 없다보니 대회 주최 측이 인근 소방서에 공문을 보내 자발적으로 구급차를 배치하는 방식이다. 자연히 응급의료 체계에 구멍이 생길 수밖에 없다.

적절한 응급처치의 중요성은 두말 할 것 없다. 전 롯데 자이언츠의 포수 故 임수혁은 2000년 4월 18일 잠실 LG전에서 심장 부정맥으로 쓰러져 10년 가까이 의식을 찾지 못했다. 이후 9년여 만인 2010년 2월 7일 끝내 깨어나지 못하고 사망했다.

응급처치에 관한 지식이 전무했던 선수들은 한동안 그를 그라운드에 방치했다. 더그아웃으로 데려와 헬멧과 유니폼을 벗겨준 것이 전부였다. 마땅한 구급차나 의료진도 없어 수십 분이 지체된 뒤에야 병원으로 옮겨졌다. 

최근에도 응급의료 체계에 대한 비판이 불거졌다. 지난달 27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아디다스 U-20 4개국 국제축구대회 한국과 잠비아의 경기에서였다. 임수혁 사건 이후 프로야구를 비롯한 각 프로 스포츠 구단들은 응급의료체계에 대한 중요성을 인지하고 관련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등 나름대로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여전히 준비와 대처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다. 허술한 응급의료 체계…스포츠 내에서도 만연한 ‘안전 불감증’

후반 35분 수비수 정태욱이 헤딩 경합을 벌이다가 턱을 강하게 부딪쳐 쓰러졌다. 동료 이상민이 서둘러 응급처치를 실행했다. 그러나 이러한 급박한 상황에도 구급차는 한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심지어 필드에 도착해서도 신속한 처치를 보이지 않았다. 이에 이승우를 비롯한 선수들은 의료진을 향해 강한 반발을 드러냈다. 이상민의 적절한 대처가 없었더라면 목숨까지 잃을 수 있었던 심각한 상황이었다. 

의학적으로 기절 후 생존을 위한 골든타임은 4분이다. 그 안에 응급처치가 이뤄지지 않으면 뇌사 등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스포츠 경기 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적으로 응급의료체계가 더욱 보편화돼야 하는 이유다.

mdc0504@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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