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취약한 학교 상담체계, 무엇을 기대할 수 있나

기사승인 2017-04-09 10: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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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취약한 학교 상담체계, 무엇을 기대할 수 있나

[쿠키뉴스=김성일 기자] 지난달 29일 17살 여고생이 8살 초등학생을 살해한 후 시신을 훼손한 일이 알려져 충격을 안겼다. 여고생이 다닌 학교의 관계자 그 누구도 한 학생이 조현병으로 인해 심각한 가슴앓이를 하고 있거나 또 이를 극단적 범행으로 표출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이는 해당 학교의 잘못으로 몰아세울 수 없다. 다만 긴밀한 교내 상담 체계를 기대하기 어려운 우리의 현실이 개탄스러운 건 어쩔 수 없다.

전국 초·중·고교 1만1,526개교 가운데 상담 교사가 단 1명이라도 상주하는 곳은 16%에 불과하다. 비정규직 전문 상담사가 활동하는 학교까지 포함해도 40% 수준에 그친다. 이조차도 학교폭력 예방 또는 학교 적응 등으로 제한된 상담이 주를 이룬다. 상당수 학교의 학생들은 상담을 갖지 못하거나 순환 상담제를 통해 겨우 말문을 열고 있다. 지속성 등이 결여된 한계로 인해 상담의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인력이 부족하니 상담 교사의 업무부담 또한 크다. 자유학기제 시행과 맞물려 중·고교에서 진로 상담을 전담하고 있는 교사들의 업무량 역시 한계치를 넘어섰다. 홀로 전 학년 학생들의 진로활동을 이끄는 과정에서 정신적·육체적 압박을 못 견뎌 퇴직까지 고려하는 사례도 있다. 서울의 한 중학교 진로 교사는 “상담 교사들이 역량을 발휘해 창의적 프로그램을 고민해볼 여지가 없다”고 토로했다.

이런 상황에서 상담 교사와 학생 간 온전한 소통 및 교류를 바라긴 어렵다. 최근 정부와 교육계는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한 미래인재 양성에 힘을 싣고 있다. 그만큼 학생의 숨통을 틔워줄 시간도 보장돼야겠다. 학생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학교 안에서 학생의 얘기에 귀를 기울여 줄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한 것은 당연지사다.

전문가들은 궁극적으로 학업과 진로, 사회 적응, 질환 등이 연계된 종합적 체계가 조성돼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 특정 학생에 머물지 않는,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한 상담을 강조한다. 일선 학교에서 상담 네트워크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게 된다면 학생들은 자신을 치유하는 과정을 경험하고, 또 스스로를 한뼘 더 성장시키는 소중한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ivemic@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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