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이준호 “눈칫밥 먹던 연습생 시절… 덕분에 서율 먹방 이해해”

이준호 “눈칫밥 먹던 연습생 시절… 덕분에 서율 먹방 이해해”

기사승인 2017-04-10 18:2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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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뉴스=이준범 기자] 최근 아이돌 멤버의 드라마 출연이 잦아지는 추세다. 이유가 있다. 드라마 제작사 입장에서는 작품을 홍보하기 좋고, 아이돌 입장에서는 자신의 활동 영역을 넓힐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청자 입장에선 그리 환영할 만한 일은 아니다. 가수 활동으로 얻은 인기가 연기력을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발연기’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가수 겸 배우 이준호는 달랐다. KBS2 수목드라마 ‘김과장’에서 서율 역을 맡은 이준호는 아이돌 그룹 2PM 출신이지만, 시청자들의 호평을 이끌어내며 환영받았다. 첫 공중파 드라마, 첫 악역이었지만 남궁민에 밀리지 않고 신선한 호흡을 선보이며 베스트커플상 후보로까지 거론되고 있을 정도다. 지난 6일 서울 삼청로 한 카페에서 만난 이준호는 자신만의 악역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입을 열었다.

“사실 악역을 만들기 위해 뭔가를 준비한 건 없어요. 다른 걸 참고하면 선배나 동료들 이상으로 연기하지 못할 거라 생각했거든요. 어설프게 참고하기보다는 내 느낌대로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 거죠. 다만 서율이 1차원적인 악역이 아니라는 점이 어려웠어요. 처음엔 완전 악역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감독님과 작가님은 서율이 나중에 갱생할 여지가 있는 매력적인 인물이라며 이전에 없었던 악인을 만들어보자고 하셨죠. 그래서 서율을 다차원적이고 입체적인 인물로 표현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야 후반부에 서율이 갱생하더라도 개연성 없다는 얘기가 안 나올 것 같았거든요.”


이준호는 ‘김과장’의 촬영 현장 분위기를 전하며 외로웠다는 얘기를 꺼냈다. 극 중 서율이 중반부까지는 김성룡(남궁민)과 대립할 뿐 경리부 직원들과 직접 마주치지 않기 때문이다. 빨리 경리부로 가서 코미디에 가담하고 싶었다는 이준호는 ‘김과장’을 통해 주고받는 연기의 재미를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김과장’을 하면서 서로 주고받는 연기가 얼마나 재밌는지를 깨달았어요. 지금까지는 제가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는 역할을 해본 적이 없었거든요. 이번에 서율 역할을 하면서 제가 주인공과 대립하고 뭔가를 지시하고 실행하니까 드라마의 한 축을 이끌어 간다는 느낌이 들어서 기분이 좋았어요. 손가락으로 찌르거나 과자를 던지거나 멱살 잡는 연기를 하면 선배님들이 다 포용해주셨어요. 그걸 또 다른 연기로 보답해주시는 걸 보면서 ‘같이 만들어간다는 게 이런 거구나’ 하고 생각했어요.”

2PM 활동을 하며 쌓은 경험도 연기에 도움이 됐다. 유독 사랑받았던 먹는 연기도 연습생 생활에서 경험했던 것들을 녹여내려고 한 결과물이다. 이준호는 언제 데뷔할 수 있을 지 막막했던 당시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쿠키인터뷰] 이준호 “눈칫밥 먹던 연습생 시절… 덕분에 서율 먹방 이해해”

“SBS ‘슈퍼스타 서바이벌’ 오디션에서 1등을 하며 JYP엔터테인먼트에 들어갔어요. 처음엔 금방 데뷔할 줄 알았는데, 다른 친구들과 달리 전 데뷔조에도 낄 수 없었죠. 그러면서 슬럼프가 왔어요. 성대결절로 노래를 6개월 동안 못한 적도 있고요. 결국 퇴출 명령이 내려졌는데, 어머니가 전화로 한번만 더 지켜봐달라고 말씀하셔서 계속 있을 수 있었다는 얘기를 뒤늦게 듣기도 했어요. 그렇게 눈칫밥 먹는 시절이 있었기에 서율의 먹는 모습이 이해가 됐어요. 고생하면서도 뭔가를 갈망하는 느낌이 서율에게도 있었다고 생각했거든요.”

이미 배우로 좋은 결과를 보여주고 있지만, 이준호는 가수 활동도 포기할 생각이 없다. 지난해 단독 투어 콘서트를 열었을 정도로 일본에서는 이미 솔로 가수로서 자리 잡았다. 이준호는 연기와 노래의 재미가 완전히 다른 만큼 둘 다 잘하고 싶다면서도, 앞으로는 더 연기 활동을 많이 하고 싶다는 마음을 털어놨다. ‘김과장’에서의 연기에 대한 아쉬움도 전했다.

“연기를 하고 후회가 많이 들었어요. 너무 아쉬워서 돌아가는 차 안에서 촬영이 끝난 대사를 계속 읊고 있기도 했죠. 열심히 한 건 확실한데 잘한지는 잘 모르겠더라고요. 대신 빠르게 돌아가는 현장에서 새로 배운 건 많아요. 이전에 영화 촬영과 반사전제작 드라마 촬영은 해봤지만, ‘김과장’처럼 실시간으로 찍는 드라마는 모든 것이 달랐어요. 그런 현장에 적응해야 하는 것도 배우의 몫인 만큼 최선을 다하려고 했어요. 앞으로는 더 적극적으로 배우 활동에 도전해보고 싶어요. 지금까지는 1년에 한 작품씩 출연했는데 신인 배우로서는 더딘 속도라고 생각해요. 앞으로는 1년에 2~3개 작품에 출연하고 싶어요.”

bluebel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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