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사각지대에 놓인 '알바생 인권'

기사승인 2017-04-12 14:3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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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사각지대에 놓인 '알바생 인권'

[쿠키뉴스=구현화 기자] 얼마 전 경북 경산에서 심야에 근무하던 CU편의점 알바생이 봉투값 20원을 가지고 실랑이하다 앙심을 품은 한 정신이상자에 의해 살해당한 일이 있었다. 끔찍한 일이다. 손님을 가려 받을 수 없는 업의 특성상 심야 알바생들은 항상적인 위험에 노출돼 있는 셈이다. 특히 가맹 프랜차이즈 알바생의 경우 가맹점주 개개인에게 고용이 귀속되어 손님의 폭언이나 폭행이 있을 경우에 피해를 당하고도 제대로 보상도 못 받는 경우가 많다. 

알바노조에서는 편의점 알바 살인사건이 인권 사각지대에 있어 왔던 데 주목하고 CU본사에 사과를 요구했다. 그동안 디귿자로 이뤄진 카운터에 아무도 없이 홀로 가게를 지키며 비상벨 하나에 의지해 신변의 위협을 견뎌야 했던 심야 알바생에 대한 안전 강화 조치가 늦게나마 도입될 예정이다. 알바생에게 정말로 필요한 조치가 취해지는지 꾸준히 감시할 필요가 있음은 물론이다. 

다른 편의점 업계도 관련된 일이 아니라고 안심할 게 아니라 이를 반면교사 삼아 비슷한 수준의 위험 방지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과음한 '주폭' 들의 위험에 노출돼 있는 아르바이트생들은 불안에 떨어 왔던 것을 상기해 보자.

알바생을 괴롭게 하는 건 손님뿐이 아니다. 알바생들은 그동안 고용주에게도 치여 왔다. 최근 이랜드파크에서는 알바생 4만4000명에게 휴업수당이나 가산수당을 주지 않고 15분단위로 쪼개기 계약을 맺고 채우지 못하면 임금을 안 주는 방식으로 월급을 떼어먹은 일이 있어 공분을 샀다.

아르바이트생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를 무시한 것이다. 게다가 5인 미만의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이들은 더욱 더 제대로 된 대우를 받지 못한다. 근로계약서 자체를 작성을 꺼리는 고용주도 많아 고용보험이나 산재보험의 혜택을 받기도 어렵다. 

더 심한 불법적 행위를 당하는 경우도 있다. 최근에는 경기 이천에서 알바생을 상습 성희롱한 레스토랑 점주가 알바노조에 의해 드러나 여론으로부터 뭇매를 맞기도 했다. 이처럼 알바생들은 임금 체불이나 휴가 미정산 등의 문제에 이어 언어적인 폭력이나 신체적인 유형 무형의 폭력에도 노출되어 있다. 

정부 차원에서 '벤처 키우기'나 '골목상권 지키기' '자영업자 지키기'가 추진되고 있지만 알바생들의 인권 문제는 큰 이슈가 되지 않았었다. 알바생을 지켜줄 수 있는 법 울타리도 필요하다. 곧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대선 주자들은 이 같은 상황을 주시하고 청년 정책을 내세우고 있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인상과 프랜차이즈 본사에 대한 가맹점 알바의 임금지급 관리를 확대겠다는 공약을 내놓았고 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심상정, 유승민 후보도 최저임금 인상에 동의하고 있다. 

대선후보들이 '청년 공약'에 심혈을 기울이는 것은 이 문제가 사회의 큰 문제 중 하나라고 생각해서일 것이다. 하지만 기본급보다 한발 더 나아가야 한다고 보는 건 무리일까. 임금 인상에 대한 논의도 좋지만, 알바생의 안전 위협이나 월급 떼먹기 등 기본적인 권리에 대한 위협이 상존하고 있다는 것을 직시하고 이를 시정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알바생도 하나의 인간으로서 존중받아야 하는 우리 사회 구성원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kuh@kukinews.com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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