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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삶으로] 인하대병원 직업환경과 휠체어 탄 의사 박성민씨

이영수 기자입력 : 2017.04.24 11:57:32 | 수정 : 2017.07.10 15:11:15

[쿠키뉴스=이영수 기자] 우리는 어느 날 갑자기 찾아 온 사고나 질병으로 척수가 손상된, 그래서 휠체어를 타게 된 사람입니다. 어려운 수술과 힘겨운 재활, 그리고 긴 터널 같던 실의의 시간을 지나 이제는 직업과 일상 그리고 행복을 되찾았습니다. 한숨을 돌리고 뒤돌아보니 아직 그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친구들이 있네요.

그래서 우리의 이야기를 들려주려고 합니다. 당신이 장애인이 아니더라도, 척수장애에 대해 전혀 모른다 해도 우리의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우리가 발견한 희망을 당신과 나누고 싶습니다.

저마다 바쁘게 살아가다 교통사고, 낙상, 의료사고, 질병 등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사고로 중증장애인이 된 이들에게 가족, 친구, 직업은 어떤 의미인지, 삶을 더 아름답게 살아가기 위해 우리가 반드시 깨달아야 할 소중한 가치들은 무엇인지 장애를 딛고 가치 있는 삶을 실천하고 계신 12분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지난주 공무원을 그만두고 만화가로 전업한 강동훈 씨의 이야기에 이어 이번에는 의사, 변호사, 다시 의사로 도전을 거듭한 박성민 씨를 소개합니다.

“제가 의대랑 로스쿨 공부를 10년 정도 계속 했잖아요. 몸은 힘들지만 성적으로라도 극복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죠. 내가 이 일에 있어서는 쓸모가 있는 사람이다, 느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한 거죠. 일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예요. 앉아서 할 수 있는 일을 저에게 더 많이 주는 식으로 업무를 바꾸자고 동료 의사들에게 제안을 해요.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좀 더 하겠다고요. 상대방이 저를 배려해야 할 의무가 있는 건 아니니까 그렇게 조율해 나가는 거죠.”

할머니 죽음을 보고 의사의 길을 결심

“제일 먼저 합격했던 건 카이스트 공대예요. 요즘도 그렇지만 학생들 자살 문제 때문에 합격하면 바로 꽃동네 봉사활동을 다녀와야 하는 절차가 있는데요. 침대에 누워 계시는 할머니 손발을 닦아 드렸는데 저를 계속 지긋이 바라보시더라고요. 닦아드리고 병실을 나오는데 삐삐삐 소리가 나는 거예요. 의료진이 달려와 심폐소생술을 하는데 결국 사망하셨어요.”

예기치 않게 할머니의 심장이 멎는 모습을 지켜보게 된 박성민 씨는 그 눈빛이 잊히지 않았습니다. 고민을 거듭하다 대학진로를 변경했습니다. 원서 지원은 이미 끝난 상태, 마침 특별 지원서 다군에 인하대 의대를 적어 놓은 게 있어서 의사가 되기로 결심했습니다.

스키 점프 사고로 하반신이 마비가 됐다

그런데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로 살 줄 알았던 그에게 2005년 스키 사고가 일어났던 것입니다. 의대 2학년 겨울 방학, 스키 동아리 합숙 훈련을 갔다가 스키 점프 사고로 하반신이 마비가 되어 버렸습니다. 모교인 인하대병원에서 8개월, 국립재활원에서 2개월간의 재활치료를 마치고 그는 복학을 서둘렀습니다.

“병원생활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뒤처지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차피 영구장애라 입원생활이 길어진다고 해서 더 나아질 것도 없는 거고, 평생 병원생활 할 게 아니라면 최대한 빨리 나오는 게 좋지 않겠나 생각했던 거죠. 보통 이전의 생활로 빨리 돌아가지 못하는 이유가 돌아가면 잘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잖아요. 의사 면허를 취득하는 데 문제가 없다는 걸 알고 나니 지체할 이유가 없어진 거죠.”

의대 졸업 후 로스쿨로

모교 병원에 입원하다 보니 교수님과 선배들이 대한한의사협회에 문의하해 진로 고민을 덜어주기도 했습니다. 원래 의대 건물에는 장애인 화장실이나 경사로가 없었지만 학교에서 공사를 서둘러 준 것도 복학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장밋빛 캠퍼스생활이 펼쳐진 건 아니었습니다. 시체해부실에는 계단이 많아 우회 통로로 돌고 돌아 20분이나 더 걸려 도착해야 했습니다. 그나마 의대 수업은 한 강의실에서 연속적으로 듣게 되니까 이동하는 데 겪는 불편은 적은 편이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의대 졸업 후 그는 서울대 로스쿨에 들어가는 것으로 생각을 바꿨습니다.

“의사 면허를 따는 데는 문제가 없지만 휠체어를 탄 채로는 수술을 못 하잖아요. 앉아서 온전히 서류작업으로 해낼 수 있는 직업이 없을까 고민하던 중에 주변에 사법고시 준비하는 친구들이 로스쿨을 권유해 주더라고요. 로스쿨 준비를 시작하고 결과가 좋아서 이쪽도 도전해보자 하는 마음으로 가게 되었죠.”

다시 의사의 길로

그런데 변호사 자격증을 따고 실전에 부딪쳐 보자, 또 다른 갈증이 일어났습니다. 사실 그는 형사 사건 쪽에 관심이 많았는데 의사면허가 있다 보니 맡겨진 전문 분야는 의료 쪽에 국한되어 버렸던 것이죠. 변호사는 추가적으로 거쳐야 할 코스가 없지만 의사들은 전공의 과정을 거쳐 전문의를 따게 됩니다. 박성민 씨는 의사로서 활동해 보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을 안고 다시 병원 쪽 문을 두드렸습니다. 조금이라도 더 빨리 전문의가 되는 게 나을 것 같아 변호사 생활 1년을 접고 다시 병원으로 돌아오게 된 것이죠.

“척수 손상 후 직업을 가지기까지 가장 어려웠던 건 사회적인 시선이에요. 병원에서 전공과를 정할 때, 수술방에 들어가야 한다든지 그런 건 어려우니까 몸을 많이 안 써도 되는 분야도 있거든요. 그런데 막상 지원을 해보면 휠체어 탄 의사라고 꺼리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지금 일하고 있는 곳은 인하대병원 직업환경과. 특수한 환경에서 일하는 직장인 건강검진부터 유해 환경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옥시 가습기 사태처럼 환경적인 문제도 맡아서 연구합니다. 사업장 보건환경도 관리하고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흉수 장애라 건강이나 활동성은 양호한 편이죠. 화장실, 경사로, 엘리베이터 정도만 해결이 되면 특별히 제약될 것은 없어요. 업무차 출장 검진을 해야 할 때가 있는데, 큰 사업장은 상관없지만 영세한 사업장 같은 경우는 계단이 있어서 그런 게 좀 힘들어요. 그런 때는 동료들과 출장 스케줄을 조정한다든지, 계단이 몇 개 안 되면 다른 사람에게 부탁해서 휠체어를 들어 달라고 한다든지 그런 방법으로 문제해결을 하고 있어요.” juny@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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