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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생을기록하다③] 어느날 아빠가 됐다

전미옥 기자입력 : 2017.05.03 06:00:00 | 수정 : 2017.07.10 15:08:43

[쿠키뉴스=전미옥 기자] 아내가 임신소식을 전해온 순간, 느닷없이 아버지가 된 김태완씨(28세)는 “얼떨떨했다”고 회상했다. 흔한 아빠의 탄생은 이렇게 시작된다. 기다리던 임신 소식이었지만 막상 현실로 다가오니 꿈처럼 느껴졌다.

‘내가 아빠라니’ 혹은 ‘내가 아빠가 되어도 괜찮나’하는 생각으로 가득 찼다. 눈앞에 아이가 보이는 것도 아니고, 산모처럼 몸으로 느낄 수 있는 것도 아니므로 아내의 배만 찬찬히 쳐다볼 뿐이었다. 아내 손을 잡고 앞으로 잘살자는 다짐도 해보이고 주변사람들에게 자랑도 했지만 실감이 안 났다. 

◇임신 초기, 산모는 격변의 시기…부부 대화 중요
아내의 임신은 얼마 후 현실로 다가왔다. 입덧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한동안 아내는 잘 먹지 못했고 종종 예민해졌다. 그 사이 새로운 생명은 하루하루 존재감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둘이 살던 집은 점차 다른 분위기로 옮겨갔다. 

임신 초기는 산모 우울증이 가장 많은 시기다. 이수영 제일병원 정신건강의학교 교수는 “임신 초기 12주에서 우울도가 약 18~19%로 높게 나타났다”며 “임신성 호르몬이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이 가장 많이 오르는 시기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교수는 “이러한 호르몬 변화와 기존 커리어 등 경제·사회적 문제가 현실로 오기 때문에 압박이 많은 편이다. 또 입덧이 나타나면 음식 섭취가 어려워 곤란을 겪기도 한다”며 “남편을 비롯한 가족과 주변사람들의 도움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부부의 갈등이 치닫는 시기이기도 하다. 이때는 대화가 가장 중요하다. 이 교수는 “힘들다는 산모의 이야기를 종종 비난으로 받아들이는 남편들이 있다. 그러나 이를 비난으로 받아들이면 안 된다. 아내가 어떤 상태인지, 또는 남편이 어떤 상태인지 허심탄회하게 대화로 풀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교수는 “본인의 인생에서 내 가정과 아이를 받아들이는 마음의 결심이 중요하다”며  “아이가 생기고 출산까지의 시간, 그리고 아이가 태어나서 돌 때까지는 아이를 키우는 기쁨도 있겠지만 부모의 시간과 에너지가 정말 많이 필요한 시기다. 인생에 있어 중요한 투자라고 생각하고 아이에게 집중한다면 좋은 부모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갑자기 닥친 위기 그리고 15주 간의 입원생활

“처음에는 몰랐는데 병원에서 진찰받다가 (의사선생님이) 갸우뚱하시면서 자세히 봐야겠다고 하셔서 문제가 있나 걱정했는데 다시 보시고는 쌍둥이라고…그때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임신 중반쯤 아내와 외식을 하고 집으로 향하던 저녁, 갑자기 문제가 생겨 산부인과를 찾았다. 진찰을 보던 의사는 뱃속의 아이가 둘이라고 말했다. 그렇게 김씨는 쌍둥이 아빠가 됐다. 생각지 못한 쌍둥이 소식은 부부에게 기쁨이었고 한편으로는 걱정도 됐다. 그러나 그 때까지만 해도 앞으로 부부에게 다른 시련이 닥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출산예정일을 한 달여 앞둔 어느 날 아내가 조산위험으로 입원했다. 본격적인 겨울이 시작되는 12월이었다. 쌍둥이이니 조산기가 있을 수 있다고 의사가 조언한 적도 있지만 현실로 다가올 줄은 몰랐다. 그 때부터 15주 동안 부부의 입원생활이 시작됐다. 김씨는 아침마다 병원에 들러 아내를 챙긴 후 출근했고, 퇴근하자마자 다시 아내가 입원해 있는 병원으로 향했다. 

김씨는 입원생활 동안 자신이 한 일이 많지 않다고 말한다. 아내가 안정되도록 지켜봐주는 것, 정서적지지 정도였다고 했다.

김씨는 “병원 생활을 하면서 산모에게 밥을 갖다주고 씻겨주고 옷을 갈아 입혀주는 일들은 힘들지만 산모가 혼자서도 하려면 할 수 있는 일"이라며  "혼자하는 것보다는 옆에 누가 봐주기라도 하면 조금 더 안정되지 않나 정서적으로 지지를 받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사실 임신과 출산과정의 불편이나 고통은 온전히 산모의 몫이다. 그러나 남편의 적극적인 협조와 정신적지지가 산모에게는 큰 위안이 된다. 산모와 남편 교육을 주로 담당하는 박정은 제일병원 산부인과 간호사는 “남편들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남편과 함께하는 산모들은) 좀 더 얼굴 표정이 밝고 적극적이다. 남편의 존재가 산모에게 위안도 되지만 두려움을 훨씬 줄여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중요한 것은 ‘마음’이다. 박 간호사는 “(임신과 출산에서)남편의 부적절한 행동을 꼽자면 바로 아무 것도 안하는 것이다. 병원에서 알아서 해주겠지 하는 생각보다는 아내에게 도움이 되고자하는 마음가짐이 제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씨의 아내는 긴 입원생활 끝에 지난 21일 두 아이를 무사히 출산했다. 작년 12월에 입원생활을 시작해 봄기운이 도는 3월 말에서야 병원 문을 나설 수 있던 것. 아내 오수영씨는 “이번 겨울에는 제대로 겨울옷을 갖춰 입은 날이 거의 없다”며 웃어보였다. 오씨는 “그 동안 남편이 많이 도움이 됐다”고도 덧붙였다. 어렵게 세상에 나온 쌍둥이 두 딸은 출산 후 신생아 집중치료실로 옮겨져 수일간 치료를 받고 현재는 무사히 퇴원한 상태다.

김씨는 아내의 출산을 앞둔 남편들에게 “산모들이 몸이 힘들다보니 가까이 옆에 있는 남편에게 짜증을 낼텐데 남편들도  힘들고 어려운 시간이 있기 때문에 욱하는 순간이 있다. 그럴 때 잘 참아야 한다.내 아이를 위해서 고생해주고 있으니까 그런 시간을 잘 견디고 도와준다면 좋을 것 같다”고 조언했다.  

romeo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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