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푸어가 됐다④] 진통제 1알을 위해 ‘걷다 쉬다’를 반복한다

암 진단 이후 직장에서는 해고…암 치료에 집중하라지만 현실은 생활고

기사승인 2017-05-05 0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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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뉴스=조민규 기자] "위암 진단과 함께 권고사직 받았습니다."

최진성(47세, 남)씨는 지난 2016년 2월 위암 4기 판정을 받았다. “속이 더부룩하고, 위가 아파서 집 근처 종합병원에서 진료를 받았다. 당시 체중이 갑자기 5kg 감소해서 이상함을 느꼈다. 병원에서 조직검사 하고 나더니 2기라고 하더라”며 “큰 병원으로 가라고 해서 국립암센터로 옮겼는데 영상자료를 확인한 의사가 위암 4기라고 진단했다”라며 처음 암 진단을 받던 상황을 전했다.

최씨는 일을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한다. 회사에서는 권고사직 형태로 해고를 당했지만 사실상 힘쓰는 일도 하기 힘들고, 중간에 투석도 해야 돼 사실상 노동력이 거의 상실된 상황이다. 이는 결국 생활고로 이어진다. 

“위암 진단을 받고 직장에서 해고가 됐습니다. 권고사직을”이라며 힘겨운 투병생활을 전한 그는 “시내버스를 운전했었는데 회사에서 치료받고 복귀하는데 부담을 보였다. 게다가 악성빈혈도 있어 권고사직이 됐다. 사실 일을 하라고 해도 하기 힘들다. 대중교통을 운전하는데 빈혈을 숨기고 했다가 대형사고가 날 수 있다”말했다.

최씨는 기초수급자로서 받는 정부지원금을 생활비로 사용하고 있지만 월세만으로도 벅찬 상황이다. 그는 “기초수급자여서 정부에서 받은 돈으로는 월세를 낸다. 아들이 벌고 있지만 큰 돈은 아니다. 때문에 형제들이 심시일반으로 도와주는 것으로 살고 있는데 언제까지고 도와줄 수 있는 것도 아니어서 걱정이다. 병원비만 부담이 안 되도 훨씬 좋겠다. 전체 진료비의 5%만 부담해도 지금보다 훨씬 (생활이) 나아질 것이다. 다른 지원방법도 없다”고 치료비 부담으로 인한 생활고를 토로했다.

최씨는 1년 동안 치료비로 500만원을 지출했다. 그나마 병원에서 기초수급자라고 사회복지기관의 지원금을 연결해줘 부담이 줄어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지원금도 계속될지는 미지수다. 그동안 약 250만원을 치료비로 지원받았는데 대기하는 다른 환자들이 많아 유지는 쉽지 않다는 그는 “지원금은 바로 병원치료비로 들어간다. 내 수중에 돈이 들어오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암 하나만이면 그래도 다행…약해지는 몸에 찾아오는 합병증= 최씨가 위암 4기로 확진 받는지 1년이 지났다. 현재는 항암치료를 받고 있으며, 암투병으로 신장도 나빠져 투석중이다. 또 악성변혈도 있어 치료 중간 중간 수혈과 빈혈약도 복용하고 있다.

그는 “한달에 4일정도 입원해서 항암약물치료를 받고 있다. 하지만 항암치료로 인해 신장 기능이 껄어져 24시간 씩 인위적으로 투석을 받고 있다, 여기에 악성빈혈도 생겨 수혈도 받고 있다”며 “약물치료를 받은 지 1년이 됐는데 크게 호전이 되지는 않았고, 전이만 안 되고 있는 상황이다. 현상 유지만 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처음에 비해 많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최씨에게는 위암뿐만이 아니라 합병증도 많아 고통이 더욱 심하다. 장은 꼬여서 협착이 됐지만 수술을 받을 상황이 아니고, 담석도 생겨 수술을 받았다. 특히 이러한 후유증으로 열이 심해져 위급상황까지 간 적도 있었다. 암 치료로 몸이 약해지니까 합병증도 늘어난 것이다.

택시비는 진통제 1알 가격…그는 오늘도 ‘걷다 쉬다’를 반복한다= 그는 극심한 통증에 시달리고 있다. 때문에 진통제도 많이 복용한다. 병원에서 처방된 이상으로 마약성진통제를 복용하는데 처방 이외의 진통제는 비보험으로 사먹는데 1알에 1만원에 달한다.

“나는 장이 협착으로 꼬여 있는데 수술할 수가 없다. 배를 열면 암이 다른 곳으로 전이될 수 있다고 한다. 때문에 장이 꼬인 상태에서 식사를 하는데 명치에 음식물이 몰려 있다. 깔때기를 생각하면 되는데 넓은 곳에 있는 음식물이 좁은 통로로 내려가려 하니까 시간이 오래 걸리고 그 시간동안 고통이 너무 심하다. 때문에 한번 식사할 때 성인의 4분의 1정도 먹고 대신 자주 먹는다. 그 때마다 고통이 심하다”

최씨는 하루 5끼의 식사를 하고, 6알의 진통제를 복용한다. 음식물을 섭취하는 고통에 체중도 늘지 않는다. “진통제 처방을 5개 받는데 새벽에 통증이 와서 1알을 더 먹는다. 때문에 약이 부족하다. 재처방시 의료보험이 안되는 경우가 있는데 비급여로 사먹다 보니 기초수급자 입장에서 많이 힘들다. 때문에 어떤 때는 그냥 참아야 한다. 약이 없으니까”

그는 두 달 전에 진통제 비용으로만 54만원을 지불했다. 병원에서 처방을 받으면 보험이 되지만 추가로 처방을 받으면 비급여여서 본인이 전액 지불해야한다. 그나마 항암치료는 보험적용이 도서 5%만 부담하고 있다. 

최씨는 집에서 병원까지 걸어 다닌다. 30분 정도 걸리는데 왕복이면 1시간이 넘는다. 택시타면 금방이지만 왕복하면 1만원이 든다. 진통제 1알 값인 것이다. 때문에 그는 오늘도 진통제 1알 값을 아끼기 위해 힘든 몸을 이끌고 ‘걷다, 쉬다’를 반복하고 있다. 

정신적 고통 심하지만 정부차원의 정신 케어 프로그램은 없어= 환자들이 암 진단이후 느낄수 있는 많은 감정들을 케어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적은 상황이다. 일부 병원에서는 비슷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하지만 환자들이 치료에 힘을 낼 수 있고, 정신적으로 안정을 도와줄 수 있는 프로그램이 정부차원에서는 전무하다. 최씨 역시도 암 진단 이후 난폭하고, 과격했었지만 이러한 감정을 해결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경험한 적은 없다고 토로했다. 

[메디컬푸어가 됐다④] 진통제 1알을 위해 ‘걷다 쉬다’를 반복한다“정부는 약물치료에 집중하거나 임종을 앞둔 호스피스에만 정신케어를 지원한다. 하지만 암환자도 정신적 안정이 중요하다. 암 치료로 인해 보이지 않는 가족간 다툼도 있다. 나 역시 지난해 8월까지 난폭하고 과격한 행동을 보였었다. 전문적인 상담을 받지 못하지 심적 고통을 풀 곳이 없어 분노한 감정을 표출하게 되고, 지나가는 사람에게 시비를 걸기도 했다”며 “이러한 것은 가족들이 할 수 없다. 내 경우는 종교생활을 하면서 지난날을 되돌아보고, 기도하면서 마음의 안정을 찾고 있다. 신앙생활을 하면서 행복함을 느끼고 있다”

최씨는 아들이 직업군인이어서 현재 혼자서 살고 있다. 최씨의 어머니는 아들이 암이라는 걸 모르신다. 연세가 있으셔서 충격을 받으실까 말씀을 못 드린 것이다. 다만 현재 형제들에게는 투병을 알렸는데 도움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결국 그는 힘든 암 투병을 혼자서 견뎌내고 있는 상황이다.

그는 “이야기를 할 사람이 없어 처음에는 우울증과 조울증도 생겼다. 특히 잘 치료가 될까하는 공포감이 심했다”며 “현재는 내 스스로 정신적으로 나약해지지 말자고 생각하며 힘이 들지만 움직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정신이 나태해지면 몸도 약해질 것 같아 걸어 다니려고 노력하고 있다. 힘은 들지만 근력마저 없으면 버티기 쉽지 않을 것 같아 운동이라고 생각하고 움직인다. 또 정신적으로 힘들어 신앙생활도 시작했다”라고 말했다.

최진성씨는 “나보다 더 심한 분들도 많다. 거동을 하지 못하거나, 자식이 아픈 분들도 있는데 얼마나 가슴이 찢어지겠나. 나는 활동도 가능해 그런 분들을 보면 그래도 나는 나은 편이다”라며, “암 투병은 현실이다. 가진 게 없는 사람은 생활고에 못 견딘다. 그래서 짜증내고, 포기한다. 여유가 있으면 삶의 질도 좋아질 텐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암과 싸우고 있는 사람도 힘들다. 세금을 많이 내지 않았나. 나도 25년 동안 세금 냈으면 어느 정도 돌려받아도 되지 않나”라며 암투병으로 힘든 환자들의 경제적 고통해소에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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