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욕설·혐오 발언이 ‘서민언어’?…‘서민대통령’의 강변

욕설·혐오 발언이 ‘서민언어’?…‘서민대통령’의 강변

기사승인 2017-05-06 20:3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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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쿡기자] 욕설·혐오 발언이 ‘서민언어’?…‘서민대통령’의 강변[쿠키뉴스=정진용 기자] 황금연휴에 미세먼지라는 불청객이 들이닥쳤습니다. 불행히도 대선을 3일 앞두고 막판 스퍼트를 내는 정치판 역시 청정지역이 아닙니다. 거의 공해 수준의 '막말'이 하루가 멀다하고 보도되며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가 그 주인공 입니다.

홍 후보의 막말은 일일이 세기 어려운 수준입니다. 홍 후보는 6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문화공원 광장 유세를 하며 국민 앞에서 육두문자를 서슴지 않았습니다. 홍 후보는 "언론이 전부 좌측으로 싹 기울었고 여론조사 조정하는 애들도 좌측으로 싹 기울었다"면서 언론을 향해 "내가 집권을 하면 어떻게 하려고 이 지X을 하는지"라고 말했습니다. 홍 후보는 지난달 30일에도 인천 부평 문화의 거리에서 열린 유세에서 "(언론이) 어떻게 해서라도 (나를) 대통령 안 시키려고 온갖 지X을 다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죠. 한 매체에 따르면 홍 후보가 지난 2월 대구시청 대강당에서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대학시절 미팅의 후일담을 전하며 "내가 그 씨XX을 다시 만나면 사람도 아니다"라고 말한 사실도 뒤늦게 알려졌습니다.

홍 후보가 상대편에게 공격의 소지를 주면서도 막말을 멈추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서민대통령, 서민정부…. 홍 후보가 애용하는 '서민' 이라는 단어는 이번에도 빠지지 않았습니다. 홍 후보는 지난달 17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막말 논란에 대해 "막말은 가장 서민적인 말"이라며 "고품격 언어만 사용하고 싫어도 싫다 소리 안 하는 것은 위선이다. 나는 내 스타일대로 한다"고 설명했죠. 다른 인터뷰에서는 "옛날에 막말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제일 심했다"면서 "그때는 대통령 품격 얘기한 적 있냐"고 되묻기도 했습니다. 홍 후보의 수위를 넘나드는 발언이 노이즈 마케팅을 위한 계산된 행동이라는 해석도 있습니다. 

그러나 홍 후보는 설명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듭니다. 홍 후보가 서민의 언어를 잘못 이해한 듯 보이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정치인이 정책과 비전의 전달력을 높일 수 있도록 모든 국민이 이해할 수 있는 쉬운 말로 풀어서 말할 때 '서민의 눈높이에 맞춘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홍 후보는 욕설, 혐오 발언을 '서민의 언어'라는 포장지로 감싸 대중을 현혹하려 하고 있습니다. 홍 후보가 서민의 수준을 어느 정도로 생각하는지 의문이 들 지경입니다. 

같은 보수진영조차 비판에 나섰습니다.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후보 측 이지현 대변인은 5일 "씨XX, 면상, 쓰레기, 계집애, 아구통, 여성 설거지, 돼지흥분제 등 비하 대상도 다양하고 용어도 참으로 저급하다"며 "이해하기 쉬운 서민적 언어라고 강변하지만, 이는 자신의 본성과 정신세계를 드러내고, 서민들을 우롱하는 처사"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우리나라 국민의 수준을 무시하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런 막말들을 쏟아낼 수 있겠느냐"며 "국민 얼굴에 먹칠하는 홍 후보는 무자격을 넘어 국가적 망신거리가 되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죠.

홍 후보는 막말을 통해 국민에게 강한 지도자라는 인상을 남기는 데 성공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품격 없는 발언을 '서민의 언어'라고 강변할수록, 유권자들의 홍 후보에 대한 거부감이 높아지는 역효과 역시 무시할 수 없습니다. 이미 쏟아버린 발언을 다시 주워 담기는 불가능 합니다. 다만 홍 후보는 대선 전 남은 며칠 동안이라도 자신의 언행에 따른 득과 실을 좀 더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요.

jjy479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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