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포착] 가습기 살균제 피해…가해자 처벌은?

기사승인 2017-05-13 17:4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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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연 아나운서 ▶ 뉴스에 관심이 없고, 어렵다 따분하다 생각하시는 분들. 이 시간을 집중해 주세요. 쿠키 뉴스의 훈남 기자, 심유철 기자가 쉽고 편하게 내용 전해드립니다. 오늘도 쿠키뉴스의 심유철 기자 나와 있습니다. 심유철 기자, 어서 오세요.

심유철 기자 ▷ 네. 안녕하세요. 쿠키뉴스 대표 미남, 심유철 기자입니다.

이승연 아나운서 ▶ 네. 심기자 덕분에 여러 사회 문제들을 좀 더 쉽게 알아가고 있는데요. 오늘 제시해 주실 키워드는 무엇인가요?

심유철 기자 ▷ 네. 오늘 제가 제시할 키워드는, 가습기 살균제입니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 아마 이제는 모르시는 분들이 없을 텐데요. 

이승연 아나운서 ▶ 네. 단지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했을 뿐인데, 평생 스스로 호흡을 하지 못하게 되고, 폐가 굳어 죽음을 맞이한 피해자들이 너무나도 많아요. 잊을 수도, 절대 잊어서도 안 되는 사건입니다. 일단 사건 정리부터 해볼게요. 심기자, 가습기 살균제 사건. 언제 처음 세상에 나온 건가요? 

심유철 기자 ▷ 2011년 봄,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 2, 30대의 산모 7명과 40대 남성 1명 등 8명이 미확인 폐질환으로 입원했습니다. 그 중 30대 산모 4명은 폐 조직이 딱딱하게 굳어지는 증세를 보이다 숨졌고, 3명은 폐 이식을 통해 목숨을 건졌는데요. 역학조사가 이루어진 후, 질병관리본부는 가습기에 넣는 살균제가 위험 요인으로 파악됐다고 밝혔죠. 

이승연 아나운서 ▶ 네. 당시 상황, 기억나요. 당시 많은 국민들이 놀랄 수밖에 없었던 게, 다른 유해한 물질도 아니고 가습기를 깨끗하게 사용하기 위해 넣은 살균제가 문제가 되어 목숨까지 잃었다는 건데요. 실제로 당시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았죠?

심유철 기자 ▷ 네. 가습기 살균제는 가습기 내 미생물 번식과 물 때 발생을 예방하기 위해, 가습기 물에 첨가해 사용하는 화학제품인데요. 1997년 출시된 이후, 연간 60만개가 팔렸으며, 2011년 당시 시장 규모는 판매액 기준으로 20억 원 정도였습니다. 또 가장 피해가 큰 옥시 제품의 경우, 2004년부터 2010년까지 판매된 가습기 살균제는 총 227만2000개에 이르고요. 

이승연 아나운서 ▶ 네. 시장 규모가 컸다는 건, 잠재된 피해자가 그만큼 많다는 건데요. 그 후에도 사망자는 계속 나왔어요.

심유철 기자 ▷ 그렇습니다. 2011년 11월이 되자 사망자가 18명으로 늘었고요. 결국 정부가 나서, 가습기 살균제 사용과 판매 중단을 강력히 권고했습니다. 

이승연 아나운서 ▶ 네. 하지만 그 때까지만 해도. 설마. 하는 생각이 있었어요. 설마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했다고 죽기까지 할까. 이런 생각들이요.

심유철 기자 ▷ 네. 그랬죠. 하지만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도 가습기 살균제가 폐 손상을 일으키는 것으로 나타났고요. 결국 복지부는 실험에서 이상 소견이 확인된 2종, 문제의 제품과 같은 성분이 함유된 3종, 유사 성분이 함유된 1종 등 6종을 한 달 안에 수거하도록 해당 업체에 명령했습니다. 또 수거 명령 제품의 이름과 제조사 정보를 제품안전포털시스템에 공개하고, 판매를 원천 차단하기로 했고요.

이승연 아나운서 ▶ 네. 구매를 해보신 적이 있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가습기 살균제의 경우  의약품이나 의약외품이 아니라 일반 공산품으로 판매되고 있었어요. 그건 그만큼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고 봐야할 텐데요. 동물 실험 결과가 나오면서, 그 때부터 피해자들은 적극적으로 대책 마련을 촉구하기 시작했죠?

심유철 기자 ▷ 네. 하지만 바로 별 다른 대책은 나오지 않았고요. 2012년 가을, 그러니까 원인 규명 1년이 다 되어서야 검찰이 본격 수사에 착수했는데요. 검찰은 가습기 살균제의 위험성을 제대로 알리지 않은 부분 뿐 아니라 과실 치사 혐의에 대해서도 수사에 나섰습니다.

이승연 아나운서 ▶ 그렇게 수사가 늦어지고 이미 일 년이 지나면서 피해자는 꽤 늘어나 있었어요.

심유철 기자 ▷ 네. 2012년 가을, 환경보건시민연대의 집계를 보면 비슷한 증상으로 52명이 사망했고요. 피해 건수는 총 174건에 이릅니다.

이승연 아나운서 ▶ 하지만 그 때까지 업체와 정부 모두 제대로 된 사과조차 하지 않았죠? 당연히 피해 보상도 이루어지지 않았고요.

심유철 기자 ▷ 네. 업체들은 가습기 살균제가 원인이라는 직접적인 증거를 제시하라며 버텼고요. 한국 소비자원에 판매업체 옥시레킷벤키저를 상대로 집단 분쟁 조정을 신청한 피해자 62명도 인과 관계 입증이 어려워. 조정 절차를 진행하지 못했습니다. 또 누구보다 강력하게 나서야 할 정부는 가습기 살균제가 심각한 피해의 원인이라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피해 보상은 피해자와 제조사 간 법적 소송을 통해 해결하라는 입장만을 내세우고 있었고요.

이승연 아나운서 ▶ 네. 그렇게 서로 책임을 떠넘기며 일 년이 지나갔고, 그 후에도 피해자들은 점점 더 늘어만 갔어요. 

심유철 기자 ▷ 그리고 그 와중에 유족과 피해자들을 분노케 한 사건이 있었는데요. 2013년 9월, 정부와 여당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및 유족 지원을 위한 법을 만들지 않기로 했습니다. 대신 피해자와 유족 지원을 위해 108억 원을 예산에 편성하겠다고 밝혔는데요. 그 때까지 사망한 영, 유아와 임신부는 지난 127명에 이릅니다.

이승연 아나운서 ▶ 127명이 사망했는데도 불구하고, 법 제정조차 거부하는 정부. 잘못을 인정하지도, 사과하지도 않는 업체. 그 사이에서 유족과 피해자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것을 후회하지 않았을까요? 2년이 넘는 시간동안 사과와 보상을 기다린 그들에게 업체 측의 사과는 그 때까지도 이루어지지 않은 거죠?

심유철 기자 ▷ 2013년 11월, 국정 감사에 불려나온 옥시가 반쪽짜리 사과를 하긴 했습니다. 가습기 살균제 제조업체인 옥시레킷벤키저의 샤시 쉐커라파카 대표가 환경부 국정 감사에 나와 피해에 대해 사죄했고, 50억 원 규모의 피해 지원금도 내놓겠다고 했는데요. 하지만 살균제로 인한 폐 손상 여부에 대해서는 재판 중이라며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이승연 아나운서 ▶ 기본적인 피해자 지원은 하겠지만, 옥시 제품으로 인한 폐 손상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법적 판단을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건데요. 정말 유족 입장에서는 분통이 터질 반쪽짜리 사과네요.

심유철 기자 ▷ 그래서 2015년 5월, 더 이상 참지 못한 피해자들이 옥시레킷벤키저의 영국 본사를 항의 방문했습니다. 지구 반대편까지 날아가 항의했지만, 그 후에도 별 다른 조치와 사과는 이루어지지 않았고요. 2016년 4월, 그러니까 첫 사망자가 나온 지 5년이 지나서야 첫 사과가 있었는데요. 그 역시 옥시는 아니고요. 롯데마트가 자체브랜드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하다 폐 손상을 입은 피해자들에게 공식 사과하고, 향후 피해 보상을 약속했습니다. 

이승연 아나운서 ▶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건이 발생한 지 5년 만에 내놓은 사과와 피해 보상 약속. 늦어도 너무 늦은 거 아닌가요?

심유철 기자 ▷ 네. 그래서 롯데마트 관계자들의 검찰 소환조사를 앞두고 뒤늦게 미봉책을 내놨다는 지적이 나왔었죠. 이어 바로 신현우 전 옥시레킷벤키저 대표가 검찰 조사를 받았고, 작년 5월에서야 가습기 살균제로 최대 피해를 낸 옥시레킷벤키저가 공식 사과했습니다. 충분한 보상안을 마련하느라 사과가 늦어졌다고 해명했지만, 이렇다 할 구체적인 보상 계획은 내놓지 않았고요. 롯데와 마찬가지로, 검찰 수사와 불매운동이 확산되면서 사태 수습을 위해 급조한 대국민 사과라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이승연 아나운서 ▶ 네. 왜 진작 진심을 담아 사과하지 못했을까요? 그랬다면 억울한 죽음의 한을 조금은 풀어줄 수 있었을 텐데 말이죠. 그리고 검찰의 수사 상황도 짚어볼게요. 심기자, 피해자들이 첫 고발을 한 건 언젠가요?

심유철 기자 ▷ 피해자들과 환경 보건 시민센터는 2012년 8월, 첫 형사 고발을 했습니다. 하지만 검찰은 2016년 들어서야 본격적으로 특별수사팀을 꾸려 수사에 착수했죠. 

이승연 아나운서 ▶ 4년이라는 귀중한 시간을 그냥 흘려보낸 건데요. 왜 형사 고발과 동시에 수사가 이루어지지 않은 건가요?

심유철 기자 ▷ 사실 수사는 형사 고발과 동시에 시작되기는 했습니다. 2012년 첫 고소를 접수한 서울 중앙 지방 검찰청은 해당 사건을 형사 2부에 배당하고, 강남 경찰서에 수사를 맡겼는데요. 하지만 7개월 뒤인 2013년 3월, 수사가 돌연 중단됐습니다. 사망 원인에 대한 보건 당국의 역학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검찰이 기소를 중지했기 때문이죠. 

이승연 아나운서 ▶ 피해자들 수가 급격히 늘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수사 중단이라뇨. 그야말로 허송세월을 보내게 된 거네요.

심유철 기자 ▷ 네. 일 년이 그렇게 흘러가고, 2014년 3월, 질병관리본부가 361명의 피해자 중 104명이 가습기 살균제 때문에 사망했다는 역학조사 결과를 내놓자, 경찰 수사가 재개됐는데요. 2015년 8월, 경찰은 피고소 업체 15곳 가운데 옥시 등 8곳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넘겼고요.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2016년 1월이 되어서야 가습기 살균제 피해 수사 전담팀을 구성해 본격적인 수사에 나선 겁니다.

이승연 아나운서 ▶ 네. 수사가 늦어지면서, 재판과 판결 모두 늦어진 거군요. 일단 지금까지 2011년부터 현 2017년까지 가습기 살균제와 관련한 상황을 전반적으로 살펴봤는데요. 확실한 사과나 보상, 해결이 이루어진 건 없어요. 심기자, 그럼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자는 어느 정도나 되나요?

심유철 기자 ▷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5년간 누적 신고 건수는 5294건, 이로 인한 사망자는 1098명으로 집계됐습니다. 또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가습기 살균제 이용자 통계를 활용해 전체 피해자를 환산한 결과, 잠재적 피해자는 1000만 명으로 보고됐고요. 그 중 가습기 살균제 고농도 노출자 및 피해 경험자는 최대 227만 명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승연 아나운서 ▶ 불특정 다수의 무고한 피해자가 생겨났지만, 실제적인 정부의 대책은 거의 없잖아요. 또 그 와중에 피해자를 구분해서 지원하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그 내용도 알려주세요.

심유철 기자 ▷ 네. 환경부는 2014년 4월, 가습기 살균제 피해 정도를 1단계에서 5단계로 분류했습니다. 1단계 가능성 확실, 2단계 가능성 높음, 3단계 가능성 낮음, 4단계 가능성 거의 없음, 5단계 판정 불가인데요. 그 중 1, 2등급만이 의료비와 장례비를 지원받을 수 있고요. 의료비는 처방조제비, 호흡보조기, 선택진료비, 상급병실 차액에 대해 지급하며, 장례비는 238만원이 지급됩니다.

이승연 아나운서 ▶ 그럼 1, 2등급을 제외한 나머지 피해자들은요? 기본적인 의료비조차 지원받지 못하는 건가요?

심유철 기자 ▷ 네. 3, 4등급을 받은 피해자들에게는 의료비와 장례비 지원은 안 되고요. 5년간 건강 모니터링이 지원될 뿐입니다. 그들의 의료비는 오롯이 피해자 본인과 이들의 가족들이 부담해야 하죠.

이승연 아나운서 ▶ 같은 피해자인데, 왜 지원에서 차별이 이루어지나요? 3, 4등급에 해당하는 피해자라도,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경우도 있을 테고, 또 앞으로도 정기적으로 병원을 찾아야 할 텐데요,

심유철 기자 ▷ 네. 차라리 가습기 때문에 병이 든 게 아니라고 하면 체념이라도 하겠지만, 이미 분명한 원인으로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지원에 있어 차별을 받는 것은 이해하기 힘든 상황입니다.

이승연 아나운서 ▶ 의료비 지원을 받는 1,2등급 피해자들은 어떤가요? 상황이 좀 나은가요?

심유철 기자 ▷ 물론 의료비 지원이 된다는 점에서 경제적으로 보면, 조금은 자유로울 수 있겠죠. 하지만 이들의 고충 또한 적지 않은데요. 1, 2 등급 피해자들도 병원비만 지원될 뿐, 사후 조치는 전혀 뒷받침되고 있지 않고요. 또 의료비 지원이라고 해서 모든 의료비가 해결되는  것도 아닙니다. 

이승연 아나운서 ▶ 애초에 등급으로 나눠 지원 기준을 달리한다는 자체가 불공평해요. 심기자, 등급을 다시 재정비하고, 재심사할 수는 없는 건가요? 대체 그 심사의 기준과 근거는 무엇인가요?

심유철 기자 ▷ 가습기 살균제 피해 정부 지원 실무를 맡은 한국 환경 산업 기술원 관계자는 피해자 분류 단계에 대해, 연구기관에서 연구했고, 또 종합 판정을 기술원에서 정리, 환경 보건 위원회에서 최종 심의를 해서 환자 단계가 확정됐다고 밝혔는데요. 나눈 정확한 근거는 개개인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설명해 줄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승연 아나운서 ▶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 한 순간에 건강을 잃고, 직장을 잃고, 또 가족을 잃은 사람들. 그들이 받은 신체적, 정신적 고통과 상처는 누가 보상해줄 수 있을까요? 점점 마음이 무거워지는데요. 이번에는 재판 결과를 살펴볼게요. 최근 재판 결과가 나왔잖아요. 다행히도 관계자들의 법적 책임이 인정되었다고 하는데, 심기자, 그 내용, 자세히 좀 알려주세요.

심유철 기자 ▷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이 발생한지 약 5년 반 만에 업체 관계자들의 법적 책임이 인정됐습니다. 신현우 전 옥시레킷벤키저 대표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고요. 또 다른 가습기 살균제 제조사 세퓨의 대표에게도 징역 7년, 옥시 연구소장을 지낸 관계자에게도 징역이 선고되었습니다. 또 노병용 전 롯데마트 대표에게는 금고 4년이 선고됐는데요. 금고형은 징역형과 같이 교도소에 수감되지만 노역을 하지 않습니다. 홈플러스 김원회 전 본부장과 전 법규 관리 팀장 등 관계자들에게는 각각 징역 5년이나 금고 3~4년이 선고됐고요.

이승연 아나운서 ▶ 재판부의 판결 내용도 궁금해요. 어떤 내용을 근거로 그렇게 판결한 건가요?

심유철 기자 ▷ 살균제의 안전성 확보를 위한 충분한 검증을 해보지도 않고 막연히 살균제가 인체에 안전할 것이라 믿었고, 또 제품 라벨에 인체 안전, 아이에게도 안심이란 거짓으로 표시까지 했다는 겁니다. 특히 재판부는 피해자의 상당수가 어린아이들인 점을 지적했고요. 신 전 대표나 조 소장 등은 옥시에서 제품 안전성에 관한 최고 책임자로서, 주의 소홀로 가장 많은 인명 피해를 일으킨 중대한 결과를 발생시켰으므로 엄벌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승연 아나운서 ▶ 판결에 대한 반응은 어땠나요? 일단 검찰이 처음에 구형한 형별과는 차이가 좀 나죠?

심유철 기자 ▷ 네. 검찰은 신현우 전 옥시 대표에게 징역 20년을 구형했지만, 법원은 그에 절반도 안 되는 형을 선고했는데요. 이에 유족들과 피해자들은 어처구니없는 판결이라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이승연 아나운서 ▶ 그러게요. 많은 시민들이 이건 살인죄가 아니냐는 의견도 내어 놓았었고, 또 검찰이 구형한 건 징역 20년이기 때문에 좀 더 무거운 처벌을 받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아니었어요. 그리고 법정에 선 모두가 유죄 판결을 받은 것도 아니죠?

심유철 기자 ▷ 네. 존 리 옥시 전 대표의 주의 의무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가능성과 별개로 형사 재판에서 검사가 제출할 증거만으로는 충분히 입증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며, 무죄를 선고했고요. 옥시 측이 인체에 안전한 성분 사용, 아이에게도 안심이라는 허위 문구를 내세워 제품을 판매해 이득을 챙겼다는 혐의와 상습 사기 혐의 역시 무죄로 봤습니다.

이승연 아나운서 ▶ 아이에게도 안심이라는 문구를 보고, 믿고 구매해 사용하다가 피해를 입은 경우, 사기죄가 성립이 되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심유철 기자 ▷ 사기죄가 성립하려면, 살균제 사용 시 인체에 해로울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피해자들을 속여 금전을 편취한다는 범죄 의도가 있었음이 인정돼야 하는데요. 당시 피고인들은 살균제에 함유된 원료 물질이 유독물로 지정되지 않아,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인식했다는 거죠.

이승연 아나운서 ▶ 그럼 정부에 대한 책임은요? 국민의 안전을 지켜야 할 의무를 가진 정부에게도 관련 책임을 물어야 하지 않나요?

심유철 기자 ▷ 현실상 어렵습니다. 정부에 법적 책임을 묻기 어려운 이유는 법망의 구멍 때문인데요. 2014년까지 시행된 유해 화학 물질 관리법에 따르면, 신규 화학 물질의 인체 유독성을 확인하기 위한 위해성 평가는 정부 당국의 선택 사항이었습니다. 그러니 정부 당국이 관리와 감독 책임에 소홀했을지라도 법적으로 처벌할 근거가 없는 거죠.

이승연 아나운서 ▶ 법적으로 처벌할 근거가 없다니, 법이 원망스럽네요. 또 정부에게 법적인 책임을 물을 수는 없지만, 아직 끝난 건 아니죠? 앞으로 더 추가 수사가 이루어져야 하겠죠?

심유철 기자 ▷ 네. 검찰의 추가 수사 필요성도 언급되고 있습니다. 한 예로, SK케미칼은 가습기 살균제 제조에 필요한 독성 물질을 옥시에 제공했지만 조사를 받지 않았고요. 또 현재 가습기 살균제 제품 중 유해성이 인정된 것은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과 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PGH) 뿐인데요. 그 외에 독성 원료인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과 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을 이용해 가습기 살균제를 만든 회사 역시 추가로 조사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이승연 아나운서 ▶ 네. 추가 수사는 꼭 이루어져야 하겠습니다. 다만, 현행법으로는 법적 처벌 수위가 너무 낮고 국가의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근거도 없는 것이 문제인 것 같아요.

심유철 기자 ▷ 그래서 법 개정 또는 제정의 필요성이 강력하게 대두되고 있습니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처럼 중대한 재해를 일으킨 기업을 처벌할 수 있는 법안을 제정하는 등 엄중한 처벌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는 거죠.

이승연 아나운서 ▶ 네. 그럼 제2의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같은 피해를 막기 위해, 앞으로 달라지는 점이 있을까요?

심유철 기자 ▷ 정부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기로 했는데요. 그건 고의로 소비자의 생명이나 신체에 중대한 손해를 입힌 제조사에게 산정된 피해액의 최대 3배를 부과하는 겁니다. 

이승연 아나운서 ▶ 실제로 그런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적용된 적이 있나요?

심유철 기자 ▷ 실제로 적용된 사례는 아직 한 건도 없습니다. 그래서 공정위의 제조물 책임법 개정이 실효가 있을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고요. 또 적용 대상을 고의적으로 중대한 손해를 입힌 경우로 제한한 점도 한계로 지적되고 있는데요. 정부의 개정안대로라면 제2의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일어나도, 해당 기업의 고의성이 입증되지 않으면 징벌적 손해배상 적용이 불가능하기 때문이죠.

이승연 아나운서 ▶ 제조사에게 책임을 묻고 벌을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피해자들을 위한 대책 마련과 지원 역시 중요한 문제에요. 피해자들을 위한 법 개정은 어디까지 이루어졌나요? 진전이 없는 건가요?

심유철 기자 ▷ 가습기 살균제 피해 구제 특별법 개정안. 즉 가습기 특별법 역시 비판에 부딪히고 있습니다. 앞서 이야기한 데로, 정부는 폐섬유화 정도로 피해 수준을 평가해 피해자를 1~4등급으로 분류해 왔는데요. 이 중 3, 4등급을 받은 피해자는 실질적 피해를 입었음에도 등급이 낮아 그동안 보상 대상에서 빠져 있었잖아요. 가습기 특별법의 내용은 이 3, 4등급 피해자에게 보상할 재원을 만들기 위해, 가습기 살균제 및 원료 물질 사업자로부터 분담금을 걷어 최대 2000억 원 규모의 특별 구제 계정을 신설하는 것이었습니다. 당초 발의된 법안에는 특별 구제 계정에 정부도 기금을 출자하기로 돼 있었지만, 최종 통과된 법안에서는 정부가 낼 몫이 제외됐죠.

이승연 아나운서 ▶ 왜죠?

심유철 기자 ▷ 원래 특별법 중 구제 기금이 정부 책임이 반영된 유일한 내용이었습니다. 그런데 기획재정부가 반대한다는 이유로, 당초 정부 기금을 포함한 구제 기금 내용을 제조사들만의 기금으로 조성하는 특별 구제 계정으로 바꾼 것이죠.

이승연 아나운서 ▶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쉽게 되는 일이 없네요. 심유철 기자, 가습기 살균제 사건. 직접 취재하면서 느낀 점이 있을 텐데요. 이야기해주세요.

심유철 기자 ▷ 저는 개인적으로 이번 판결에 대해 아쉬움이 남습니다. 물론 법원의 판결은 피해자의 입장과 국민 여론이 아닌 현행법에 따라 공정하게 이뤄져야 하죠. 하지만 이번 판결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한 검찰의 늑장 수사, 법원의 안이한 판단 등이 어우러진 결과라는 게 대다수 국민의 인식입니다. 이제 1심 판결이 내려진 만큼, 앞으로 상황이 바뀔 여지는 있으니까요. 다음에는 국민이 납득할 만한 결과가 나오길 바라봅니다.

이승연 아나운서 ▶ 네. 기대해 봅니다. 키워드 포착 여기서 마칩니다. 심유철 기자,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심유철 기자 ▷ 네. 감사합니다.

tladbcjf@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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